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극단에 소속된 배우들이 가진 연기에 대한 고민을 동료 배우의 입으로 들려주는 방식은 흥미로웠지만, 약간 인간극장이 되어버리는 건 어쩔 수가...

1막은 참 재밌었다.
2막은 좀 힘들었다.

1막에 배우들의 개인 독백와
그들의 사연이 나올때 참 재밌었다.

독백연기와 그들의 사연을 동시에 말해줘서
한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한가지를 놓쳐서
번갈아가며 정신이 혼란스러워 했던 것을 제외하면
1막은 1막만 공연해도 꽤 좋을 것 같다

연극이 내 머리에 여러 질문을 넣어줬다.

- 관객이 왜 이 연극을 봐줘야 하는 가?

- 포스터에는 연출이름이 적혀 있던데..과연 그 연출가는 자기 몫을 다 했나?

- 전하려는 메시지는 대충 알겠는데 그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러닝타임을 이렇게 길게 잡아야 하나?

- 연출가는 관객에게 죄책감을 느끼는가?


이러한 공연형식이 좋다면 이런 공연을 계속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관객들이 연극을 바라보는 객관성을 위해서 하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그린피그의 작품은 안 볼 것 같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였던 그린피그. 이제 안녕

"나는야 연기왕" (작:공동창작 연출:윤한솔 출연:김윤희, 김효영, 남호섭, 박근영, 박하늘, 이동영, 이정호, 임정희, 임지영, 정대용, 정양아, 최문석, 최지연, 황미영 제작:남산예술센터, 그린피그 극장: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별점:★★★☆☆) 기존 연극과는 다른 독특한 형식의 공연을 보여주는 그린피그의 신작이다. 제목만 들었을때 2012년도에 보았던, 예상과는 달리 전혀 야하지 않았던 "나는야 쎅쓰왕" 이 생각난다. 극장에 들어서면 이미 배우가 등장하여 연기에 대한 글을 읽고 있다. 내용은 드라마가 있는 것은 아니고 14명의 배우들의 오디션 모습을 보여 준다. 배우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과 연기에 대한 고민은 이미 많이 보았던 내용이라 신선함은 없었지만 자신의 연기에 대한 생각을 다른 배우가 읽어 주는 장면은 좋았다. 독백 부분과 겹치지 않게 했으면 집중하는데 더 좋았을 것 같다. 2막은 1막보다 더욱 진지한 모습의 연기를 볼 수 있는데 왜 지루함이 느껴지지?. 그래도, 그린피그 배우분들 중에 눈에 익은 황미영, 정양아 배우님을 봐서 좋았다.

그린피그는 처음 들어보는 극단.
이번 연극을 너무 인상깊게 봐서
기억해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산예술센터에서
잔치와 햇빛샤워를 인상깊게 봤고
그 다음 곰의 아내도 호평인 걸 들었다.

그 뒤 남산예술센터 공연은
우선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번에 나는야 연기왕을 보러 다녀왔다.

11월 5일 토요일에는
공연이 끝난 다음에 대담이 있는데
햇빛샤워때 대담이 참 좋았어서
이 대담에 참여하지 못해 아쉽다.

공연 전.
배우들이 바뀌며 낭독을 계속한다.

오디션 프로그램 형식을 차용했지만
극의 전체 스토리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공연이 시작되면
등장인물들로 막이 가려져있는 공간이
위로 올라가며 배우들이 나온다.

각자 연기를 하고
서로에 대해 점수를 매기며
연기를 하는 중간
자신의 연기에 대한 철학을
다른사람이 낭독해준다.

처음에는 연기를 하는 중
관크를 대비해
연기에 얼마나 흐트러짐이 없는지
다른 배우가 방해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연기를 하는 배우가 쓴 글을
다른 배우가 짝을 지어 읽어주는구나 하고
알게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는다.

집단이 개인의 고유성을
대신할 수 있는가.
그린피그는 나의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없고
반대도 그렇다.

연기가 취미라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전속 배우만 배우이고 나머지는 취미인가.
힘들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겠다.

판소리를 하다 복수전공을 했다.
쓴소리가 들렸고
연기에 전념을 했다.

등등 많은 진솔한 사연이 쏟아졌다.
듣기 쉽지 않지만 솔직한 얘기들.
연출이 최소한의 틀만 제시하고
나머진 창작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독특한 연극.
그랬기에 더 참신하지 않았나싶다.

날 보러와요 2명 형사와 범인
만리향 엄마
혈맥 넘버원
필로우맨
세일즈맨의 죽음
등등

알고 있는 연극들과,
혹은 나에겐 제목도 생소한 연극으로
배우들은 연기를 한다.
​
인터미션에는
국립극단 2017년 연극
메데아 2차 오디션이 이어진다.

인터미션에 나가지 않고 보는게
훨!씬! 재미있으므로
화장실은 극 시작 전에 가서
이왕이면 인터미션까지 관람하는게 좋다.

1, 2막이 진지하고 무겁기 때문인지
웃음을 유발하는 코너가 많았다.

나는야 연기왕이니 왕이 되어 독백하시오.
인터미션 후 두번째 미션.
연기자들은 각각
빨간 추리닝과 왕관을 쓰고
멕베스
햄릿
문제적 인간 연산
트로이의 여인들
둥둥낙랑둥
등등
자신만의 왕을 연기한다.

자신만의 왕이 될 그들의 이야기.
연기란 무엇인지 알아가는
그들의 싸움의 끝에서
저마다의 초라한 왕관을 쓰는 순간까지
그들은 처절하게 싸울 것이라고.
서로 연기를 하고 점수를 내고.
그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그들은 그래도 아직지치지 않은 듯하다.

1막에서 2막까지
전부 다 모놀로그.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집중해서 볼 수 있던 극이었다.
정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