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지르는 것들" (작:막스 프리쉬 각색,연출:최용훈 음악:이형주 출연:임형택, 정세라, 이혜원, 강일, 안성헌, 고병택, 김미란, 오현우, 박지호, 박종용, 박상훈, 홍승만, 김해린, 지성훈, 김나래 제작:극단 작은신화 극장:서강대학교 메리홀 소극장 별점:★★★★☆) 먼저 잠깐 추억팔이를 하자면 연극계에 입문하게 된 것이 직장인극단 무리에서의 활동이다. 시기는 1993년도 인데, 이 때부터 알게 된 극단이 작은신화이다. 우선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것을 축하한다. 다음으로 공연 얘기를 하자면, 원작은 전후 독일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 중 하나인 막스 프리쉬(Max Rudolf Frisch,1911 ~ 1991,스위스) 가 1953년에 선보인 "비더만과 방화범들" 이다. 극장에 입장하면 소극장이지만 2층으로 이루어진 무대가 먼저 눈에 뛴다. 연속적으로 방화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어느 도시에 공장의 사장인 비더만의 집에 방화범으로 의심이 되는 사람이 방문하면서 얘기는 시작된다. 끝까지 자기집 에서만 불이 일어나지 않으면 괜찮다는 비더만의 비굴한 모습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다소 지루한 내용이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소방관 역할의 코러스들이 웃음을 준다. 오랜만에 보는 정세라, 이혜원 배우님도 반가웠다. 역시 작은신화다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1950년대 작품이 마치 작금의 대한민국을 조롱이라도 하듯 선지자적 메시지를 던진다. 재앙의 전조를 무시하면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를 목격하는 순간, 무대가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하다. 최지훈 이승현 홍성경 박윤석 등 배우들의 찰떡 호흡에 코러스 소방관들이 깨소금 같은 재미를 더한다.

출구를 발밑에 두고도 찾지 못하는 재앙같은 어리석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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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더만은 이기적이고 속물인 사람이다. 자신이 해고한 직원이 자살을 해도 무신경하며 그 미망인이 찾아와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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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방화범인 쉬미츠와 아이젠링에게는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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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일까? 우선은 그들의 위협적인 모습에 공포를 느꼈을 것이고 그들이 비더만씨는 가난한 노숙자들을 인정머리 없이 내치시는 그런 몰염치하고 몰인정한 분은 아니시겠지요? 라고 하는 말에 그 알량하고 가식적인 허세본능이 발동하여 그들에게 하룻밤을 제공하고는 자신은 인정을 베푸는 선량한 시민이라고 자기 합리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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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더만은 방화범들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자신은 알지 못했다고 끊임없이 외면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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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분명 처음부터 알았고 그들의 방화를 멈출 수 있는 기회가 여러번 있었음에도 자신에게 해가 될까 두려워 추후에는 자신의 집만 불타지 않으면 그뿐이라는 생각으로 방화범들과 자신은 친구라면서 가식적인 저녁초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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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철학 박사! 그도 마찬가지로 방화범의 존재를 알고 비더만에게 더이상 이 사태를 방관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취한다는 행동이 무슨 연설문 같은 걸 써와서도 낭독하고는 급하게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 그 말조차도 비더만에게 분명히 전달되지도 못한다. 그야말로 탁.상.공.론. 알맹이 없는 헛된 지식! 의 극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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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범들은 비더만의 어리석음과 허세 그리고 속물근성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그를 교묘히 조롱하며 목표를 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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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의 특이한 점은 소방대원들이 마치 그리스 연극의 코러스처럼 등장해서 비더만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걸며 방화에 대한 위험을 알리지만 비더만은 자신의 마지막 양심같은 그 코러스들의 말을 애써 부인하며 그들은 방화범이 아니라는 궤변을 늘어 놓고 자신을 합리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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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젠링이 자신은 방화범이 맞다며 진실을 말해줘도 비더만은 그게 무슨 농담이냐면서 기어이 화를 자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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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말해도 똑바로 보지 못하는 세상! 위험을 그저 단상에 서서 허공에 떠도는 외침으로 날려버리는 사람들..그리고 나만 아니면 괜찮아하면서 무심히 사건사고를 전하는 뉴스의 전원을 감흥없이 꺼버리는 사람들의 무심함과 이타심 나 또한 그러한 순간이 단 한순간도 없었다고 자부할 수 없음을 느끼면서 가슴 한 구석에 저릿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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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무대가 되는 비더만의 거실 바닥에는 문과 비슷한 무늬가 새겨져 있는 데 나는 이것을 출구가 자신의 발밑에 있음에도 그것을 무심히 밟고서는 출구가 어디 있냐고 외치는 어리석음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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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바닷물 속에 던져진 돌멩이의 무게는 아주 잠깐의 파장만을 일으키며 소멸할 지라도 우선 나부터 느끼고 반성하는 것이 이 극의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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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truth2002psy/220844231333

대학로의 흔한 상업연극이 아니라 극단연극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
5년 전 극단 작은신화의 25주년 기념작품으로 시작되었습니다.

5년 후인 지금 어느 새 30주년을 맞아 또 한번 기념작품을 보게 되었네요.
사실 연극인들이 모여 자축하는 자리라고 생각해 사실 큰 기대하지 않았어요.
5년 전에도 그랬던 것 같네요. 그런데 정말 너무나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제가 할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보내고 싶네요. 연출 무대 의상 연기 조명, 무엇하나
부족한 점 없었습니다. 그 중에서 무엇보다도 역시 최용훈 대표님의 연출이 어느
시점에서는 위대하다고 까지 느껴졌습니다. 마치 외국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어요.

한가지 아쉬운 점은 프로그램 북이... 작품 소개글에 오타와 중복되는 글자가 있어
인쇄 전에 한번 검수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0주년 축하드리고요. 또 보러 가겠습니다. 좋은 작품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