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를 타고 북한을 탈출했다는 사실은 어느새 한 편의 허황된 설화가 된다. 한빛상담센터 한주영 박사는 미국이 배후에 있는 탈북 경위와 함께 탈북 청소년 한결들이 처한 현실을 파헤치기 위해 진상 규명에 나서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하고 만다. 케이블 TV 방송을 통해 관련 뉴스가 터져 나왔지만 실상과 거리가 먼 보도로 새터민의 가슴만 후벼판다. 결국 정부 당국과 학자와 미디어의 합작 속에 탈북 청소년들의 실상은 생략되고 편집되어 얄팍한 보고서로 정리된다. 그 사이 외면 당한 또다른 진실은 설화가 되어 떠돌아다닌다. 탈북 청소년들이 밤마다 높은 빌딩을 오르내리고, 강풍이 몰아치는 고층빌딩 위에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에 나선다! 그리고 최첨단 남한산 토일릿 보트를 찾아다니는 탈북 청소년들의 눈을 통해 남한 사회의 민낯이 드러난다. 신분 상승을 위해 날마다 위험한 곡예를 펼치고 있는 고시생, 검사, 교수, 배우 등등 이 땅의 토일릿 피플이다. 불편한 심경으로 이들을 바라보는 침묵의 객석을 향해 22명의 배우들은 비틀거리며 질문한다. 다음 이야기는 무엇인가? 또 어떤 설화를 지어낼 것인가?

신예 이여진 작가의 과감한 수정과 함께 최지훈, 김은석, 박종용, 지성훈, 이지혜 등 극단 작은신화 청장년 배우들의 풍성하고 생생한 연기가 어우러지며 작년보다 주제의식이 더 선명해졌다. 날카로운 큐빅 무대, 삭풍의 음향, 불안한 조명도 극 전체의 긴장을 이어가는데 일조했다. 이제 설화의 나머지 조각을 맞춰 대학로 빈 공간에서 다음 이야기를 채우길 기대한다. 2017. 7.9 대학로 요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