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미" (작,연출:최원석 조연출:조성광, 이정경 무대:심채선 조명:신호 출연:한규남, 송현서, 김철리, 조수정, 박정순, 홍윤희, 이종윤 주관:극단 인어 극장: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별점:★★★★★) 2018 창작산실 연극 두번째 작품이다. 먼저 "극장 속의 인생, 불멸의 여자, 창밖의 여자, 스캔들 스캔들, 어메이징 그레이스, 변태, 인어를 사랑하다" 를 봤던 극단 인어를 이제는 믿고 보는 극단 이라고 불러야 하겠다. ''빌미'' 는 국어 사전에 ''어떤 일을 하기 위한 계기나 핑계'' 라고 나와 있다. 딸 승연의 유학 송별회를 하기 위해 펜션을 찾은 최교수 부부와 이 펜션을 관리하는 김씨 부부의 얘기이다. 승연은 송별회 자리에 자신 보다 서른살 이나 많은 약혼남을 데려 오는데... 결국 살인 사건이 일어 나고 사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마지막에는 엄청난 파국으로 치닫는다. 일단 이 공연 스토리가 좋다. 예상하지 못한 반전과 구성으로 2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그리고, 물을 이용한 무대와 효과도 인상적이다. 여기에 연기 구멍이 없는 일곱명 배우들의 열연도 훌륭하다. 대본과 연기가 좋아서 별점 1개 추가한다. 아쉬운 점은 승연이 약혼남에 빠지는 이유가 좀 납득이 안된다. 그리고, 궁금한 점은 씬스틸러인 하늘의 캐릭터 인데 원래 좀 모자라는 설정 이었을까? 아버지의 폭력에 의해서 반푼이가 되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배경 음악으로 쓰인 하차투리안 왈츠도 기억에 남는다.

부가 권력이되는 현실적 이야기!

빌미를 잡는다는 것
그것이 파멸의 길이어도 즐거웠다.
인간의 선택을 여행처럼 따라가 보았다.
나도 함께 파멸 할 것인가?
난 무슨 선택을 하며 살 것인가?
선악은 선택에서 나온다.
카타르시스도 선택에서 나온다.
비극도 선택이고
희극도 선택이다.
오랜만에 선택의 맛을 보여준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인간의 선택이 있기에 이야기는 즐겁다.

최원석 연출의 <변태>,<불멸의 여자>를 다 본 관객으로 이번 <빌미>는 같은 듯 또 다른 컬러를 갖는다.
인터미션 없는 2시간동안 무대 위의 캐릭터들의 상황적 아이러니와 줄줄이 내뱉는 궤변들로 희한하게 코미디가 계속 터진다. 특히 진성필 역의 김철리는 실제로 어디 강단에 서 있을 법한 선생님 모습으로 굿 캐스팅이다. 막장의 끝에 자신이 가진 것을 잃지 않기 위해 최명광 부부는 거짓을 토해내고 김철수 부부는 돈을 얻기 위해 아들을 버린다. 물이 잔뜩 깔린 무대는 수면 위로 반사된 인물의 실루엣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을 보여주며 마지막 남은 딸 최승연은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욕망의 세례를 받지만 결국 그들의 종말은 파멸로 마무리 된다. 평범한 인간들이지만 누구나 가슴 속에 악이 움트고 있다. 사사로운 이익을 움켜지기 위해 악은 언제든지 뿜어져 나온다. 그게 인간이다. 연극 <빌미>는 인간이 가진 분노, 증오, 원한, 기만, 복수, 폭력 등의 여러가지 악마성을 인물을 통해 밀도있게 그려낸 완성도 높은 수작이다.

두 가족은 지난 폭력의 역사와 더불어 지금 사회의 권력구조를 대변한다.
아마 이 비극의 빌미는 그 구조에 있어야 할 것이다.
시작은 좋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극은 그 빌미를 엉뚱한 데에서 찾고 있는듯 보였다.

처음은 블랙코미디였는데,
마지막은 막장주말드라마.

비를 무대 위로 쏟아버리는 마지막은
이미지로는 강렬하나
이미지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