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 고향, 조국등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마음속 깊이 가라앉아 자리잡은 여러가지 추억의 밑바탕이 되는 감정인 [그리움]을 주제로한 연주회의 취지와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담긴 음악들로 구성된 프로그램에 관심과 흥미가 생겨서 처음으로 금호아트홀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스치듯 엇갈린 만남으로 시작된 애틋한 사랑부터 고향과 나라를 떠나 먼 타국에서 생활하며 느끼는 향수를 고전주의, 낭만주의, 현대음악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음악으로 접하며 과거의 선인들이 느꼈던 감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면서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는 소중하고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부의 베토벤 후기 소나타 3부작의 하나인 30번은 라이브로 처음 들어 보았는데, 베토벤의 격정적인 감정이 담긴 초기의 작품들과 달리 인생의 황혼기에 깨달음과 종교적인 경건함이 담긴 숭고하고 편안해 보이기까지 하는 작곡가의 만년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볼레즈의 노타시옹은 전쟁의 시기에 쓰여진 음악이라서 그런지 충격, 혼란, 분노, 애국심등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이 담긴 짧은 음악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부의 쇼팽의 4개의 발라드는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사용되었던 1번을 비롯하여 각각의 악곡이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온 조국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느껴지는 우수어린 멜로디가 마음속 깊이 스며들며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소 긴 연주시간을 가지고 폴란드의 리듬과 쇼팽 특유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멜로디가 어우러진 4번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무대를 이끌어 나가는 연주자님의 정확하고 완벽한 연주와 관게자 여러분들의 친절한 배려에 숨이 멎을듯 몰입하며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세상을 떠난 가족이나 이제는 연락이 닿지 않는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깊은 감동과 여운을 느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멋진 연주회를 통해서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피아니스트로서의 활약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