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본 연극한편...
너무나 보고싶거나 그랬던 연극이 아니라 그냥 보았던 건데...
너무나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식상할수 있는 내용을 식상하지않게 표현한...
웃긴다..그런데 눈물이난다.
절대 후회없는....
정말 다시한번 꼭 더 봐야할것 같은 연극.
좋은 연극 정말 감사합니다.

보고 나와서 동행과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 둘이 일제히 동의했던 건, 바로 이 작품의 소재 자체는 정말 식상하기 그지없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스토리까지 초 구닥다리.

외딴 섬의 쪽방 같은 곳에 같이 살고 있는 두 창녀가 주인공이다. 그녀들의 가랑이 돈을 쪽쪽 빨며 사는 포주 두칠이가 중간중간 개입되는데, 무대를 주로 채우는 건 두 창녀다. 무대도 그녀들의 방이고. 고로 출연 배우도 달랑 3명. 캬바레 댄서로 일했던 발랄하고 귀여운 젊은 창녀 ‘끝내’와 대학 나온 여자지만, 뭔가 사연을 안고 이곳까지 흘러온 창녀 소질은 그닥 없는 ‘달래’ 언니가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름을 찾습니다’란 제목도 사실은 좀 촌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이름없는 창녀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초반에 직접적으로 제시한다. 심지어 이후에 이들의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대강 눈에 보인달까.

그런데 신기한 건, 이 작품 꽤나 재밌다는 사실이다. 이 식상한 소재를 이렇게 깔끔하게 처리하다니. 지난 번 나생문에서 봤던 여배우들이 나왔다. 박초롱 씨는 그때도 앙콤맞게 잘하더니 여기에서도 좋았다. 움직임도 가볍고.그러고 보니 장백지 이미지와도 비슷한 듯도 ... 약간 사시 느낌이 있어서 그런지, 대사에도 나오는 백치미가 나름 인상적으로 깃들었다.

다만, 이미화 씨는 많이 약하더라. 대사가 너무 ‘연기하고 있어요’ 느낌이라, 계속 몰입이 안됐다. 언니가 여기에서 잘 마무리를 해줘야 마지막에 더 여운이 남을텐데, 그냥 억지로 슬퍼하고 억지로 운다는 느낌. 동작도 좀 어색하고. 흠. 야박하지만 이 작품 그럴 듯한 언니 배우로 봤다면, 더 뭉클했을지도. 몸에 착착 붙는 느낌은 아니었다. 나생문 때는 역할 비중이 크진 않았지만 어색한 느낌은 아니었는데 ... 이전에 황세원 씨의 연기가 다들 좋다고 하던데 ... 괜히 궁금해지더라는.

되려 두칠이 역은 조금 나와도 훨씬 인상적.

소품이나 공간 활용도가 상당히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구태환 연출의 작품은 구석구석 공간을 참 잘 쓰는 듯.

사실 난 보통 여자다. 한 남자를 사랑해서 결혼하고 애를 낳고 그렇게 구순구순 살다가 자식들 시집, 장가보내서 손주보고 그 재롱단지 구경하면서 여생을 보내고 싶은, 그냥 평범하고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런 나에게 있어 몸을 파는 직업이란 사실 상상하기 힘든 세계다. 단순히 힘들뿐만 아니라 불편한 세계다. 공연에 나온 대사처럼, 서로 다른 남자와 13번이나 하루에 성관계를 한다는 건, 사실은 상상하기 힘들기도 하지만, 하고 싶지도 않은 부분이다. 게다가 돈을 벌기 위해서 말이다.

내 생각에, 아마도 이 공연을 보는 거개의 사람들, 더 구체적으로 거개의 여자들은 다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몸을 파는 여성이 이 시간에 연극을 보러 이 공연장에 올리는 없을 테니까 ... 일부 남자 관객들 가운데는 아마도 그런 여자들을 본 바 있고, 심지어는 종종 그런 곳에 드나드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작품의 초점화는 그들이 아니라 여자들이니 ... 그들의 경험은 그리 중요한 지점이 아닐 터.

그렇다면 이 작품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

어떤 작품이든 간에 제목을 주의깊게 보는 편이다. 일단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정보이기 때문이고, 그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을 제목으로 내세우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름을 찾습니다.”

뭔가 이산가족 이야기도 아니고, 이름을 잃어버린 괴상한 사연도 아닌 ... 너무나 현실적인 두 창녀가 나와서 이름을 찾는댄다. 그들에게 이름이란 뭘까. 젊은 창녀의 지금 이름은 로즈. 예전 다른 창녀촌에 흘러들어왔을 때 포주가 지어준 이름이란다. 원래 이름은 끝내. 인데, 딸 부잣집에서 제발 딸 좀 끝내라고 지어준 이름이라고. 이 사연 또한 어찌나 식상하더냐. 근데 이 이름을 상당히 코믹하게 가지고 놀다가 넘겨버린다. 그 점도 상당히 재밌었던 부분. 게다가 언니 이름은 진달래. 근데, 아마도 본명인 듯. 아빠가 지어줬단다. 문제는 성을 빼고 부르면 ‘달래’인데, 역시나 젊은 창녀 아가씨가 이 이름을 듣고 웃어대기 시작한다. “아빠가 뭘 달래? 물 달래? 떡 달래?” 뭐야, 달래를 이런 식으로 가지고 놀다니 ...

어쨌거나 이런 위트 감각이 살아있다 보니,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터치가 가볍고 아기자기하다. 적당히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가공된 느낌이 들어 좋았다. 우리가 아마도 이 작품에서 원하는 건, 적나라한 창녀들의 업소 이야기는 아닐 테니까. 콘돔 재활용이나 장부 체크, 그리고 보건소 이야기 ... 등의 선이 난 딱 좋았다. 그렇게 자잘하고 그럴 듯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결말은 크게 파격적이지 않았지만, 그냥 결국 그렇게 되는 건가 ... 하는 허무감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이름이 뭐가 중요하겠냐. 그런 삶에 있어서 ... 난 되려 이 작품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구태환 연출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결말의 의외성’이다. 지나치지도 넘치지도 않게 파격적인 반전을 내세우는 묘미가 있달까. 그래서 난 때때로 그 분이 재미를 아는 분이라고 생각했었다. 특히, 어렵고 난해한 소재를 쉽게 전달해 내는 능력은 발군이다. 창녀도 그랬고, 이전 노동자들도 그렇고 ...
자칫 무겁기만하고, 메시지는 지리멸렬해질 수 있는 소재를 적절하게 무게중심을 잡아 스토리를 이끈다. 이런 어려운 소재는 참 균형을 잘 잡으시는 듯.

꽤나 흥미로운 관극이었다. 오래오래 생명력을 유지하는 작품이 되기를!

...이라는 영화가 있었죠.
풋남성들의 빛바랜 이야기거리를 들추듯 창녀들의 애환을 이야기하던 이 영화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물론 '이름을 찾습니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연극으로 표현할 수 있는 범주에서그녀들의 꼬깃꼬깃 구겨진 인생 이야기를 담는데 노력한 집요함이 돗보입니다.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 하지만 두 창녀에겐 손님을 받는 침실이라는 감옥같은 공간만이 허락되어 있습니다. 젊은 창녀와 좀 더 나이 먹은 창녀, 두 사람에겐 그 공간에서 어떤 일종의 유대감같은게 형성되고 그것은 왠지 불안한 평화처럼 공간을 가득 매웁니다. 결국 누군가의 행복이 다른 사람에겐 아픔이 되는 그 세속의 법칙이 두 사람을 휘감게 되는데, 어떻게 보면 그것은 너무나 인간적인 결과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본의아니게 상대방을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자연의 법칙처럼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 관계 속을 파고드는 법이죠, '이름을 찾습니다'의 두 창녀 역시 그 폭풍 속에서 나동그라지는 모습으로 그 특별한 상황과 직업에도 불구하고 다른 누구와도 다르지않다는 보편의 진리를 보여줍니다.

영화든 연극이든 관객에게 휴머니즘을 던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끔은 너무 오버해서, 가끔은 너무 동떨어져서 관객이 등을 돌리게되는데...
이 작품은 적당한 지점에서 관객의 가슴을 울리고 있습니다.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만큼이나 인상적인 연극이었습니다.

웃고 끝나는 류의 연극이 아니고
보고 나서 뭔가 남는 연극이었어요 ㅋㅋㅋ

연극 소개글 봤을 때는 이런 극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해서
첫 장면에서 좀 놀라긴 했는데
극이 진행될수록 우왕ㅋ굳ㅋ

보시고 후회 안하실거에요ㅋㅋ 정말 재밌었어요 ㅋㅋㅋㅋㅋ

정말 정말로 잘봤습니다.
마치 소설책에서 캐릭터가 나온듯한느낌을 받았어요
인물들의 감정하나하나 섬세하게 표현해주는게 너무 와닿았구요.

소재자체도 신선했던거같아요.
무엇보다도 배우님들의 실감나는연기에 깜짝놀라면서 봤어요.
다음에도 다시 보러오겠습니다.
너무 잘봤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