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과 공포가 대세인 연극판에 정통극을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만점을 드립니다. 저한테는 가뭄의 단비였지만, 누군가에게는 개밥에 도토리였을지도 모르지요. 사실 요즘 젊은 연극인들이 이 작품을 어찌 해석했을까도 관람 포인트이긴 했습니다. 이 가벼운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나도 무거운 작품이니까요. 역시나 가볍게 해석했더군요. 그러나 원작자 할아버지가 직접 관람을 했어도 그리 못마땅하게 여기지는 않았을 듯합니다. 이런 해석도 가능하구나, 빙그레 웃지 않았을까 싶네요.

무대 크기에 비해 연기자들의 동선이 너무 빠르고 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해봤습니다. 요즘 연극의 추세이긴 합니다만.. 아마 이런 것들도 작품을 가볍게(들뜨게) 보이게 하는 요인이 되겠지요.

아무튼 남들 하지 않는 시도에 격려를 보냅니다. 이런 연극 자주 봤으면 싶습니다.

고전을 상연한다는 데 많은 의의를 두고 싶구요,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다만 극 해석에 아쉬움이 많았는데요. 원작이 대공황, 빈곤, 장애, 결핍, 향수 등으로 인한 인간 내면의 불안과 황폐함을 다루는 심리극에 가까운데 반해, 오늘 공연은 대공황이라는 사건, 빈곤이라는 사건, 장애라는 사건 등을 단순 “열거”하는 사건극에 가까웠습니다. 전체적으로 얕은 층위의 서사 전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우(연출의 의도겠지요?)들의 개그 욕심이 결국에는 관객들의 극 이해를 방해했는데요. 지루한 고전을 재미나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인 것은 알겠으나, (클라이막스 즈음) 어머니의 절규 장면에서 관객들이 (어머니의 진지한 표정에) 빵 터지는 것을 보고 ‘아 연극이 산으로 가고 있구나. 관객들이 몰입을 못하고 있네. 관객에게 전혀 다른 코드로 전달되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새로운 극 해석의 시도는 언제나 좋습니다만, 다만 그것이 의미 있느냐 효율적인 것이냐의 문제에서 그닥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인간 내면으로 파고드는 극 전개였으면 합니다. 그것이 원작 <유리동물원>이 갖고 있는 최대 강점이기도 하구요.

너무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잔잔한 교훈도 있고 재미는 재미대로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조명, 연출, 배우분들 연기까지 뭐 하나 빠지는 거 없이 자연스러워서 더 좋았어요! 박수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