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표현해 놓은 아주 좋은 내용의 연극이다. 부모님들이 보면 더 좋을 것 같고 , 가족들이 함께 하면 더욱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으로 방영이 된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이다. 얼마나 답답하고 아플까..하는 마음에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그런 병원이라도 있어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의학이라고 해서 의학용어나 너무 어렵지 않을까했는데 지금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마음의 감기와도같은 크고 작은 상처들을 짚어주고 되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공연이었습니다.다음에 올라오는 공연도 기대하겠습니다.

연극이라는 무대를 통해서 현대인들의 고민과 아픔을 드러내고, 의학과 치료의 관점에서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고자 하는 프로젝트의 취지에 관심과 흥미가 생겨서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어느 신경정신과의원을 찾아간 삼남매의 막내 다은이를 두고, 고모와 형제들이 본인의 아픔이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대립과 반목을 거듭하다가 급기야는 서로의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트라우마를 드러내는 웃픈 전개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은이는 어디가 왜 아픈지 아세요? 라는 질문에는 가족들 중에서 누구 하나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다은이가 걱정되어 함께 병원을 찾아온 남자친구 경민과 간호조무사가 다은이의 말못할 고민과 집안의 복잡한 사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아이러니 하더군요. 부모의 폭력과 학대, 형제들의 방임과 무관심, 눈치없이 오지랍을 부리는 고모등 여느 가족에게나 존재할 수 있는 일상속 갈등과 서로간의 복잡하게 얽힌 감정으로 인해서 어린 다은이가 얼마나 커다란 상처를 견디며 살아야 했을지 상상하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난방이 고장나 냉동실처럼 추운 병원의 풍경은 마치 타인에게 무관심한 현대 사회의 냉정함을 연상시켰습니다. 아무리 전화해도 오지않는 수리기사는 현대 사회의 소통의 부재임과 동시에 사회적 관계의 단절을 나타내는 것 같아서 씁쓸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조무사가 나누어준 핫팩에서 서로 조금씩 배려하는 사람의 온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은이의 검사지를 꼼꼼히 살피며 조무사에게 동생의 상태를 추궁하는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오빠, 얕은 지식으로 조무사를 다그치지만 실은 남편의 외도와 시댁과의 갈등을 애써 숨기고 있는 언니, 귀신병은 굿을 해야 낫는다며 호들갑과 오지랍으로 남매의 신경을 긁어대는 고모, 밀려드는 예약전화와 고장난 난방으로 인해서 밀려드는 빠증과 분노가 폭발직전인 조무사등 과연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지 모호할만큼 각각의 독특하고 개성적인 캐릭터를 호연하신 출연 배우님들의 연기가 무척 돋보였습니다.

명동 삼일로 창고극장은 이전부터 꼭 한번 방문해 보고싶은 공연장이었는데, 이곳을 거쳐가셨을 극단과 관객들의 기억을 간직한 역사적인 공간에서의 첫 작품으로 <진료는 의사에게>를 관람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극중 다은이의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내 생각이 내 마음을 이기지 못할때다.]라는 대사와 함께 공연의 진한 감동과 여운을 마음속에 담아 오래도록 추억하도록 하겠습니다.

[연극은 곧 인생]이라는 체홉의 희곡 대사처럼 연극이 우리의 삶 속에서 세상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역할과 의미로서 존재하기를 바랍니다. 공연의 꽃인 배우의 멋진 연기와 함께 [연극은 오늘, 오늘은 연극이다]라는 말 처럼 인간과 사회를 향한 질문을 던지며 무대와 객석이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건강한 공연을 선보여주신 극단 2악장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나 자신과 마주하는 거울이자 마음의 질병을 다스릴 치료제를 받아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용기를 얻고 싶으신 분들께 강추합니다!

"진료는 의사에게" (작,연출:박현정 출연:김다솔, 박세재, 박수민, 정혜지, 조은, 채송화 제작:극단 2악장 극장:명동 삼일로창고극장 별점:★★★★☆) 전작 "자가면역질환" 을 재미있게 봤었던 극단 2악장의 의학연극 시리즈 두번째 작품이다. 많은 공연을 관람하다 보니 컨텐츠가 거의 비슷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의학 연극 이라는 소재로 좋은 작품을 보여 주는 이런 극단이 있다는게 좋다. 다음 작품인 "용종절제술" 도 기대해 본다. 무대는 어느 정신건강의학 병원이다. 막내 다은이 첫 진료를 받는 동안 군대애서 휴가나 온 병호가 검사지를 살펴 보고 있다. 이어서 고모와 언니가 등장 하는데... 그냥 집안 분위기 라는 명목하에 자행되는 폭력이 아이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캐릭터를 맛깔나게 정말 잘 소화한 젊은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가 훌륭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