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공연이였습니다.

배우분들이 프로 개그맨이라 그런지 재밌어요

코로나로 공연하는 배우분들도 힘드실텐데 화이팅 하십쇼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갔는데 멀티맨의 활약 중간 중간 예상치 못한 웃음이 있었고
가족 연인 모두 보기 좋은 연극이였습니다.

대학로에서 코미디 공연을 본적이 단 한번도 없다. 코미디 공연은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본 ‘옹알스’가 유일했다. 그 많은 희극인들은 브라운관 밖에선 어떻게 자신을 보여줄까? 짧막한 꽁트가 아닌 전체극은 어떻게 이끌어 나갈까? 궁금했다. 그래서 대학로가 아닌 홍대, 그것도 정태호라는 인지도 있는 희극인이 연출한 ‘그놈은 멋있었다’를 보러 금요일 밤 홍대를 찾았다.

​평범하지만 언제나 통하는 플롯이다.
가난한 남학생이 보증금이 없어 잠시 여성 전용 쉐어하우스에 여장을 하고 들어가 살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셰익스피어(십이야)도, 김만중(구운몽)도 “여장 남자, 남장 여자”로 상황을 코믹하게 이끌어 갔다. 젠더감성의 차이는 여전히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프레임을 활용해 상황의 재미를 확장시킨다.

‘그 놈은 예뻤다’에서도 쉐어하우스에 들어간 주인공은 여성 룸메이트들의 행동이나 이야기가 이해되지 않아 당황해 하고 이러한 요소는 관객에게 코믹하게 다가 온다. 물론 이러한 웃음 뒤에는 남장여자를 기가 막히게 잘 연기하며 애드립도 잘 치는 김대성 배우의 연기도 큰 역할을 했다.

‘그놈은 예뻤다’는 코미디쇼처럼 관객들을 적극적으로 극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대상화’시키기도 하는데, 그에 대한 관객의 반응이 극을 한층 더 재밌게 만든다.
"즉, ‘그 날’의 ‘빅’ 재미는 결국 관객의 적극성과 반응에 달려 있다."
물론 극중 재미있는 장면이 많았지만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몸집이 큰 남자관객이 귀신처럼 나타난 배우에게 깜짝 놀라 크게 쓰러지던 부분이었다. 어찌나 큰 리액션을 보여주며 놀랐는지 커튼콜 때 배우들이 그 관객에게 사과를 했다.

얼마전 폐지된 KBS ‘개그콘서트’와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본적이 있다. 출연자들의 회상처럼 나도 한때는 ‘개그콘서트’를 보며 주말을 마무리하던 시기가 있었다. 재밌게 짜여진 꽁트와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일요일이 끝났구나... 라는 아쉬움을 보냈었다.

언제부터 ‘꽁트’에 기반한 개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종편이 등장하고 정규채널이 넘지 못하는 틀을 넘어가는 방송이 많아지면서 시청자들이 식상하게 여기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억지로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닌 엉뚱하고 예측불가능한 행동으로 자연스러운 웃음을 이끌어 내는 것이 요즘 트렌드 일지도 모른다.

‘그 놈은 예뻤다’는 대학로에서 장기로 공연되는 소극장 연극과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쉬운 내용, 적절한 관객과의 소통, 다양한 웃음코드... 그럼에도 조금 아쉬운 부분은 분명 20대의 이야기인데 40대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요즘 20대도 보증금은 없고, 여전히 소개팅에 목매는 여학생도 있고, 여자나 남자나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게 느끼겠지만... ​조금 더 ‘지금 세대’가 고민하는 내용이 극 중에 담겨지면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내가 관람한 날은 금요일인데도 총8명의 관객이 공연을 봤다. 공연하기 참 어려운 시기인데도 공연은 계속되고 있다. 코미디처럼 공연만이 선사하는 ‘현장감’과 ‘일회성’을 느끼기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온택트’에 지친 관객이라면 그날의 관객이 주는 재미를 느끼러 공연장을 찾아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