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않는 섬, 운소도 보고 왔습니다!
비가 오는 날, 안그래도 어두운 곳에 커튼을 두껍게 치고, 다리를 저는 한 여인이 ?주인으로 있는 이 곳.
무언가 삶에 찌들어 보이는 사람들이 한명 두명 들어옵니다.
아무 안주도 없이 막걸리를 한 두잔 들이키고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
날씨 떄문에 망친 조업에, 떨어져가는 발전기 기름에, 그냥 보아도 이 사람들의 삶은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번개가 치고 천둥이 치며, 다른사람과는 다르게 밝은 표정으로 말을 거는 남자.
하지만 한명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이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습니다.
이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섬에, 기자와 리포터가 찾아옵니다.
마라도보다 남단에 있고, 지도에 있지도 않았던 섬, 이곳에 10명 남짓밖에 없는 이 사람들을 취재하러 온 취재진입니다.
마을사람들의 열악한 환경에 태양열 발전기를 놓아준다는 미끼로, 여기자는 이 마을 사람들의 기묘한 사연을 캐내어 보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 여기자도 마냥 정의로운 사람은 아닙니다.
이 연극은 공연 내내 기묘하고 음습한 느낌을 풍깁니다. 이러한 긴장을 리포터 역할을 맡은 남 배우님이 풀어주시는데, 이 곳에서 가장 진지하지 않으며 가장 겁이 많은 캐릭입니다. 다른 사람을 웃겨보고자 하는 행동들은 관객마저 긴장한 와중에 정말 생경한 느낌을 주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연기를 하시는 것이 정말 대단하셨어요.ㅎㅎ
무언가 사연을 하나씩 가지고 있고, 이 마을사람 전체가 무언가의 비밀을 공유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마을.
이 마을의 이야기와 함께 인간의 죄책감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연결지으려 시도한 연극입니다. 후반부에서 너무 쉽게 풀어져버리고 복선의 레이어가 얕은점이 조금 아쉬웠지만, 배우님들의 열연이 빛나는 연극입니다.
이 연극은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연극로, 인간은 죄책감을 가질 수 있는 특권을 지니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면도 있으나 섬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웃음을 잃어간 스스로 각자에게 형벌을 내린다. 웃음마저 사라진 곳에서 섬밖으로 삶을 꿈꾸고, 태양 전기라는 밝은 미래를 꿈을 꾸던 시간을 통해 현재의 각자 모습을 투영하는 날카로운 메세지는 다시금 내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폭력으로 아버지를 증오했으나 그런 아버지를 닮아버린 아이, 그리고 그런 아들이 죽은 후에도 환영속에서 만나는 어머니의 모습 속에서 가슴 속 깊이 아픔이 사뭇치게 다가옴이 느껴진 공연이였다.
죄책감
인간의 본연의 특성 중 하나는 죄책감 이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심지어 고의든 과실이든 법을 어길 수 있다. 이에 대한 자기반성과 사죄, 용서를 구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너무나 안타까운 것은 피해자가 용서를 하고 싶어도 가해자가 진정한 반성을 하지 않는다면 용서를 해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타이밍이 중요하다. 되도록 사건이 일어나면 가능한 빨리 피해자에게 찾아가는 것이 옳다.
착각하는 것은 숨긴다고 해서 숨겨지는 것이 아니다.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다 아는 진실을 겉으로 말을 안 할 뿐 마음에는 항상 큰 무거운 짐이다. 한번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양파 껍질처럼 까보면 까볼 수록 하얀 속살을 드러낸다.
왜 숨겨야만 했어야 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추악한 진실 앞에 무너져 버린다. 그들은 단 한사람이라도 노출이 되지 않기 위해 진실을 숨기는 담합을 한다. 그들만의 약속, 하지만 그 약속은 깨지기 마련이다. 마음의 짐을 계속 안고 살아가기 에는 불행하기 때문이다. 죄책감으로 평생 살아갈 바에, 피해자에게 진정한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것이 본인으로서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운소도의 사람들은 밖에 나오지 못한다. 그 죄책감 때문에
<운소도> 는 ''빅재미 극단 Soulmate 이어달리기’의 연극 <검둥이>에 이은 두 번째 작품으로, 2018년 ‘제4회 무죽 페스티벌’에 참여해 관객과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기자가 누구도 웃지 않는 운소도를 취재하기 위해 섬에 들어가게 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스토리 구성은 무거운 주제와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는데 있어 흥미롭게 다가간다. 단, 웃음을 갖고 내기를 한다는 점은 약간 억지스럽고 부자연스럽다. 배우들의 연기는 안정적이며, 특히 운소도 사람들의 배역마다 개성을 잘 표현한다. 개인적으로는 동철 역의 이규태 배우 연기가 인상깊었다. 거칠지만 내면의 죄의식으로 사로잡힌 그의 연기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사실 결말만 본다면 한편의 비극이다..
웃음이 없는 섬, 운소도... 몇명 안남은 마을 사람들은 무언가 정상적인 이들이 없고 늘 불안해 보이는 이들 뿐이다.. 이들을 찾은 방송국 관계자들.. 주민들의 숨겨진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서사가 공연 끝까지 매끄럽게 이어진건 아니지만 충분한 공감을 이끌어내긴 충분했던 공연..
허인영 배우의 연기, 무척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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