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기스발트 쿠이켄의 독주회에 다녀왔다.

그의 바흐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연주 음반을 좋아하는 편인데 내한한다는 소식을 공연 몇 일 전에 들었다.
오늘 공연에서는 그가 복원한 '비올른첼로 다 스팔라'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을 연주했다.


공연 전 10분동안 '비올른첼로 다 스팔라'(어깨 위의 첼로라는 뜻이다)라는 악기에 대해 쿠이켄이 직접 설명했다.

비올른첼로 다 스팔라는 바이올린보다 약간 큰 크기로 턱과 어깨 사이에 고정하지 않은 채 스트랩으로 가슴 위 부분에 악기가 오도록 해서 연주하는 형태의 악기이다.
첼로 보다 하나 더 많은 현은 금속 재질이 아니라 거트 현을 쓴다. 자세히 듣진 못햇지만 활도 다르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설명에 따르면 바흐는 그의 첼로곡을 현대적인 첼로가 아니라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를 염두에 두고 썼을 것이라고 한다.
이 악기는 18세기 중엽까지 존재했다.


상체를 많이 사용하지만 악기를 고정하느라 목에서부터 허리까지 몸의 중심선이 일직선이어서 어딘가 어색한 몸놀림의 바이올린과 달리, 쿠이켄은 비올른첼로 다 스팔라로상체 전부를 사용하여 자연스럽게 밀고 당기듯이 악기를 연주했다.

소리는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함과 함께 약간 거친 면이 있었다. 어느 정도 저음은 나왔지만 첼로만큼 충분히 깊지는 않은 소리였다. 현의 재질 탓인지 다소 둔탁했고 흔히 마약같다고 칭해지는 현악기의 소리와는 많이 달랐다. 그래도 나름의 활기가 있었다. 가끔씩은 바이올린같고 가끔씩은 첼로같은 소리가 났다.

매력적이지는 않아도 재미있는 악기였다.


세 곡의 앵콜을 포함하여 1시간 30분 가량을 연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