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에 월루 짓을 해가며 쓴 관람후기라 앞뒤가 안맞을 수도 있는 것을 감안하고 봐주세요.-

대전을 30년 넘게 살면서 선화동에 상상아트홀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어릴적 동양백화점일때부터 다녀서 사실 선화동은 내 나와바리였는데.. nc백화점 뒤에 자갈구이 고깃집도 오지게 맛있는데..(연극 끝나면 꼭 가보길 추천한다.)

암튼. 어제 파리대왕을 봤다.
상상 아트홀 선화동에 있제?
내가 임마~! 상상 아트홀에서! 어저께도! 어!? 연극표도 사고! 어!? 연극도 보고 어!? 다 해쓰 임마!!

당연한 얘기지만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파리대왕에는 파리는 없었다.
기대평에도 썼지만, 극단 아라리의 재해석과 표현을 기대하며 봤다.

영화와 연극 모두 개봉일/첫공에 보는것이 좋다.
하지만 영화는 녹화본이고 연극은 라이브다.

첫공의 연극은 배우들의 기합이 살아있다. 첫날이기에 실수하지 않으려는 긴장감과 열심히 하고자 하는 열정넘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때로는 다듬어지지 않은 다이아몬드 원석과 같은 모습이 나올때도 있으나 나는 그런 점을 좋아한다. 완전하지 않기때문에 완전해지려고 하고, 그렇게 더욱 완전하고 완벽한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제의 파리대왕은 바로 그 에너지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극의 재해석도 중요하지만 살아숨쉬는 현장감이 나를 만족시키기엔 충분했다.
그렇다고 연기가 완벽하지 못했다고 탓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삶도 완전하고 완벽하지 못할진데 어찌 연극이 그렇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연기자 스스로 완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그런 걱정과 염려가 있기에 그 연기는 당연히 완벽하고 완전할 수 밖에 없고, 그러한 경험이 쌓여서 점점 더 탄탄하고 멋진 연기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릴 적 읽었던 파리대왕은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발번역이 판을치고(사실 어릴땐 발번역인지 몰랐음) 번역가 자신이 유식하다는걸 뽐내기위해 한자어가 남무해서, 미취학아동~10대청소년들이 등장인물인데도 불구하고 무슨 사극을 보는것같은 말투를 쓴다. 그나마 영화는 괜찮았다. 하지만 소설 파리대왕의 그 발번역으로 인해 사실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영화였다.

어제 봤던 극단아라리의 파리대왕은 남달랐다. 소설에선 느낄 수 없었던 생동감, 영화에선 느낄 수 없었던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원작이 있는 연극/영화의 경우 원작을 본적이 없거나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연극/영화 작품도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어제의 파리대왕은 아니었다. 난 소설과 영화를 봤고, 와이프는 소설과 영화를 안봤다. 원작에 대한 이해가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연극을 보고 나온 후의 느낀점과 감동, 이해도는 큰 차이가 없었다. 물론 나는 원래 쓰잘때기 없는 부분을 파고드는 것을 좋아해서 소설과 영화 외에도 각종 리뷰어나 평론가들의 글을 읽었었기 때문에 조금의 차이가 날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배제하고 보자면 나와 와이프의 감정은 사실 거의 같았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연극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어렵지만, 원작소설에 대한 재해석과 표현력은 가히 뛰어났다고 볼 수 있겠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나처럼 덕후스러운 면이 있다면, 꼭 보는 것을 추천한다.
덕후스럽지 않더라도 봐라. 후회하지 않는다.

극단 아라리의 다음작품 역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