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의 맛

"베이비댄싱" (작:최지은 연출:나정원 무대:김진기 조명:황종량 음악:박문정 움직임:김재만 출연:주예은, 고현, 윤부진, 최지은, 고훈목 제작:배우 地 극장:후암씨어터 별점:★★★★☆) 10분이나 늦게 도착 했는데 공연을 볼 수 있어서 다행 이었다. 고아로 자란 영아와 경수는 어느 하숙집 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리고, 하룻밤의 실수로 임신을 하게 된다. 키울 능력이 안 되는 이들은 아이를 지우려고 하지만, 하숙집 주인 아줌마의 소개로 아이를 부잣집에 넘기기로 하는데... 안 봤는데 영화 "브로커" 가 생각난다. 비극으로 마무리 되지만 요즘같은 저출산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역시 마지막의 꽃잎 내리는 장면이 좋았다. 이 장면과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좋아서 별점 1개 추가!

부모의 자격

영아와 경수에게 아이가 생겼다. 하지만 영아와 경수는 아직 나이가 젊고, 아이를 키울 자신과 돈도 없다. 영아는 아이를 지우려고 하나 경수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고 한다. 경수에게도 솔직히 답은 없다. 그런 가운데 주인아줌마의 제안은 그들을 흔들리게 한다. 주위에 아는 사장님이 있는데, 오랫동안 생기지 않아 걱정이 많다면서, 아이를 사장님 부부에게 건네준다면, 당신의 꿈과 미래를 위한 돈을 주겠다는 제안..영아와 경수는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만약 나라면..
영아는 대학교 진학과 등록금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고, 경수는 원하는 카센타 사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이와의 인연은 여기까지..만약 나라면..
사람들마다 각자의 사연이 있을 것이다. 나는 영아와 경수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들의 의견에 존중한다. 또한 사장님 부부의 과도하지만, 얼마나 아이를 갖고 싶었으면 간절한 마음이 전달된다. 서로에 대한 부족함과 결핍을 거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이다. 문제는 바로 아이라는 생명이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냐는 것이다.
만약 나라면..이 거래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솔직히 지금 내가 영아와 경수의 상황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거 같다. 어짜피 지울 아이였다면, 이렇게라도 내가 아닌 부유하고 행복한 가정에서 살아준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라고..
그러나 사람은 참 간사하다. 그리고 변한다. 처음 경수가 영아의 아이를 원했던 마음은 점점 사라지고, 영아는 반대로 아이에 대한 모성애는 점점 커지고..
그만큼 엄마에게 아이는 내 뱃속에서 태어난 자식으로서의 사랑이 더 큰 것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만큼..사장님 부부가 아이를 절대적으로 원하는 그 마음보다 더 크게..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좋은 그림은 아이에게 모두의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닐까..왜 부모는 엄마가 1명, 아빠가 1명이어야 하지..아이에게 사랑을 많이 준다면 그것이 아이에게 그리고 부모에게 최선이 아닐까..

<베이비댄싱> 은 아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아기를 둘러싼 다섯 등장인물의 이해관계와 갈등에 대한 이야기이다. 극작가 겸 배우 최지은이 작가이다. 스토리 구성이 탄탄하며,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양한 에피소드로 유머와 페이소스로 잔잔하게 생각할 여지들을 스며들게 한다.
영아 역의 김봉방 배우의 연기가 돋보인다. 어린 나이에 임신하여, 자신의 꿈과 아이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연기를 잘 보여준다. 주인아줌마 역의 윤부진 배우는 공연에서의 감초 역할로 코믹스런 연기를 잘 보여준다. 사모님 역의 임정은 배우는 마치 자신이 임신한 것처럼 아이를 갖고 싶은 열망을 연기를 통해 잘 보여준다.
최근 개봉한 ''''브로커'''' 에서도 비슷한 주제로 이슈를 던진다. 단지 아이를 태어나게 해주었다고 부모의 자격이 주어질 수 없다. 부모는 쉽게 얻어질 수 없는 타이틀이다.

대학로 후암씨어터에서 연극 [베이비댄싱]을 봤다.
인간이 가지는 사랑, 욕심, 후회, 갈구, 절망, 회한…
[베이비댄싱]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져보았을 감정들을 밀도 깊게 파고들며 극적인 상황을 써내려간다.
사람들의 모든 행동은 자신의 입장에서는 모두가 타당하다.

축복받지 못한 인생을 살아온 영아가 축복받지 못한 생명을 잉태한다. 그리고 그 아이는 사람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영아의 뱃속에서 자란다.
첫 태동이 있던 날…
기다리던 아기를 느끼게 된 그 날부터 사람들은 오롯이 자신의 욕망만을 향해 돌진한다.
아기를 잉태한 영아만 빼고…

[베이비댄싱]을 통해서 그릇된 욕망이 인간의 존엄성을 어디까지 실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비인륜적이고 엽기적인 행동을 하면서도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인물들을 보면서 웃음이 나기도 하고 왠지 모를 불쾌감과 불편함으로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시종 웃음을 주지만 영아가 배 속에 아기를 생각하며 우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개인적으론 하숫집 주인으로 나온 윤부진 배우가 맛깔나고 재미있게 연기를 아주 잘 한 것 같다.

너무 좋은 작품으로 꼭 추천 드리고 싶다.


시놉시스는


둘 다 고아로 자란 영아와 경수 그들은 하룻밤 실수로 아기를 갖게 된다.
서로의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데다가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어린 영아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뱃속의 아기를 지우려고 한다.

엄마의 정? 모른다. 알 턱이 없지.
반대로 아기의 아빠인 경수는 자신의 아이만큼은 자기가 누리지 못한 사랑까지 모두 주려고 다짐했었다.
둘의 갈등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그들이 살고 있는 하숙집의 주인아주머니.

외동딸 하나만을 잘 키우기 위해 남편도 없이 혼자서 열심히 공부시켜 미국 하버드대에 유학까지 보냈다. 그런데 미국의 하숙집 주인들이 자기의 딸을 양딸 삼으려고 한단다.
기가 찰 수 밖에… 어떻게 키운 딸인데…
하지만 매 학기 등록금과 집세가 만만치가 않다,

매일 전화통 붙잡고 돈 빌리는 게 그녀의 일과다.
그러다가 가사도우미로 있었던 집 며느리가 아이를 못 갖는 걸 생각해내는데…
우연히 듣게 된 하숙집 커플의 낙태가 떠올라 두 커플을 연결시켜주는 아기브로커가 된다.

사장님 부부는 모든 걸 다 가진 사람들이다.
부모의 어마어마한 유산을 상속 받을 자식을 제외하고는…
입양은 안 된다. 주의의 시선도 있고 언제 자기들에게 등을 돌릴지 모르기 때문.
그래서 이들은 진짜 자기 아이를 갖기를 결심한다. 어떻게?
낙태하려는 아기를 자기들의 아기로 만드는 것.

이렇게 세 팀이 만나 아기 만들기 특급비밀 프로젝트에 돌입하는데…

극의 내용은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중간중간 유머 코드가 많이 들어가 있어 러닝타임 80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젊은 배우 일색의 대학로에서 윤부진 같은 배우님의 멋진 연기를 볼 수 있었던 것도 참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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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5분 모두 연기 잘하시고, 재밌는 연극이에요.
8월 21일까지 공연된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보고 나면 후회하지 않을 재밌는 연극이니, 시간 되는 분들 꼭 보세요.
베이비 댄싱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