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너무 많이 한 탓인가, 아님 내가 수준이 낮은건지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다.

바로 앞에서 봤는데도 에너지가 많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이가 많으신 배우분들의 연기는 안정적이고 보기가 편했는데

그에 반해 니나나 콘스탄츠같은 주연배우의 연기는 약간 보기에 불편하고 집중이 깨지는 것 같았다.

내용은 전반적으로 아주 좋았다.

너무 질질 끌지도 않았고 이해가 어렵지도 않았다.

내가 어려서 더 깊게 느끼지는 못했을 수도 있지만

비극의 어떤 것이 느껴진 것 같다.

아르까지나는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었다.

나는 연극을 보는 내내 아르까지나에게서 한치의 모성애도 느낄 수 없었다.

분명히 그런 부분도 있었지만, 나는 그게 아르까지나의 이기심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가 않았다.

여배우로서, 여자로서는 멋있고 프로페셔널한 여자이지만

한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정이 가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니나와 뜨레쁠레프는 너무나 안쓰럽고 불쌍했다.

뜨리고린과 사랑에 빠지기 전까지의 니나는 생기있고 명랑하고 미래가 밝은 아가씨였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버려지고 난 후 니나는 망가졌다.

나같으면 그렇게 비참하게 버려지고 잊혀졌으면 뜨리고린에게 복수하기 위해 매달렸을텐데

더 비참한 것은 니나는 끝까지 뜨리고린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사랑할 수도 있을까?

뜨레쁠리프에게서..매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기적인 엄마 밑에서 자라나 약간은 우울하고 자기방어적이고 소심한 사람같아 보였다.

이기적인 엄마 때문에 상처받은 것도 불쌍했고,

자신의 예술을 인정해주지 않는 것도 불쌍했고,

사랑하는 사람을 드디어 만나게 됬는데 그녀는 아직도 버림받은 대상을 사랑한다고 자기를 붙잡고 울부짖을때도 너무 불쌍했다.

이런 것들이 한데 모여서 폭발해버려서 뜨레쁠리프는 자살하게 된 것일까?

끝까지 뜨레쁠리프는 우울하게 생을 마쳤다..

뜨레쁠리프를 사랑하며 자신을 밀어내는 마샤를 사랑하는 그녀의 남편 메드베젠꼬도 불쌍했다.

결혼하게 되서 표면적으론 마샤를 가지게 되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평생 갖지 못할 것이다.

뜨리고린은 정말 짜증나는 인물이다.

뻔뻔하고 아르까지나에게 휘둘리는 우유부단한 남자..

연기와 인물의 매력으로서 제일 좋았던 배역은 쏘린, 도른, 마샤다.

쏘린과 도른은 연기가 아주 안정적이고 연극에 활기를 실어주면서

어떤 노련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샤도 연기가 안정적이었다.

인물도 매력있었다.

우울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래도 메드베젠꼬를 자꾸 밀어내는게 좀 그랬다.

왜 메드베젠꼬에겐 어떠한 여지도 주지 않는걸까?

그렇게 옆에서 성심성의껏 지켜주는데..

니나와 뜨리고린이 사랑에 빠질때, 니나의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정말로 사랑에 빠진 눈빛이었다.

아르까지나가 뜨리고린을 광적인 말솜씨와 카리스마로 현혹시킬 때도 인상적이었다.

막 열변을 토하고 나서 "이제 내꺼야" 라고 자신있게 단정짓는 모습이 뭐랄까 멋있었다.

마지막으로..전체적인 느낌과 조화는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