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에 속한 어떤 이들에게 중요한 시간대를 다루고 있는데 동시에 그것은 이화여대에 속한 학생들에게도 중요한 시간. 동시에 거기에 속했으나 어느 순간 속하지 못하게 된 존재의 기억의 조각들. 조각들을 엮어내는 극작의 기술적 완성도와 이를 무대 위에 절묘한 밸런스로 구현한 연출(다소 실험적인 연출들이 있는데도!) 모두 너무 좋았습니다. 연기, 음향, 조명, 무대이 다 잘 어우러졌던 것 같아요(산울림 극장의 구조도 극이랑 잘 어울렸어요). 좋은 극을 보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연출의 명확한 의도와 구성원의 지난한 고민들을 공연 후에 공연을 곱씹으며 느꼈습니다. 공연을 보면서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내적 웃음과 내적 고통을 느끼며 몰입해서 봤어요. 여러 장면이 선명하게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다시 보고싶네요. 재공연... 할 수 있는 기회가 꼭 주어지면 좋겠습니다. 극의 화자는 자기의 선택에 대해서 곱씹으며 고통스러워하는 동시에 그럼에도 미래로 나아가기로 결정하는데, 그런 화자를 지켜보며 그리고 그 화자의 조각들에 대해서 생각하며 문득, 제 인생의 기로에서 이 극이 생각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좋은 공연 만들어 준 창작진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이 연극은 2016년 대학에서 일어난 점거농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저는 이번 여름에 있었던 대규모 교사 시위를 떠올렸습니다. 어쩜 이리도 닮았을까요. 제 이야기, 우리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추동하는 힘을 준 것. 그것이 연극의 책무 중 하나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좋은 연극 감사해요~

이 연극의 끝은.. 바통을 건네받은 내가 문밖을 나서며 새로운 2막이 펼쳐질꺼다. 그러니 어서 움직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