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조금 더 젊은 시절, 음악회에서 들었던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은 미래를 기대하고 꿈꾸는 느낌이었다면, 가족과 함께한 이번 공연은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현재를 노래하는 감정이다.
송구영신 시기에 이 보다 더 좋은 음악과 공연은 없을 것이다.

훌륭한 공연 감사합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멋지게 보낸 것 같아요.^^

요엘 레비 지휘자의 고별 공연을 본게 엊그제같은데 벌써 잉키넨과 작별이라니 새삼 세월이 참 빠르다 싶네요. 연말에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 공연을 매년 번갈아가며 베토벤 9번 교향곡을 들으며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제겐 참 소중한 행사입니다. 이번 공연은 대체로 좋긴 했지만 뭔가.. 폭풍같은 감동은 없었어요ㅠ 그래도 평을 보면 올해 서울시향 연주보다는 관객들이 더 많이 만족했더라구요!

12월 24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유난히 반짝였다. 그날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KBS 교향악단과 베토벤의 음악이었다. 특히, 지휘를 맡은 피에타리 잉키넨은 그동안 쌓아온 탄탄한 이력을 바탕으로, 관객을 완벽한 음악 세계로 인도했다.

첫 번째 곡, 베토벤의 합창 환상곡은 피아니스트 박재홍의 뛰어난 연주로 시작되었다. 페루초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의 기량은 놀라웠고, 그가 만들어내는 음 하나하나는 베토벤의 섬세한 의도를 생생히 전했다. 후반부에 들어서 합창단과 솔리스트들이 더해지며, 마치 한 편의 거대한 음악 드라마를 보는 듯한 감동을 선사했다.

잠시 쉬는 시간 후, 대망의 교향곡 제9번 ‘합창’이 시작되었다. 잉키넨 지휘자가 이끄는 KBS 교향악단은 곡의 첫 음부터 전율을 일으켰다. 1악장의 무게감, 2악장의 활기찬 에너지, 3악장의 서정적인 멜로디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그리고 4악장에서 모든 음악적 요소가 폭발하듯 울려 퍼졌다. ''환희의 송가''를 부르는 솔리스트들과 합창단은 그 자체로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았다.

특히, 소프라노 서선영의 청아한 목소리는 천상의 소리를 닮았고, 메조소프라노 사비나 김과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은 묵직하면서도 깊이 있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테너 국윤종 역시 곡의 감정을 완벽히 표현하며, 관객들의 숨을 멎게 했다. 고양, 안양, 인천 시립합창단이 이루는 거대한 하모니는 관객들을 진정한 ''환희''로 이끌었다.

크리스마스이브, 베토벤의 음악은 단순한 연주를 넘어, 삶의 환희와 아름다움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경험이었다. 음악으로 하나가 된 관객들과 연주자들, 그리고 그들 사이를 잇는 잉키넨의 KBS 교향악단과의 마지막 지휘봉은 오늘의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게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