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8 연극 하미를 보았습니다.

연극보면서 가해자성과 피해자성을 공존하고 있는 우리의 삶이 보였습니다.
전형적인 피해자상이 아닌 지나간 역사속의 유물 또는 잔재 속에서 우리에게는 잊혀졌으나, 아직 그 피해로 삶이 파괴되었던 사람들에게는 아직 현실인 사실들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삶은 제나름대로 버겁고 힘듭니다. 매일 매일 고민과 힘듦. 그 속에서 남의 상처나 과거의 역사 돌아볼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근데, 내가 잘못 살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내가 당연히 누려온 우리나라 인프라. 그 바탕이 되었던 경제성장기에서 베트남전에서 발생한 경제적 이익 외 일어난 참사에 대해서 저는 어느 정도의 죄를 가지고 있는 걸까요? 내지는 제가 서있는 이 땅 발판은 얼마나 단단한걸까요? 저는 얼마나 떳떳할 수 있늘 걸까요? 이런 생각이 연극을 보고 나서 들었어요.

안됐다 슬프다 같은 단편적인 지나가는 감정이 아닌, 실제 현존하는 문제상황에서 저는 이 문제를 얼마나 책임지려는 생각으로 마음에 담아야할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뭐, 물론 정답이 있는 건 아닌 문제이지만요.

연극이 진행되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이 문제에 대한 접근이 사람마다 다 제각각인 것을 연극 중에 담았던 점과 너는 그래서 어떤 입장인지를 물어봐 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열린 마음으로 문제를 고민했던 거 같아요. 꼭 피해자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강요하는 입장도 아니었고 원숭이쇼마냥 피해자의 군상으로 베트남 사람들을 몰아가지도 않았고 그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네의 입장들을 담아내서 참 좋았습니다.

이런 사회고발적 극을 만드는 제작진들 당신 본인들의 입장에 대한 고찰, 반성 (소재로서 소비하고 있진 않는가?)라는 입장도 있어서 참 용기 많은 분들의 많은 다각적 생각들을 한 자리에서 정리되어 보았고 멋졌습니다.

음, 전쟁은 참 무섭구나, 피폐하구나. 무지막지하구나 싶어서 그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있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요새 세상 돌아가는 거 보면 참 어찌살아야할지 막막 합니다. 그냥 그 막막함을 같이 고민하는 사람들이 저 멀리 또 있구나 싶어서 막연히 의지되는 신세계의 연극이었습니다. 응원합니다.

2025년에 어디선가 다시 무대화 되길 기원합니다.

시국이 번잡하니 이 공연이 더 생각납니다
지구 반대편에선 전쟁으로 누군가가 죽어나가고
지금 지구 이쪽에선 계엄이 웬말이냐

총을 들고 겨누는 한국사람들을 보고
저게 우리 미래라고? 정말 끔찍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극장을 나왔는데
실제 상황이 벌어졌네요

미래를 예언하는 공연.... 정말 우리 괜찮을까요?

한번 더 보고싶다
계속 생각난다 대본집 만들어주실 수 있나요?
워낙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보니
다시 보면서 꼼꼼히 체크해보고 싶다
백과사전같았다

이번에는 또 어떻게 새로운 접근으로 놀래켜줄 지 기대했었는데 역시나 기대 이상의 공연.

무엇보다 관객을 작품의 외부에서 수동적으로 존재하게 두는 게 아니라 작품의 일부분으로 끌고와 관객이 수동적일 수 없게 만드는 포인트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작품의 일부로서 존재할 수 있는 경험을 관객이 경험해볼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불편한 이야기를 관객에게 똑바로 마주하게 하는 신세계지만, 관객에게 매우 친절하기도 하다. 그게 바로 신세계의 매력 포인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공연 <하미>에서 신세계는 모든 소통창구를 통해 미리 배우의 소통과 접촉이 있는 ''평화석''에 대해 사전에 알려주고, 공연 중 사진을 찍는 장면에 대해 사전에 설명하고 혹시나 불편해할 관객을 위해 마스크를 구비해두는 등, 관객에게 세심한 배려를 하는 모습이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이 상반된 매력이 신세계에 더 눈이 가게 한다.

앞으로의 신세계가 보여줄 다음 공연들은 또 얼마나 기대이상일까.

연극 하미는 관심 없고 잘 알지 못했던 전쟁 이야기를 쉽고도 가슴에 와닿게 풀어냈습니다. 특히 극단원들의 연기는 정말 압도적이었고, 각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듯했습니다. 작품을 보며 과거의 비극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미래에도 닥칠 수 있는 현실이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킨 연극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