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잃지 않을게요

무명 준희를 보았습니다 "우리 같이 시를 쓰자"
- 글을, 시를, 언어를, 노래를, 생에 대한 사랑을, 자유와 정의에 대한 갈망을, 우리가 할 수 있는 있다고 믿는 일들을, 변두리의 삶을, 무용한 이름들을, 절망하지 않으려고 절망하지 않으려고 제발 절망하지 않으려고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지만.

- 일단, 스포 없는 시놉시스부터 이야기해봅시다.
- 배경은 1940년대 일제시대, 준희는 부모를 여의고 낮에는 과자점에서, 밤에는 번역일로 돈을 버는 청년입니다. 준희가 가진 전부인 어린 동생 연희는 보육원에 있는데, 연희는 때때로 엄마가 남긴 조선어 편지를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준희의 과자점에 어느날 연희전문에 다닌다는 문학도 정우가 나타나, 본인의 시를 번역해 외국에 조선어 그대로 출판하는 것을 도와달라며 막무가내로 요청합니다. 준희는 처음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하지만, 연희전문 창고에서 정우의 시들을 읽고 크게 감명해 그를 돕기로 합니다. 정우와 준희는 정우의 시로 회지도 만들고, 준희를 통해 연희에게, 그리고 여기저기 전해진 정우의 시는 전국 각지의 독자들에게 힘을 줍니다. 여기까지가 발단 전개
- 그러던 와중 조선어학회 사건이 발생하고 정우의 스승들이 잡혀가면서, 정우는 학생들 앞에서 선동가로 나서게 되고 준희와 정우의 운명이 흔들리게 됩니다.

- 그리고 스포 없는 감상.
- 어쨌든 이 극은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극입니다. 준희는 엄마아빠가 없고 어릴 적처럼 글을 쓰지는 못해도 자신의 시간으로 연희와의 삶을 지키려고 하고, 정우는 자신이 사랑하는 조선말과 가르침을 주었던 조선어학회의 스승님들을 지키려고 합니다. 연희도 보육원 선생들이 아무리 조선어 사용을 금지해도, 조선어로 쓰인 엄마의 편지와 정우의 시를 잃지 않으려 애쓰구요.
- 그렇지만 무엇인가 잃어본 적이 없는 정우, 연희와 달리 준희는 독립운동을 하던 부모님을 잃은 경험이 있고, 그렇기에 선동가로 나서는 정우나 친구에게 조선어를 가르쳐주는 연희를 말리지도, 응원하지도 못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자신들이 소중히 여기는 조선어를 지키기 위해 나아가는 정우와 연희 사이에서 황망하고 곤란한 표정으로 남겨진 준희는 안쓰럽기도 합니다. 지키고 싶은 내 전부들이 내가 지켜줄 수 없는, 따라갈 수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을 불안한 예감 속에 바라볼 수밖에 없는 두려움. 잃은 것이 많아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는 사람의 위태로움. 어쩌다 준희는 저 너머로 나아가는 이들을 마음에 두게 되었을까. 그렇지만 사실 준희도 본디 그런 사람인 것 아니었을까. 현실이 발목을 잡았을 뿐. 엄마아빠를 닮은 사람.

- 그리고 스포 있는 스토리.
- 정우가 학생 운동에 매진하는 사이, 불운하게도 연희가 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연희는 보육원의 친구 미애에게 몰래 조선어를 가르쳐 주고, 엄마의 편지나 정우의 시를 읽어주며 매일 우는 미애를 위로하고 있었는데, 보육원 선생에게 들켜 엄마의 편지와 정우의 조선어 시를 모두 보육원 우물에 버렸다가, 차마 버릴 수 없어 우물에서 다시 꺼내려다 우물에 빠져 죽고 맙니다. 준희는 실의에 빠져 한 달 넘게 방안에 틀어박히지만, 연희가 사랑했던 정우의 시를 읽으며, 이 시를 꼭 외국에 출판해 남기겠다는 다짐으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특히 정우가 본인의 시가 미국 기자에게 전달되어 출판될 수 있겠다고 소식을 전하자 그 일을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 선동가로 나선 정우와 학생들의 집회는 실패로 돌아가고 정우는 경찰에게 잡혀 조사를 받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정우의 변론에도 불구하고 정우의 시가 조선어학회 선생들이 학생들에게 민족주의 의식을 가르치고 독립운동을 꾀했다는 증거로 쓰여 선생들이 죽게 되는 원인이 됩니다. 정우는 자신의 시가 누군가를 죽인다는 점에 경악하여 준희의 만류에도 자신의 시를 모두 태운 뒤 절필하고, 상해 임시정부로 떠나 폭탄 테러를 계획합니다.
- 그러나 정우의 폭탄 테러는 실패하여 경찰에 잡히고, 같은 시각 타고 남은 정우의 시를 복원한 준희도 정우의 시와 자신의 시를 외국에 보내려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잡힙니다. 경찰 조사에서 준희는 자신의 행위가 정우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시인하는 서명을 강요받게 되고, 정우는 편지를 통해 자신은 이미 자신의 시로 선생들을 죽인 사람이니, 너는 그 조서에 서명하고 풀려나라고 애원합니다. 아울러 우리의 시가 미국 기자에게 전달되었다는 자신의 말은 연희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져있는 너를 살리려 했던 거짓말이라고 시인하며, 우리의 시를 전달해봤자 아무 소용없으니 너라도 살아서 나가라고 강권합니다.
- 준희는 정우의 조선어 시가 미국 기자에게 전달된 적이 없다는 말에 좌절하지만, 그래도 조서에 거짓을 작성할 수 없고, 거짓으로 혼자 살아남을 수 없으며, 연희가 사랑했던 정우의 시와 정우를 지켜야겠다고 다짐합니다.
- 광복 후, 준희는 죽고 정우는 살아남습니다. 정우는 준희가 남긴 마지막 유서를 읽으며 준희를 추억합니다. ''우리 같이 시를 쓰자'' 라는, 자신에 준희에게 누누히 했던 말로 끝나는 준희의 유서를 읽으면서요.

- 스포 있는 감상.
1. 에필로그에서 정우가 준희의 유서를 읽는 장면은 환영으로 나타난 준희와 정우의 듀엣으로 불려집니다. 극 중 내내 이 공간에 있지 않은 사람이 글을 통해 나타나곤 해요. 준희가 연희에게 정우의 시를 소개해줄 때, 그 자리에 있지 않은 정우가 무대 위에 등장한다거나, 연희가 죽은 후에 연희의 편지를 생각하는 준희 앞에 연희가 나타나는 식입니다. 그것은 글을 통해 우리가 서로를 느낄 수 있다는 극의 중심소재이기도 합니다. 정우의 시를 준희가 연희에게 처음 소개했을 때 준희가 했던 말이기도 하죠.
1-1. ''우리 같이 시를 쓰자'' 정우는 이제 준희가 없지만, 준희의 유서로 남은 시만으로도 준희 곁에 앉아 있는 것 같습니다. 준희의 시는 다 검열되서 읽을 수도 없지만, 환영으로 나타난 준희가 정우에게 말합니다. ''너는 알잖아. 너는 읽을 수 있잖아.'' 저는 이 극 마지막에 자꾸 정우의 마음이 되어서, 준희의 이 말에, 모른다고 대답하고 싶어져요. “준희야, 나는 너의 글이, 너의 시가 정말 읽고 싶은데, 듣고 싶은데, 너의 대답이 알고 싶은데, 말해주면 좋겠는데, 사라지지 않으면 좋겠는데, 없어지지 않으면 좋겠는데. 준희야, 우리가 어떻게 알아. 네가 네 목소리로 말해주지 않으면 그걸 어떻게 알아. 몰라. 모른다고. 네가 여기 곁에 없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어떻게 읽어.”

2. 에필로그 직전, 극의 클라이막스에서 정우를 살리기로 결심한 준희는 연희의 편지와 정우의 시들을 생각하며 조서를 내팽겨칩니다. 정우에게 전해진, 다 검열된 유서는 그때 쓰여진 것 같아요. 뮤지컬이라는 것이 으레 그렇듯이 그 마지막 넘버는 앞서 불려 졌던 여러 넘버들을 짜집어서 진행되는데, 그것이 어쩌면 준희가 연희와 정우와 함께 했던 모든 시간들을 회고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넘버의 절정에서, 무대 뒷편에 장막이 걷히면서 벽 가득히 붙은 수많은 종이들이 드러납니다. 그것은 아마 준희 마음 속에 무수히 남고 쓰여진 글들, 연희의 편지, 정우의 시, 그리고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했던 준희의 수많은 시들, 수많은 대답들, 준희가 보낸 오랜 시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슬펐습니다.
2-1. 그 글을 다 불태워서 그 글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준희가 보여서. 그래서 자기 마음 속에 수많은 글들을 바라보다가 준희가 서럽게 울며 엉망이 된 얼굴로 노래할 때, 준희를 붙잡고 싶고 위로하고 싶어져요. 준희는 얼마나 많은 것을 후회했을까. 연희를 자주 보러 가지 못한 것. 엄마의 편지를 알려주고 정우의 시를 보내준 것도 후회했을 텐데, 어쩌면 조선어를 가르쳐준 것을 후회했을지도 모르겠어요. 혹은 자신의 길로 나아가는 정우와 연희를 보며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자신을 책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서. 진작 했어야 하는 대답들을 연즉 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고 있을 것 같아서.
2-2. 그렇지만 그렇기에, 준희의 결정은 그런 절망에 의한 것이 아닌 것. 이것은 정말로 희망인 것. 나의 문장을 다 모아서, 다 태워서, 다 짓이겨서 너를 지킬 수 있다는, 나를 살렸던, 우리에게 대답해줬던, 연희에게 희망이 되었던, 너의 시를 살릴 수 있다는 희망 가득한 결정인 것. 그래서 준희는 유서 끝에서 정우에게 정우의 말을 되돌려 주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같이 시를 쓰자고.

3. 정우에게 이제 글은 저주받은 것이 되었는데. 그런데 이제 할 수 있는 것이 글을 쓰는 것밖에 없습니다. 글 때문에 저주받았는데 우리는 또 글로써 구원받겠지. 혹은 구원받지 못한 채 내내 글을 쓰는 지옥에서 살아가거나. 정우는 앞으로 얼마나 준희를 생각하며 시를 쓸까요. 얼마나 많이 준희를 쓰게 될까요. 얼마나 많이 준희의 시를, 그 목소리를, 사라지지 않게 하려고, 없어지지 않게 하려고 글을 쓸까요. 우리는 얼마나 많이 글을 써야 할까. 얼마나 많은 말들이 터져 나올 때까지 우리는 또 쓰고 또 써야 할까. 얼마나 많이 듣고 또 들어야 할까. 말들이 터져 나오게 해줘. 문장들이 쏟아지게 해줘. 들리지 못했던, 말할 수 없었던, 읽히지 못했던 단어들이 바람에 나부끼게 해줘. 정우야, 우리는 그래야 해. 그럴 의무가 있어. 우리는 아무도 지키지 못했으니까.
3-2. 준희가 정우를 지키면서 역으로 정우는 무엇도 지키지 못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슬픕니다. 선생님들도 준희와 연희도. 나라는 해방인데 나는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채 살아남아서 여기에 있지.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을 감당하고 있지. 그렇지만 억울하게도 살아남은 자들이 해야 하는 몫이 있어. 원하지 않았어도 지켜진 사람들이 남겨야 하는 기록들이 있지. 우리만 들었던 이야기들이 있지. 우리가 부끄럽게도 계속 써야 하는 부끄러운 글들이 있지. 우리가 건네 받은 펜이 우리의 손에 있지. 아직도 힘이 남아 있지.
3-3. 그렇지만 정우는 결국 또 쓸 겁니다. 어찌보면 정우도 현실보다는 문장들에 관심 있던 도련님이었고, 준희는 어려운 현실을 안전하게 울타리치려 애쓰는 사람이었음에도 자신들을 덮치는 그 폭풍 속에서도 올바르게 살려고 애쓰는 선한 인물이었니까요. 정우를 보면서는 특히, 저런 식으로 당대의 문인들이 변절을 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글의 무력함에 마음이 꺾여버렸을 거라고. 같이 극을 보았던 어머니도 저도 정우를 보면서 이광수 같은 이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런 인물들에 비하면 정우는 또 얼마나 꼿꼿한 이였는지. 좌절할지언정 절망하지 않는 인물이었는지. 절망했다고 말하면서도 냉소하지 않고 마음을 불태운다는 것이 또 얼마나 어려운지. 그 길을 비척거리며 애써 가는 사람은 또 얼마나 안쓰러운지.

4. 정우는 준희의 시를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요. 정우가 준희에게 같이 시를 쓰자고 했을 때, 정우는 아마 준희가 좋은 시를 쓸 거라는 걸 알았을텐데. 혹여 준희가 본인보다 더 좋은, 훌륭한, 아름다운 시들을 쓰게 되었을 때, 본인이 그것을 엄청나게 질투하게 될 거라는 걸 알았음에도 정우는 준희의 시를, 대답을 알고 싶었을텐데. 준희의 시가 본인의 질시를 불러온다해도 정우는 준희의 시를 사랑했을텐데. 유일하게 남은 준희의 시가 검열되서 다 알 수도 없는, 본인만이 읽을 수 있는, 정우만 알 수 있는, 유서이자 어떤 연시라는 게, 기어코 살아남은, 혼자 살아남은, 자신의 시만도 못한, 정우를 얼마나 슬프게 하는지.
4-1. “장막이 거둬지며 펼쳐진, 드러난 수많은 문장들을, 수많은 습작의 편지 같은, 가을의 낙엽처럼 수없이 흔들리는 종이의 파도의 소리를, 준희 네가 말해주지 않으면, 네 목소리가 없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문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극이라서, 극에 등장하지도 않는 수많은 문장들이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것 같은 극이라서, 시들로 가득 찬 벽이 드러날 때 번번히 울음이 났습니다. 묻힌 문장들이 서러워서. 준희의 그 문장들은 다 어디로 가버릴까요. 그렇지만 준희는 그 모든 문장을 모아서 정우를 지키고 싶었겠죠. 이번에는 잃어버리지 않고 싶었겠지. 사실, 여기를 살아서 나간다고 해도 내게 무엇이 있겠어 싶겠지. 아무 것도 남은 게 없으니까.
4-2. 돌이켜 생각해보면, 시를 쓴 것은 정우지만 그 시를 살아낸 것은 준희라는 생각도 듭니다. "내 사랑이 끝내 날 죽이고 말 테지만 나는 나의 폐허를 기꺼이 안으리라 마침내 사랑이 끝내 날 또 죽이고 말테지만 난 기꺼이 난 내 사랑을 사랑을 말하리라" 정우의 이 시를 준희가 살아냈고, "나의 단어가 사라지기 전에 너의 침묵이 깊어지기 전에 나의 하늘이 무너지기 전에 너의 대지가 흩어지기 전에 우리 세상이 끝이 나기 전에 우리 호흡이 끝이 날 때까지 지금 내게 말해줘 나를 잡아줘" 이것도. 정우가 하겠다고 말한 것들, 누군가를 지키는 일도, 사랑하는 일도, 사랑을 말하는 일도, 사랑 때문에 죽는 일도, 모든 것을 빼앗기기 전에, 없어지기 전에, 무너지기 전에 정우를 붙잡고 정우를 지키는 일도, 준희가 했습니다. 준희야 너는 시를 살아냈구나. 네 삶이 시가 되었어.

5. 그리하여 이 이야기는 사랑하는 것을 지키는 이의 이야기 혹은 실패한 이야기. 자신을 살린 낱말들을, 자신이 사랑하는 연희를, 연희가 지키려던 조선어를, 연희가 사랑하던 대답들을, 그 대답을 해준 정우의 시를, 연희가 사랑했던 것들이 남아 있기에, 자신의 모든 글들을 바쳐서, 이름마저도 바쳐서 지킨 준희의 이야기, 그리고 그렇게 지켜진 정우의 이야기. 그래서 극의 제목이 ‘무명, 준희’

6. 두고두고, 연희가 아깝습니다. 어른이 되었으면 연희는 아주 멋진 사람이 되었을텐데. 연희의 바람대로 모두를 덮을 이불을 펼치고 모두를 연결해주는 사람이 되었을텐데. 그 폭력 속에서도 미애를 지키고 말을 지키던 연희는 모두를 지키는 사람이 되었을 텐데. 엄마아빠처럼. 준희의 환상 속에서 혹은 기억 속에서 연희가 바라던 꿈들이 모두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것이 그 섧디섧은 이야기의 절정에서 너무나도 안타깝고 안쓰러웠어요. 오빠에게 자신이 만들 넓은 이불의 한 켠을 주겠다는 애정 어린 말이 더 없다는 것이, 자꾸 슬펐는데.
6-1. 어머니는 이 극이 조선어학회나 독립운동같은 거대담론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연희 같은 인물이 있다는 것이 이 극의 좋은 점이라고 하셨습니다. 두 성인 남성 배우 사이에서 열연하는 아역 배우이기도 하기 때문에 실제로 극의 구성 면에서도 명랑한 목소리로도 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희라는 인물이 주인공인 준희의 이야기 속에서 장치로 사용된 것 같은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도, 안타깝게도 일찍 끝났을 뿐 연희에게는 연희만의 멋진 모험담과 가열찬 투쟁과 서사가 있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요. 그게 너무 짧았다는 것이 인간적으로 아쉬울 뿐. 자신이 누구를 닮았냐는 연희의 질문에 답한다면, 아무래도 엄마아빠를 닮았겠죠. 어쩌면 극 중 어떤 인물보다도 멋지고 망설이지 않고 꺾이지 않는 혁명가겠지, 연희는. 시대의 불행 속에 너무 짧게 끝났지만.
6-2. 연희와 준희는 얼마나 좋은 남매였을까. 다른 시간선에서 정우는 또 얼마나 연희에게 좋은 오빠 친구였을까. 준희가 정우의 시를 연희에게 소개하는 장면에서, 그 자리에 물리적으로는 없는 정우가 뜬금없이 등장해 연희와 함께 춤을 추는 연출이 정말 좋았습니다. 준희가 소개하는 정우의 시가 어떤 시인지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 얼마나 정우의 시가 연희와 마음이 맞는 시인지 벌써 준희는 알아서, 준희가 소개하는 정우의 시가 참 따뜻해서. 준희에게 정우의 시가 유쾌하고 춤추게 하는 시라는 것이 눈에 보여서 좋아요. 어쩌면 준희는 이미 정우를 정우의 시를 통해 만나면서, 그가 다정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구나 싶습니다.

재밌게 잘봤습니다

동이에요

전에 피크닉으로 너무너무 재미있게 보고 왔던 기억이 있어서, 똑같은 페어로 다시 보러왔어요. 좋았던 부분은 다시 보니 더더 좋았고 여러번 볼수록 새롭게 보이는 부분들도 많아서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후기를 쓰는 지금은 공연이 끝나서 너무너무 아쉽지만, 꼭 언젠가는 같은 페어로 재연이 돌아와줬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