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만에 가본 오케스트라 아는곡은 재미있으나 모르는 곡은 난해한것 같아
자주 가서 연습을 해야 즐거움과 안정감을 느낄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 하루였다

피아니스트 다르다는 점과 공연장 차이와 가격 문제로
예술의전당 아니면 세종문화회관에서 볼까 / 구리아트홀에서 볼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정말 후회 없이 감상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해서 저렇게 연주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고
음악은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도 해보고
지휘자가 온몸으로 표현하는 음악도 멋있었고
최고점 드립니다

너무 좋았어요^^

공연 끝나고 몇 시간이나 음악이 귀에 아른거릴 정도로 멋있었습니다.

처음보는 오케스트라 공연에 듣는내내 행복했습니다.

이제 자주 연주회에 다녀야 겠어요 ㅋㅋ

힐링되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오케스트라.. 조금은 생소한 이름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구 소련시절 레닌그라드로 불리우던 지방의 원래 이름이었습니다.
러시아의 교향악단 중에서 연륜이 깊고 연주 기량이 훌륭한 오케스트라라고 하더군요.
지난달에 고양 아람누리 공연장에서 관람했던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도 좋았지만,
상트 페테르부르크 오케스트라의 공연도 매우 기대가 되는 공연이었습니다. 두 공연 중에 공교
롭게도 제가 좋아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중복되어 있었습니다. 몇 번을 들어도
좋은 곡이라, 또 같이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역시 꼭 들어보고 싶은 곡이었어서
주저없이 예매를 하였습니다.

구리 아트홀, 조금은 생소한 이름을 가진 공연장이고, 검색을 해보니 아직 정식 개관은 안 한 것인지,
아니면 개관을 한 직후에 초대작 공연을 하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생각이 되더군요. 구리시는 강변
북로를 통해 오게 되면 매우 접근이 수월한 위치에 있고, 대중교통으로도 구리역에서 약 1.5 km 정도
떨어져 있는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사진으로 보았던 공연장의 모습처럼 낮은 산
기슭에 멋진 유리외관을 자랑하는 현대식 건물이었습니다.

얼마전, 강동아트센터에서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의 공연을 보면서, 연주가들의 기량은 매우 훌륭하나
음향학적으로 매우 열악한 공연장 내부구조로 인해 저음이 거의 들리지 않고, 따라서 잔향이나 음의
지속감이 떨어지는 이상한 경험을 한터라, 구리 아트홀의 음향적인 수준은 어떨까 내심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는 상태였습니다. 일단 구리 아트홀의 외관도 깔끔하고 미려했지만, 출입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서 그 아늑하고 멋진 내부 시설에 감탄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연장 바닥은 붉은 카펫이 깔려
있어서 출입객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고, 기타 관객들이 만드는 잔향을 빨리 흡수하
여 주었으며, 공연 중에 느껴지는 저음악기들의 음량, 음의 지속감, 잔향등은 강동아트센터보다 훨씬
뛰어난 수준임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예술의 전당에서의 잔향이나 음의 풍부함보다는 조금 못미치
는 듯 하기도 하지만, 지난 번에 강동 아트센터에서 겪었던 안타까운 경험을 다시 하지 않게 되어 무
척 행복했습니다. 구리 아트센터.. 앞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클래식 공연들을 유치할 수 있다면,
구리시민분들과 서울시민 일부들에게 아주 사랑받는 좋은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글린카,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2.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너무 유명하고 너무 많은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3.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6번 비창에 가려있지만 늘 듣고 싶었던..)

1.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이 연주되었을 때, 상트 페테르 부르크 오케스트라의 바이얼린
파트와 현 파트는 매우 정교하게 일치되는 소리를 들려 주었습니다. 아울러 관악파트와의 결속력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꽤 빠른 템포로 연주가 되었음에도 너무나 흐트러짐 없는 현악 파트
자체와, 또 현악과 너무 흐트러짐 없이 일치하는 연주를 들려준 관악파트까지 매우 인상적이었습
니다. 그동안 면면한 역사와 전통을 통해 조화를 이룬 관현악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후의
곡들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지휘자분의 약간 오버액션 형태의 제스처 또한 눈이
즐거운 공연을 만들어 주고 있었습니다.

2.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사실 이곡은 1개월 전 고양 아람누리 음악당에서 감상을
한 바 있어서, 같은 러시안 오케스트라이지만, 다른 악단, 다른 협연자에 의해 연주되는 느낌이 또
어떨지 매우 기대가 되었던 연주였습니다. 지난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때 느꼈던,
아주 세련되지는 않지만 수수하고 볼륨감 있는 음향과 각 악기의 하모니, 서구 교향악단에 비해
약간은 거친듯 들리던 현악기와 관악기의 소리까지 제 기억에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너무 기대가 거창했던 것일까요? 결론적으로 상트 페테르 부르크와 시아윈 왕이라는 중국 여류
피아니스트의 협연은 지난번 보다 좀 갑갑한 연주였다는 느낌을 느꼈습니다. 물론 상트 페테르
부르크 심포니의 역량은 지난번 모스크바 필 보다 훨씬 더 단련되어 있고 정교하게 각 파트들의
아귀가 잘 맞아 들어가는 소리, 좋은 악기들의 잘 어울리는 울림을 들려주었지만 , 협연자 시아윈
왕의 피아노 소리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묻혀 들릴까 말까하기 십상이었고,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가 주고 받는, 같이 각자의 음색을 분명히 내면서 조화를 이루는 그런 연주가 아니므로 기대를 했던
저에게는 다소 실망감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모스크바 필과 협연하였던 남성 피아니스트 페투호프
의 연주는 피아노가 타악기가 아닌가 느껴질 정도의 강하고 힘있는 타건을 통해 오케스트라의
소리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때로는 주고 받고, 때로는 겹치면서도 피아노의 존재감을 알려준데 반해
시아윈 윙의 연주는 심지어 피아노가 문제가 있는 것인지, 페달을 잘못 쓰고 있는 것인지, 무엇이
문제가 있는 것일지를 늘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작은 음량이었습니다. 실내악이나 독주곡 수준의
음량이라 생각 하더라도 뒷좌석의 관객들에게 과연 들릴까 걱정이 들었습니다.
시아윈 왕의 연주는 초반에 비교적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며 강한 타건으로 1악장을 시작하였으나,
2악장, 3악장을 지나면서 오케스트라의 소리에 묻혀 관람객이 귀기울여 듣지 않는다면 과연 이 곡
이 ''피아노 협주곡''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기도 했습니다. 실내악곡이나 독주곡을 연주할 때와
같은 정도로 약한 터치로는 이 곡의 남성적인 웅장함과 비장함을 표현하며 오케스트라와 대화하기
는 무척 어려워 보였습니다.

이어진 시아윈 왕의 앵콜 연주, 중국 민속 리듬과 멜로디를 느끼게 해준 곡이었는데, 곡목도 알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곡 자체도 그다지 청중들에게 반갑게, 낮익게 받아들여지기에는 좀 아쉬움이
있었던 선곡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지난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내한 공연에서 마지막 앵콜곡의
연주를 앞두고 지휘자가 ''어떤 곡인지 여러분이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며 ''그리운 금강산''을 편곡
하여 연주하였던 때가 생각이 나서 좀 안타까웠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기대했기도 하고 가장 걱정하기도 했던 곡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었는데, 단단하고 웅장한, 조금은 압도하는 오케스트라의 소리에 비해 가냘프고 혼자 독백
하는 듯한 피아노 연주가 많은 아쉬움을 남기게 된 것 같았습니다.

또한 피아노의 위치를 지휘자의 바로 뒷편, 무대의 정중앙 쪽에 둠으로 좌/우 위치의 차이에 의한
관현악 연주와 피아노 독주의 자연스런 분리도 잘 이루어지지 않고, 가운데 좌석에 앉은 청중들이
연주 내내 지휘자의 뒷모습도 보기 힘들었다는 것 또한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3.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 저도 연주회에서 처음 닫는 곡이었습니다.
6번 비창 교향곡이 워낙 파퓰러하게 인지도가 높고 누구나 쉽게 친근해질 수 있는 곳인데 비해,
5번 교향곡은 친근함은 좀 덜 해 보였지만 러시아 교향악단의 매우 일치된 소리를 들려주는 현
과 그 현악 파트와 톱니바퀴처럼 단단하게 맞물려 있는 관악 파트의 연주로 인해 매우 인상적이
었던 곡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정말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로보트가 뚜벅뚜벅 행진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단단한 느낌을 주었던 소리, 상트 페테르부르크 교향악단의 연주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2악장과 3악장이 약간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하였으나, 1악장의 비극적인 주제
암시와 4악장의 환희적 마무리는 인상에 남는 연주였습니다.

4. 앵콜곡으로 연주된 요한 스트라우스의 곡 또한 오랜 시간동안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훌륭한
연주였습니다.


모든 연주가 끝난 후, 강동 아트센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반가운 붉은 카펫을 밟아 계단을 걸어
나오며 가족들과 함께 관람했던 많은 어린 아이들의 눈망울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연주 내내 장난
치는 소리도 없이 조용히 관람하였을 저 아이들은 오늘을 어떻게 기억할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연주내내 간간이 들렸던 조금은 낯설고 부끄러웠던 어른들의 기침소리들.. 연주를 대하는 태도..
이런 것들도 저런 아이들이 어른이 될 때 쯤에는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어떤 음악 공연도 더 많은 청중들이 그것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하고, 그런 청중들이 늘어나
면서 자연스럽게 공연장의 수준, 관람객의 수준도 향상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단위로 오신
많은 분들을 보면서 구리 아트홀의 훌륭한 관람 시설이 더 많은 가족들의 발걸음을 불러 들일 수
있는 좋은 공연들로 가득 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또한 자주 방문할 수 있으면 좋겠
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어떠한 선진국, 어떠한 강대국도 그들의 번영에 걸맞는 문화와 예술을 창조하
고 향유하지 못하고는 오래오래 후세에 기억되기는 힘들다는 진리가 생각이 납니다. 어린아이들
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더 좋은 공연들을 접하고, 그들이 어른이 되어서는 또 그들의 가족과
그들의 후대를 위해 더 좋은 문화적 환경을 만들고 더 나은 것들을 향유하는 기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또 구리 아트홀이 많은 구리 시민들과 서울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장소가 될 수 있도록 더 좋은 공연들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램을 해봅니다.

개인적으로 오케스트라의 역량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혐주자의 역량에 대해 생각해보며 조금은
아쉬운 마음도 있었던 공연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이렇게 훌륭한 연주를 이렇게 좋은 장소에
서 이렇게 좋은 가격에 즐길 수 있는 호사를 누린, 행복한 저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