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극단 쇼팔로비치''를 일제 치하의 한국으로 번안한 작품으로, 인물들의 구성이나 주요 내용들의 얼개가 거의 똑같다. 외부에 강점된 시기 어느 마을에 유랑극단이 찾아와 벌어지는 일들이고, 극단의 리더, 여배우, 미쳐버린 남배우, 침략자에게 빌붙은 잔인한 마을 사람, 침략자 그룹 등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다른 점이라면 인물들의 이름, 극 중에서 유랑극단이 보여주는 연극의 내용, 미친 남배우가 시시때때로 내뱉는 연극대사 같이 원작의 배경인 세르비아와 한국의 차이에서 바꿀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이 해당한다.

아마 기본적으로는 원작과 같이 어떤 상황에서도 연극은 계속하여야 한다는 연극인들의 의지를 주제로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강점자들에게 억압받는 마을 현실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극단의 공연에 적대감을 나타내는 마을 사람들이나 허가 없이 공연을 하려 한다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일제 경찰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공연을 성사시키고자 하는 극단 인물들의 모습이 계속 표현된다. 작품의 마지막 역시 원작처럼 연극을 계속하겠다는 극단 단장의 다짐으로 채워지기도 하고, 떠나는 극단 뒤에 아쉬움의 소리를 남기는 마을 사람의 모습 역시 이런 주제를 드러내는 듯 하다.

그런데... 이 작품이 하고자 하는 말 자체는 뭔지 알겠는데, 그것을 전달하고자 메세지를 엮어내는 방식에 대해서는 상당한 아쉬움이 남았다.
우선 독일 점령 하의 세르비아라는 원작의 배경과 일제 치하의 조선이라는 ''아리랑랩소디''의 배경은 비슷한 듯 하지만, 작품을 풀어가는데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기본적으로 레지스탕스의 존재를 가정하여야 하기 때문인데, 아쉽게도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 내에서는 개인이나 소조직의 간헐적인 공격이 있었을뿐 그 이상 조직화된 저항군은 존재하지 않았다. 즉 ''아리랑랩소디''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한 지역의 일제 공권력을 지속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조직이 실제로는 없었다는 건데, 지속적으로 전쟁 중이었고 그 기간 또한 일제 강점기에 비하여 훨씬 짧았던 세르비아와는 근복적인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 작품에서는 그런 저항조직이 존재하는 것으로 설정하였고 유랑극단의 위기 역시 그로부터 발생하게 되는데, 중요한 설정이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다보니 첫 단추부터 잘못 꿴 느낌으로 뭔가 어색하다.
그리고 주요 인물들 사이의 감정선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하였다. 왜 갑수 아버지가 김춘심에게 그렇게 집착하는지, 김춘심과 박살제 사이에는 어떤 감정이 오갔으며 경찰과는 왜 그렇게 얽히게 되는지, 대략 인물들의 말과 행동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인물의 감정을 다 느낄 수는 없었다. 다시 말하자면 ''설명''은 되었지만 ''공감''은 어려웠다고나 할까. 특히 박달제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김춘심과의 관계를 ''딱 한 번 마주친 박달제의 첫눈에 반한 사랑''이라고만 하기에는 너무 나가버린 것 아닌가 싶다. 개인 사이의 관계 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극단을 경원시하는하는 이유 역시 ''이런 어려운 상황에 연극이라니''라고 설명은 해주지만, 그런 상황을 인물간 갈등으로 좀더 표면화하는 부분이 부족했다. 그렇다보니 ''저들을 싫어한다''라는 명분이 개인의 행동을 유도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남게 된다.
첫번째 이유야 어쩌면 이 작품을 기획할 때부터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볼 수도 있지만, 두번째 부분은 좀 더 많고 다양한 사건과 대사로 인물들을 좀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특히 ''아리랑랩소디''의 공연 시간이 100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 반면 ''유랑극단 쇼팔로비치''는 150분 가량 되었다는 점을 비교한다면, 이런 아쉬움은 더욱 크다.

작품 자체의 한계도 있지만, 가끔씩 돌출되었던 몇몇 배우의 부족한 연기와 과장된 장면 역시 이 작품의 매력을 감소시키는 이유가 되었다. 10명이 넘는 배우가 등장하였던 이 작품에서 유독 한 명의 남자 배우와 한 명의 여자 배우는 참 많이 눈에 띄었더랬다. 지금까지 사실 ''책 읽는 대사 처리''라는게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두 분 덕분에 확실하게 알아버렸다. 어떻게든 다른 배우들이 이어가든 긴장감도 이 분들이 대사를 하면 딱 끊기는게... 그나마 여자배우분은 후반부에는 나아졌지만, 더 큰 역할을 맡았던 남자배우는 참... 좀 그랬다.
그리고 꽤 긴 시간 동안 이어졌던 미친 남배우의 내면을 표현하던 장면, 그래도 진지하게 연극으로 이어오던 이 작품이 갑자기 음악과 춤이 섞인 전위예술로 변하는 어색함을 보여주었다. 꼭 그렇게 가면을 쓰고, 춤을 추고 해야 그의 내면을 드러낼 수 있었나? 이 역할을 한 이병선 배우가 그 전까지 보여주었던 연기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왜 그런 갑작스런 형식의 전환을 해서 어색함만 더해야했을까. 정말 아쉬운 부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짚고 가야하는 또 하나는 작품의 전반에 걸쳐 흐르는 아리랑의 변주곡이다. 사실 편곡이 웅장하게 되어 있어서 그런지 이 곡 자체는 아주 좋게 들렸더랬다. 하지만 너무 자주 쓰인다는 느낌, 그래서 작품 자체가 이 아리랑변주곡에 과하게 의존하려 한다는 느낌을 좀 받았다. 아무리 좋은 것도 자주 하면 질리기 마련인데, 자주 나오기도 하고 볼륨이 크기도 해서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그만 나왔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나마 이 작품의 가장 좋았던 부분은 공연 시작 전 15분 쯤에 보여주었던 배우들의 차력이었다. 요즘 보기 쉬운 것도 아니고, 이렇게 가까이서 직접 하는 차력은 처음이었던지라 꽤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10분이 클라이막스였다는 점은... 아쉽고 또 아쉽다.

* 기록...
극단장 - 최명경, 김춘심 - 박은미, 나영자 - 민윤영, 남배우(오희준)- 이병선, 박살제 - 장재호, 갑수 아버지 - 최성필, 갑수 어머니 - 유수미, 갑수 - 박창민, 미망인(숙자) - 최서연, 지서장(오기호) - 김용운, 경찰(춘보) - 김수찬.

평일 저녁에 피곤한 몸을 이끌로고 보러간 보람이 있었어요~
순식간에 몰두하게 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이였습니다.

열연하시는 배우님들 너무 아름답습니다

휠체어타고 갔는데 배우님들이 친절하게 좌석까지 업어서 앉혀주시고 끝나고 또 업어서 휠체어까지 앉혀주시고 ㅎㅎ 마음씨까지 따뜻한 배우님!

아이들에겐 교육용!
부모님들에겐 효도용!
연인들에겐 데이트용!

★ 아리랑 랩소디 ★ 남녀노소 할머니 할아버지 아이들 연인들 친구들! 다 같이 와서 봅세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에 가슴벅찬 관람을 했네요 가족모두 감동 감동~~~정말 강추인 연극입니다♥♥

신선한 소재와 가볍지 않은 웃음,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감동적이었던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