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4일 뜨거운 여름 오후에 연극을 사랑하는 학교형과 같이 대학로를 방문했다. 무엇을 볼까 생각하고 간 것이 아닌 말그대로 느낌가는데로 골라서 보자는 날이었다. 연극센터에서 형과 공연을 선택하던 중 32차 앵콜공연이 붙은 우동한그릇이라는 작품을 보게 되었다. 우동한그릇에서 빚어지는 내용이라고 하고 원작을 각색해서 무대에 의견일치보고 공연을 예매하고 마로니에공원의 끝자락에 위치한 김동수플레이스에 도달했다. 객석이 소극장무대 특유의 오밀조밀한 맛이 있는 곳인데 다소 공연장이 외곽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연인들, 가족들, 우리 같은 선후배등등이 입소문을 듣고 객석에 많이 자리를 잡았다.
무대는 북해정이라는 일본 우동집, 무뚝뚝하고 험상궂게 생겼지만 누구보다 손님을 배려하려고 하는 사장님, 오는 손님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베풀려고 하는 인상좋고 정많은 안주인이 등장해서 우리에게 작품의 시작을 알린다.
일본에는 해넘기기우동먹기라고 하여 한해의 마무리와 새해를 준비하는 의미에서 매년 마지막날 12월 31일에 우동을 먹는 풍습이 있다고 하는데 이 장사 잘되는 우동집의 업무마감시간에 초라한 행색의 여인과 어린 남자아이 두명이 우동집을 방문한다. 너무나 힘들게 용기를 내어 그 여인은 ''우동한그릇만 될까요?''하고 사장내외에게 물어보고 마감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장내외는 이 세사람을 위해서 우동한그릇을 준비한다. 무엇보다도 보기 좋았던 장면은 가난하지만 자신의 굶주린 배고픔을 내가 우선이 아닌 상대방을 위해서 먼저 양보한다는 것이다. 요즘 같이 자기만 잘되면 최고다라고 하는 극심한 이기주의적 세태를 생각해보게 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 배우들은 식사를 하고 온 우리들이 또 먹고 싶어지도록 우동먹는 연기를 코믹하게 그리고 맛깔나게 연기한다.
그 다음해 이 가족들은 북해정을 다시 방문해서 우동한그릇만 어렵사리 주문한다. 이들을 알기에 사장내외는 말없이 배려하고 초라한 행색의 여인의 작은 아들이 글짓기대회에 뽑혀서 발표하게된 우동한그릇이하는 글짓기내용을 같이 듣게 된다.
작지만 너무나 따뜻한 우동한그릇이 우리 가족에게 무엇보다도 최고의 행복이고, 다 먹고 나갈때 사장내외가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고맙습니다''라고 하는 말이 자신들에게는 ''어렵지만 힘내세요, 이겨낼 수 있습니다''라고 들리며 기죽지 않고 희망을 갖고 살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는 두아들의 연기가 개인적으로 감동적이었고 뭉클했다. 중간중간 사장내외가 주고받는 대화장면은 너무나도 살뜰하고 웃겨서 극의 재미를 살려준다.
그 다음해 마지막날에 사장내외는 그 여인의 가족들이 먹는 자리를 비워두고 예약석자리까지 걸어두고 기다리지만 오지 않는다.14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사장내외는 그 가족을 잊지 않고 그 가족들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그 동네에서 전국으로 회자되어 북해정의 그 자리는 명소로 알려지게 되고 장사가 더욱 잘되게 된다.
150엔 하던 우동가격이 500엔으로 바뀌어버린 세월이 흐른후에 어김없이 그 자리를 비워두고 장사마감을 하던 사장내외는 멋진 코트의 남성 두명과 귀티가 흐르는 여인을 맞이하게 된다. 처음엔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다가 잠시 얘기를 나누고 금방 알아보게된 사장내외는 놀라고 기뻐한다.
이들은 우동한그릇으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집안의 빚을 모두 값고 재기하여 큰아들은 의사가 되었고 누구에게나 따뜻한 우동과 같은 희망을 주는 우동집사장이 되겠다던 작은 아들은 중앙은행 직원이 되어서 성공하여 어머님을 모시고 이 우동집에 나타난 것이다. 서로가 생각하고 그리워했다는 사실에 연락을 주고 받지 못했음을 아쉬워하고 재회하게 된 것을 그들은 너무나 기뻐한다.
아직도 인상적으로 남는 장면이 초라한 행색의 여인이 돈이 없어서 우동한그릇만 시켜서 주문을 하는것을 보고 마음씨 좋은 여주인이 남편에게 우동한그릇 가격으로 두그릇을 그냥 주자고 하니까 남자사장님이 그렇게 되면 오히여 그 여인은 마음이 불편하고 미안해서 다음엔 여기에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두그릇을 주는 것 보다는 한그릇안에 우동을 더 넣자고 하는 대사에서 너무나 공감되었다. 상대방의 어려움을 알고 도와주는 것도 좋지만 상대방의 마음부터 먼저 배려해주는 것이 진정한 배려이고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해주는, 무뚝뚝하지만 정많은 사장님이 날 감동시킨 대사였다.

이 우동한그릇이라는 좋은 작품의 앵콜 32차 공연이 다음달 9월 1일까지 한다고 합니다. 따뜻한 우동과 같이 소박하지만 정을 듬뿍 느끼고 싶은 관객분들은 이 공연을 보시는 것에 적극 추천합니다. 두서없이 쓴 글 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