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변경선" (부제: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작:김태수 연출:이상희 출연:조원희, 최경희, 배기범, 석호진, 유지수, 김승현, 안성환, 임솔지 제작:극단 집현, 극단KOTTI 극장:대학로예술극장3관 별점:★★★★☆) 그동안 사극만을 선보인 극단 집현의 신작이다. 해외 여행 도중 알 수 없는 시간의 블랙홀에 빠져버려 보름만에 노인이 되어 나타난 남자 주인공과 그의 애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얘기이다. 30여년을 늙어버린 애인과의 사랑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전작 "운현궁에 노을지다" 에서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 유지수 배우님의 연기가 좋았다. 영상효과도 볼만하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가슴이 뭉클하였다.

대학로 연극 센터에 도착해서 어떤 공연을 볼까 고민하다 선택한 공연,,,
센터에서 바로 당일 티켓을 구입하고 24일 일요일 관람했다.

좋은 연극 한 편을 본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김태수 작가의 안정된 스토리 구성과 좋은 배우들의 조합,,,
암전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암전이 길다거나 지루하게 여겨지지 않았던,,,
연출의 집요함이 보였던,,,

갑자기 늙어버린다는 것이 어쩌면 사람들에게 쉽게 공감이 갈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 경험이 없으므로,,, 하지만 기본적인 감성을 잘 터치하며 생각할 거리들을 만들어주는 ,,,

자칫 또 다른 사랑이야기 한 편을 볼 수 있을 법도 했지만 작품은 거기에 머물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특히 조원희 배기범 유지수 세 배우의 열연에 찬사를 보낸다....

날짜 변경선,,, 남은 기간에 많은 분들이 볼 수 있기를 ,,,

감동의 “날짜 변경선!”
웃음, 눈물, 재미, 슬픔, 감동...인간의 모든 감각을 느끼게 하는 연극이었다. 소극장은 편안한 좌석이었고 연극은 시간의 흐름을 망각할 정도로 빠르게 2시간이 지나갔다.

주인공 우형빈(조원희 배우님) 에게 한 순간 노인이 되어버리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는 세상의 시선과 주인공 자신의 크나큰 슬픔이 교차되어 혼란을 겪게 된다.
그리고 애인 효주(유지수 배우님) 와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

현실과 비현실을 오고가는 무대세트는 간결하고 깨끗하다.
주인공 (조원희 배우님) 의 바다에서의 장면들은 흰 천을 이용한 오브제가 신선하다.
하지만 주인공의 감정연기에서 흰 천을 흔드는 배우들의 모습에서 자꾸 시선이 흐트러지는 아쉬움은 크기만 하다. 꼭 배우들이 나와서 흰 천을 흔들어야했을까?
그렇지만 주인공의 연기는 거침없이 심오하기만 하다.

주인공과 아버지와의 전화장면에선 가슴이 저며 온다. 그리고는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 없다.
우형빈의 오열은 지금도 내 가슴에 먹먹하게 남아있다.
우형빈의 바다에서의 자살 장면과 젊은 시절의 우형빈 (김승현 배우님) 의 만남 장면에서는 심오한 철학적 의미와 더불어 또 한번 눈물을 훔치게 한다.
노년의 우형빈의 숨소리... 그의 외마디 탄식마져도 가슴 깊은 곳에서 뭔지 모를 울컥함이 마구 토해져 나왔다. 조원희 배우님의 한마디 한마디! 시선과 파열음에서조차도 정말 뭔지 모를 깊은 아픔들이 전해졌다. 이게 어떤 감정이지? 뭔가 알 것도 같은데 뭔지 모를 그런 깊은 슬픔...

신선하지만 아직은 풋풋한 젊은 배우들의 미숙함도 2시간내내 웃음과 감동으로 이끌어가는 주인공 (조원희 배우님) 의 진실 된 연기로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날짜 변경선” 은 그동안의 연극관람을 모두 잊게 해버리는 감동과 재미의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조원희 배우님! 이제 난 당신의 영원한 팬이 될 겁니다.!”

1인 다역의 멀티 배우들은 무대에서의 재미와 노련함은 엿보였지만 (석호진, 배기범 배우님) 충분히 재미있는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기대할 수 있는 변신의 폭이 적은 것 같아서 많이 아쉬웠다.

애인 효주와의 슬프고 아름다운 이별 장면에서는 결코 울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명장면들이 나온다.
“죽을 때 까지 효주를 잊지 않을께” 하며 애인 효주와의 이별 장면을 연기하는 조원희 배우님의 오열 장면과, 5년의 세월이 흘러 더 늙어버린 노년의 모습에서 애인 효주와의 마지막 편지 장면들은 내 마지막 눈물의 찌꺼기마져도 다 쏟아내게 한 것 같다.

조원희 배우님의 모습이 극중 노년의 분장을 하긴 했지만 여주인공 효주의 역할을 하신 유지수 배우님과의 어울림이 꽤 괜찮아 보여서 중년의 중후함을 느끼게도 했고, 그래서인지 두 남녀 주인공의 행복한 결말을 예상했었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더 깊고 아름다운, 행복한 이별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작가의 의도적인 것 같은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설명적 대사에도 불구하고 극의 극적 연출의 재미와 더불어 배우들의 고른 연기에 오랜만에 감동스러운 작품을 보게 된 것 같아 공연이 끝나고 짖궂은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도 뭔지 모를 가슴 벅참에 마음이 흡족한 하루였다.

어쩌면 좀 황당할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정말 그런상황이 온다면 어떨까?" 하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연극이네요. 환상특급을 보는것 같은 느낌이면서 많은걸 생각하게 하는 공연입니다. 이 공연을 보면서 내가 우울하고 움츠려드는건 나의 상황때문이 아닌 그 상황에 대한 나의 태도라는 것을 느끼네요. 이 공연을 보면 나이를 드는 것이 두려움이 아닌 나이가 들었음에도 앞으로 남은 날을 위해 행복하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끝나고 보니 꼭 젊은이와 노인을 위한 명언집이나 수필집을 한편 읽은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