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연극을 보지 못했다.

지난 금요일 우연찮게 보게된 타오르는 어둠속에서라는 연극을 보고 정말 연극의 맛은 이런거구나를 제대로 만끽할수 있었다.

탄탄한 대본과 스토리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 효과적인 음악 그리고 세련된 무대장치를 통해 연극이 효과를 극대화시킨 작품이라고나 할까.

이그냐시오의 강렬한 저항의 목소리, 그리고 그가 신체적으로는 볼 수 없었지만 정신적으로 충분히 느꼈을 별빛.

온전한 정신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우리는 눈을 뜨고 사물을 봐도 진정 그 사물의 정신이나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맹학교라는 독특한 공간에서 권력의 지배자와 이에 불응하는 자의 관계를 심도있게 그려낸 이 연극은 아마도 올해 내가 만난 최고의 연극으로 남지않을까싶다.

무대를 한정짓지 않고 천정, 벽면등 공간 전체를 잘 활용한 이 연극은 마치 한방 얻어맞은 것처럼 강렬하고 폭발적인 메시지를 우리를 불편하리라만큼 던져주고 있다.

소극장 오르다의 재탄생 기념 공연으로 기획된 이 연극은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는 허상속에 살면서 진실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자문을 갖게하는 수작이다.

아쉽게도 약 10여일 정도만 공연된 작품으로 이제 막을 내렸지만 분명 우리를 다시 찾아와 주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역설적인 제목의 타오르는 어둠속에서. 그 어둠속에서 타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제 개인적으로 참 ''무거운 극'' 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거든요.
하지만, 그동안 재미있는 스토리만 보다가이렇게 머리를 굴리게 만드는 극을 보니 좋았습니다.
맹인학교라는 스토리로 부터 시작하여 제 자신과 사회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깊은 계기를 준 극이었습니다.
특히 참 참신한 소재를 발굴했다고 느낀 점은맹인을 ''보지 못하는 시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표현한 점과,
많은 분들도 경험하셨겠지만, 어렸을 적에밝은 곳에서 갑자기 눈을 감게되면 마치 우주에 있게 된 것 처럼 사방이 반짝이고,특히 과하게 밝은 빛을 보고 눈을 감으면 그게 형광 빛으로 반짝이는 것을 경험하곤 했는데,극에서 보여주는 ''별빛''의 효과가그와 비슷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사소한 것으로부터의 발견이 굉장하다고 느껴지는 극이었습니다!

관람연령 12세부터로 확인 했지만 넘 보고싶어 11세 딸아이랑 관람했답니다. 중간에 거친 욕이 나오긴 했지만 자녀랑 함께해도 좋을것같아요. 11세 딸이지만 공연이 끝나고 대화 많이 했네요.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눈 떳을때 보고싶다는 바램없이 다 볼 수 있다는게 감사하다고 하네요. 이러니 어찌 함께하지 않을수 있겠어요. 관람연령 낮춰주세요~~ 공연내내 몰입도 200%. 사진한장 못찍을 정도로 여운이 많이 남는 공연이였어요. 제 자신을 개관적인 시선에서 평가해볼수 있는 계기가 되어 개인적으로는 성숙해진 느낌이 드는 공연 이였습니다. 컴퓨터회로로 시작하는 첫 장면이 잔상에 많이 남네요. 좋은 공연 관람하게 해주셔서 감사감사합니다...

재밌게 잘 봤습니다!!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란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이 공연은 빛과 어둠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공연입니다. 공연 시작 전, 좌석에 앉아 무대를 봤을 때 관객이 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보통은 무대를 어둡게 해도 흐릿하게 탁자나 의자 등 무언가 놓여있는 무대 장치를 볼 수 있는데, 이 공연은 공연 시작 전까지는 암흑 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마치 ''빛을 볼 수 있는 시력을 가진 사람들''한테 우리가 느끼는 어둠을 너희들도 먼저 느껴봐! 하고 끌어들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암흑을 깨고 번쩍이는 빛이 보이면서 공연은 시작됩니다. 절도있게 움직이는 맹인학교 학생들의 움직임은 로봇처럼 느껴졌습니다. 여러 기묘한 동작을 선보이다가, 누군가는 제 발로 퇴장하지 못하고 누군가에 의해 무대 뒤로 다시 들어가게 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작품 후반부의 전개를 암시하는 복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공연에서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음악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입니다. 주인공 이그나시오는 별빛을 보고 싶은 희망을 추구하는 인물로, 귀가 들리지 않지만 불후의 명곡들을 작곡한 베토벤처럼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목표에 도달하고 싶어하는 인물입니다. 그런 그의 의지는 그의 이름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ignite'' 이그나이트. ''이그나시오''란 이름과 비슷한 발음의 영어 단어인데, ''불이 붙다'' ''점화되다''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빛을 보고자 했던 그의 열망을 ''ignite''라는 단어를 빌려 이름을 ''이그나시오''로 지어 표현한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빛을 보고 싶어 절규하며 부르짖던 이그나시오의 외침이 아직도 귓전에 생생하게 울려퍼지는 느낌입니다.


자신들을 정상인들과 똑같다고 여기며 생활하는 카를로스와 이그나시오는 작품에서 첨예하게 대립합니다. 시력을 가진 사람들과 우리들의 세상은 똑같다고 외치는 카를로스의 주장을 이그나시오는 통쾌하게 반박합니다. 그런 와중에 이그나시오의 말에 동조하는 학생들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결국에 이그나시오는 다 타버린 심지가 됩니다.
자신들 스스로가 견고하게 쌓아올렸다고 믿는 단단한 성에 무질서와 혼돈을 가져온 이그나시오가 사라져서 카를로스는 만족했을까 라고 질문한다면 그 또한 보이지 않는 체제의 희생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카를로스도 주어진 틀에 만족하고 행복해하며 살아가도록 간접적으로 강요받은 것은 아닐런지. 비록 카를로스는 자신의 판단으로 자신이 행동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 또한 교장과 교장 사모로 상징적으로 표현되는 ''철의 사상''을 주입받은 수동적인 객체일 뿐입니다.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연극이었습니다. 몰입감도 상당하고 배우분들 연기력이 뛰어나서 오랜만에 참 좋은 연극 한 편 본 것 같습니다. ''앞을 볼 순 없지만, 내 꿈은 볼 수 있어'' 라고 말하는 이그나시오의 열정은 무기력한 현대인들에게 강렬한 메세지를 남기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