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요리 속에 흘러가는 극이라는 점에 매우 흥미로웠다
하지만 그 연출에 배우들이 못따라간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녹색 빈티지 벽지, 분위기 있는 조명, 코스 요리.
스타일은 제대로 살렸으나.
바냐와 소냐에게서 노동을 빼앗는다면 뭐가 남는담.

"UNCLE VANYA" (작:안톤 체홉 연출,각색:쯔카구치 토모 출연:고영민, 김수아, 김수정, 박옥출, 송철호, 안재범, 임예슬, 조한 제작:토모즈 팩토리 극장:대학로 아름다운 극장 별점:★★★★☆) "사물의 안타까움성" 이라는 특이한 제목의 공연을 보여 주었던 토모즈 팩토리의 작품이다. 먼저 고전 "바냐 아저씨" 를 이렇게 색다르게 연출한 쯔카구치 토모 연출님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역시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고리타분한 고전을 새롭게 만든 것이 가장 신선하게 느껴졌다. 무대는 가로로 길게 놓여진 탁자가 먼저 눈에 뛴다. 이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인 이 탁자에서 배우들이 프랑스 코스요리를 먹으면서 연기를 펼친다. 별다른 동선이나 무대 변화 없이 "바냐 아저씨" 의 내용을 음식을 먹으면서 보여주는게 신기했다. 극중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다. 모든 배우분들이 좋은 연기을 보여주지만 바냐역의 송철호 배우님과 마리나 역의 박옥출 배우님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후반부에 약간 늘어지는게 옥의 티였지만 아무튼 체홉 작품의 색다른 경험이었다.

연출력과 연기력에 박수를~ 많은 바냐아저씨를 봐왔지만 이번 바냐 아저씨가 제일 좋다. 이토록 시의성 넘치는 작품이었다니...

28일 첫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보기 3시간전에 안톤 체홉의 희곡선집을 읽고 나서 뭔가 좀 자신있게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공연장에 들어서자 긴 탁자가 있고 웨이터같은 사람이 등불을 키고 하면서 세팅을 하고 바냐가 들어오는데 딱 봐도 바냐라는 느낌이 딱 들더군요. 그리고 다른 등장인물도 다들 들어왔는데 딱 봐도 각 등장인물이 누구를 뜻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시작후 교수가 니콜라이 고골의 감찰관 패러디 부분부터 시작해서 "와!! 엄청 많이 건너뛰는구나." 했는데 건너뛴 앞부분이 그 후의 대화에서 다 나오더군요. 신기하게 그렇게 한 장소인 테이블 안에서 원작 책의 그 여러장소와 여러상황의 대화가 다 하나로 엮어질 수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언뜻 보면 가족간의 갈등 같은 상황으로 보이고 여러 해석도 나오지만 저는 이 공연을 보면서 저 나름의 해석과 느낌이 떠오르더군요.
우선 교수는(시장질서를 교란하는 대기업 혹은 무능한 포퓰리즘 정부)로 보였고 집은 나라, 젊은 교수 마누라는(돈 혹은 권력), 의사는(신지식인), 바냐는(힘없는 서민), 소냐는(힘없는 젊은 세대), 어머니는 말그대로 (나이든 세대), 가정부는(흐르는 세월)로 매치가 되었습니다.
정부(교수)의 달콤한 정책에 혹해서 정부정책대로 하면 자기한테도 좋은 날이 오겠거니 하고 25년간 자기 몫을 포기하고 정부를 위해서만 살았던 서민(바냐)들과 그 전철을 똑같이 밝고 있는 젊은 세대(소냐), 하지만 생활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집안(나라)는 엉망이 되고 만다. 거기다 이제는 쓸모가 없다고 내다버리고 지금의 젊은 세대(소냐) 소유라고 생각했던 나라(집)마저 자기 맘대로 할려고 한다. 거기에 무조건 힘을 보태주는 나이든 세대들(어머니)이 있다.. 권력(젊은 마누라)는 그런 정부(교수)에 붙어 있고, 신 지식인(의사)는 정부정책의 실패 원인(두통, 류마티즘)의 해결방안을 알려주러 오지만 만나주지 않고, 듣지도 않는다. 힘없는 서민(바냐)와 신지식은(의사)는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고 자기들만이 깨어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들도 권력(젊은 마누라)을 사랑하고 가지고 싶어한다. 하지만 권력(젊은 마누라)는 그들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또한 힘없는 젊은 세대(소냐)는 신지식인(의사)를 좋아하지만 신지식인(의사)한테 힘없는 젊은 세대는 힘이 되지 않는다. 힘이없기(못생겼기) 때문이다. 전통을 지키고 숲을 지키려는(무분별하고 부패한 개발저지) 신지식인(의사)에게 젊은 마누라(권력)은 지도를 함께보고 개발에 대한 설명을 듣지만 하나도 이해하지 못한다. 전통을 지키는 것이 당장 권력과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런 나라에서 착하거나 정상적으로 사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힘없는 서민(바냐)와 젊은 세대(소냐)는 미치지 않기 위해 힘들게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정부(교수)는 민중들이 딴맘 품지 않게 일을 해야 한다고 계속 외친다. 마지막에 힘없는 서민(바냐)가 테이블을 뒤엎고 교수(정부)를 향해 총(봉기, 시위, 혁명)를 일으키지만, 교수(정부) 단 한방도 맞지 않는다.(꿈쩍하지 않는다). 옆에서 지켜보던 세월(가정부)의 입장에선 이런 인간들의 싸움이 한낱 오리들의 짖어대는 소리와 다를게 없다. 마지막에 상심해 있는 서민(바냐)에게 젊은 세대(소냐)는 견디어 내자고 하면서 희망을 노래한다.
정말 다들 연기를 잘 하셨고 특히 테이블 뒤엎는 장면과 총쏘는 장면은 깜짝 놀랬습니다.
아 그리고 의사역할 하신분 테이큰의 리암니슨 닮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