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이 일을 냈다.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은 창극과 2500년 전 에우리피데스의 그리스 비극과 만나 창극의 레퍼토리를 한층 넓혔다. 뿐만 아니라 ‘소리’로의 회귀를 이루었다.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한국과 외국의 전문가들이 오로지 창극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기 위해, 창극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뭉쳤기 때문이다.


먼저 연출을 맡은 옹켕센은 판소리에 대한 이해가 깊고, 이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어 하는 열정을 가진 명성을 지닌 연출가이다. 그는 평소 창극이라는 장르가 서사극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으며, 이번 시도가 이전부터 정가를 들으며 드라마가 추가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이룰 수 있는 기회라 여겼다. 따라서 그는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음악, 드라마, 그리고 미장센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창극을 선보이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대본’의 중요성은 이루어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배삼식 작가와 함께 작업을 했다. 여기에 옹켕센 연출가가 처음 창극을 접한 1998년, 춘향을 연기했던 안숙선 명창이 작창을 맡았다. 옹켕센 연출은 “안숙선 명창께서 전쟁에서 살아남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서사극에 기꺼이 지혜를 보태주셨다.”라고 말하며 그녀에 대한 감사함을 표했다.&#8203;


안숙선 명창은 작창에 그치지 않고 고흔 역을 맡기도 했다. 고흔 역은 극의 처음과 끝에 등장하는데, 그녀의 연륜 가득한 부드럽지만 뼈있는 소리는 초반에는 극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관객들을 집중시키는 역할을, 끝에서는 관객들에게 주어진 폭발적인 에너지를 감동의 여운으로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한다. 안숙선 명창을 시작으로 국립창극단 단원들이 그 기운을 이어 나간다. 헤큐바 역의 김금미 배우는 전쟁 중 남편과 아들들을 잃은 아내이자 어머니의 슬픔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한다. 그녀가 내는 한 가락 마다 비통함이 서려있다. 이는 카산드라, 안드로마케와 전쟁에서 살아남은 여인들의 소리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녀들의 연기와 노래는 실제로 전쟁 후 살아 돌아온 여인들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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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이 일을 냈다.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은 창극과 2500년 전 에우리피데스의 그리스 비극과 만나 창극의 레퍼토리를 한층 넓혔다. 뿐만 아니라 ‘소리’로의 회귀를 이루었다.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한국과 외국의 전문가들이 오로지 창극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기 위해, 창극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뭉쳤기 때문이다.






먼저 연출을 맡은 옹켕센은 판소리에 대한 이해가 깊고, 이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어 하는 열정을 가진 명성을 지닌 연출가이다. 그는 평소 창극이라는 장르가 서사극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으며, 이번 시도가 이전부터 정가를 들으며 드라마가 추가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이룰 수 있는 기회라 여겼다. 따라서 그는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음악, 드라마, 그리고 미장센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창극을 선보이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대본’의 중요성은 이루어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배삼식 작가와 함께 작업을 했다. 여기에 옹켕센 연출가가 처음 창극을 접한 1998년, 춘향을 연기했던 안숙선 명창이 작창을 맡았다. 옹켕센 연출은 “안숙선 명창께서 전쟁에서 살아남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서사극에 기꺼이 지혜를 보태주셨다.”라고 말하며 그녀에 대한 감사함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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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숙선 명창은 작창에 그치지 않고 고흔 역을 맡기도 했다. 고흔 역은 극의 처음과 끝에 등장하는데, 그녀의 연륜 가득한 부드럽지만 뼈있는 소리는 초반에는 극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관객들을 집중시키는 역할을, 끝에서는 관객들에게 주어진 폭발적인 에너지를 감동의 여운으로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한다. 안숙선 명창을 시작으로 국립창극단 단원들이 그 기운을 이어 나간다. 헤큐바 역의 김금미 배우는 전쟁 중 남편과 아들들을 잃은 아내이자 어머니의 슬픔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한다. 그녀가 내는 한 가락 마다 비통함이 서려있다. 이는 카산드라, 안드로마케와 전쟁에서 살아남은 여인들의 소리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녀들의 연기와 노래는 실제로 전쟁 후 살아 돌아온 여인들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이 많은 관객들의 기대를 불러 모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헬레네 역을 맡은 김준수 배우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남성 배우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인 헬레네를 맡는다는 점은 색다른 시도이다. 그렇기에 아무래도 남성임을 알고 보기에 낯선 부분이 존재한다. 하지만, 정재일 음악감독과의 조화가 있기에 낯섦은 이내 그 어느곳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옹켕센 연출가는 그리스와 트로이 사이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이기도 한 헬레네를 그리스인과 트로이인 사이에 위치한 모호한 인물, 즉 경계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헬레네를 인종이 아닌 성에 초점을 두어 남성과 여성 사이의 인물로 설정한 것이다. 이 점이 공연에서 음악으로 표현되는 방법은 바로 피아노 선율을 통해서이다. 안숙선 명창이 작창한 소리가 우리의 유산이라 한다면 정재일 음악감독이 작곡한 가락은 판소리의 희망찬 미래를 표상하는 현대음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까지는 판소리와 현대음악의 조화를 상상할 수 없었다면, 헬레네의 슬픔을 표현하는 우리 가락과 피아노 선율은 판소리와 현대음악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창극에서는 유독 ‘소리’가 집중이 되었다. 그것은 바로 ‘미니멀리즘’을 표어로 삼은 연출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옹켕센 연출은 그동안 창극 공연을 관람하며 기본적인 미니멀리즘으로 돌아가는 것이 판소리로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무엇을 더 추가하는 것 보다 ‘제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등장인물 한 명당 하나의 악기를 배정한 데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과유불급이라는 말도 있듯이 욕심이 과하면 일을 그르치는 것처럼, 오히려 미니멀리즘을 택했기 때문에 소리에 보다 집중을 잘 할 수 있는 것이 이번 공연의 특징이다. 소리에 집중을 하니 대사에 집중이 가능하고, 소리와 어우러지는 대사로 인해 극중 인물들의 심리에 더욱 공감할 수 있다.




인물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보여준 것에는 ‘안무’도 있다. 극의 시작부터 전쟁에서 살아남은 여인들은 빨간 실타래를 하나씩 들고 있다. 실타래가 점점 더 늘어날수록 그들의 고통과 고뇌는 깊어만 간다. 내용이 전개될수록 실타래가 마치 그들이 붙잡고 있는 삶의 끈이자 그들의 마지막 희망인 어린 손자 아스티아낙스의 생명의 끈을 형상화한 것 같았다. 이렇게 안무는 여인들이 떨어져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조화롭게 소리를 내는 것부터 손자가 죽음을 당해 돌아와 헤큐바를 둘러싸고 있는 장면까지 남은 자들의 슬픔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따로 연출이 되지 않았어도 소리를 내며 저절로 움직이는 배우들의 몸동작 하나하나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영상과 무대도 빼놓을 수 없다. 흰 색 파빌리온에 비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영상은 여인들이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을 상징한다. 하늘, 태양, 그리고 우주 이미지를 이용해 초월적 힘에 한없이 약한 인간의 비극성과 유한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초월적 힘도 여인들을 막을 순 없다. 그들의 의지는 무대를 통해서도 보인다. 그 누구도 여인들이 파빌리온의 위로 올라갈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으나, 헤큐바를 선두로 하여 여인들은 계단을 올라 위에 멈춰서 서사가 최고조에 다다른 노래를 부른다. 즉, 조명, 무대, 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2500년 전 그들과 하나가 된 현대의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긴장감과 더불어 웅장한 감동을 선사한다.







창극의 매력 중 하나는 바로 다른 장르에서는 관객이 공연 도중 낼 수 없는 추임새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트로이의 여인들>에서는 추임새가 적지 않게 들렸다. 역할을 맡은 배우의 소리에 즐기고 공감하여야지 즉각적으로 나올 수 있는 그 추임새가 반가웠다. 연출이 헬레네를 경계의 인물로 그린 것처럼 관객석과 무대석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관객과 배우가 함께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관객들도 하여금 ‘소리’를 내게 하였을까? 이는 배삼식 작가의 글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트로이의 여인들>은 인간의 어리석음과 어둠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전쟁은 인간의 우매함을 보여주고, 트로이 전쟁은 트로이 여인들에게 길고 긴 전쟁이 끝난 후에도 전성기 때 누렸던 풍요로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또 다른 고통을 보여준다. 그리고 여인들을 울부짖는다. “정의는 어디에도 없구나. 언제나 어리석음이 지혜를 이기고, 비열함이 용기를, 추함이 아름다움을 무너뜨린다.”라고. 바로 이것이다. 2016년을 살아가는 우리도 2500년 전 그들이 느낀 고통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둠이 새벽을 집어 삼켰기 때문에.






하지만 <트로이의 여인들>에서는 선조들의 극복방법 또한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어둠을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수치와 모욕을 견디며 살아남습니다. 그래도 살아가는 것.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입니다. 어둠 속으로 스러지며 어둠을 증언하는 목소리들. 에루리피데스가 기록한 그 목소리들은 수천 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우리의 현재와 공명합니다. 저는 그것을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용기라고 말하겠습니다.” 긴 말은 필요 없을 것이다. 다만 하나만 기억하자.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이 우리에게 선물한 “어둠을 증언하는 목소리들, 가장 고귀한 용기”를.




참고: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프로그램북

[출처] 어둠을 증언하는 목소리들,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작성자 아트엠콘서트


더 자세한 내용은 아트엠콘서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www.artmconcert.com)

보고나서 돈 아깝고 보는 중에도 짜증난다, 나오고 싶었고 거장 먼저 나갔다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고 이런 연극 같은거 만들지마라 대사를 창으로 만들지마라 늘어지는것도 모자라 대사자체에 흥미가 없다 속도감도 없고 감각도 없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이딴걸 하는지 모르겠다

감사합니다~

창극이라는 장르가 세계적으로 확장해나갈 수 있게
해주는 극이었다.
어쩌면 전 세대를 아우르면서 창극을 초이스하는
젊은 세대를 확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했다.

단순하지만 무게감있는 무대와
등장인물의 감정을 표현해주는 조명과 음악들
그리고 창!
몽환적이기도 하고 날카롭기도 하고 예리하고 투명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관극이었다.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