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라 하던 김지호 언니를 가깝게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전 영화로 예전에 본적이 있었구요...
연극으로는 가장 주요 부분만 나왔던데.....
조금 지루한 감이 있습니다.
제가 사랑에 대한 그 미묘함을 잘 몰라서 인지...
조금 저에겐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오랜만에 나선 대학로 나들이, 연극 클로져를 보기 위해서였다.
단지 김지호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도, 연극만을 위해서도 아니었다.
클로져, 라는 영화가 주었던 감동을 다시한번 연극으로 맛보기 위해
참 어렵기만 한 사랑의 방정식에 또 다른 해법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대학로 소극장의 문을 두드렸다.

영화와는 조금 다르게 한국적으로 각색된 터라 맛은 조금 달랐지만
역시 대사의 디테일이나 남여의 심리를 잘 표현한 연극이다 싶었다.

아쉽다면 전반적인 스토리와 나레이션 등이 조금 더 강화됐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면도 있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질감과 디테일이 살아있는 연극, 클로져.
오랜만에 사랑에 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연극이었다.

김지호의 상큼한 미소가 인상적.
영화의 캐릭터와 비교되는 묘한 재미!

영화 <클로저>를 보았을 때, 네 명의 배우들이 펼치는 다양한 관계들의 맛을 기억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원작이 바로 연극이라는 정보를 접했고, 국내에서도 공연이 있었음을 확인하고 나서는,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려지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비로소 연극 <클로져>를 만났다.

연극의 첫 장면. 병원으로 보이는 공간에 다리를 다친 듯한 지현이 누군가의 가방을 열어보고 있다. 곧 대현이 등장하고 두 사람의 이야기기 시작된다. 간결하게만 보이던 무대는 영상의 활용을 통해 꽤 신선한 무대로 변하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지현과 대현이 처음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연극 <클로져>는 이후에 대현과 운학이 차례로 등장하며 각기 다른 사랑의 관계를 맺는다. <클로져>의 이야기 전개에서 보이는 가장 독특한 점은,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는(그렇게 믿는) 장면 바로 다음에 또 다른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우연히 만나 서로의 존재를 단 번에 알아차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지현과 대현의 만남 장면 다음, 암전이 지나고 나면 당황스럽게도 대현은 태희의 스튜디오(로 바뀐 무대)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그리고 대현은 또 다시 첫눈에 태희와 사랑에 빠져버린다.

신문사의 부고 기사를 쓰던 대현이 지현과의 사랑을 토대로 소설을 썼고, 그 책에 넣을 사진을 찍고 있는 대화가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두 장면의 사이에는 대략 1년(?) 정도의 시간 간격이 과감하게 생략되어 있는 셈인데, 그 시간은 대현과 지현이 사랑을 키워나가는 여러 순간들이 자리할 공간이다. 극은 바로 그 사랑의 과정을 완벽하게 건너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극의 전개는 이후에도 마찬가지인데, 태희의 이름으로 채팅을 하는 대현과 접속한 운학의 적나라한(?) 채팅 모습이 등장하고, 장난스럽게 약속을 해버린 대현으로 인해 운학과 실제의 태희가 만나는 장면이 이어진다. 그리고 태희의 사진전이 열리는 공간에서 ‘태희와 대현’, ‘지현과 운학’이 대화를 나눈다. 물론 이 장면은 이후의 극 전개에 있어 나타날 사랑이라 이름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관계를 암시한다.

연극 <클로져>에서 보이는 네 배우의 모습들. 우연히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지지만, 그 관계의 미화가 아닌 또 다른 순간적 사랑에 빠지는 그들의 모습. 그 경쾌한 호흡 뒤에 가려진 진실에 대해 배우들(대현과 운학)은 의심과 거짓의 말들을 던지지만, 돌려받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진실이다. 그런데 의심과 거짓의 시선으로 물음을 던진 당사자는 진실을 이야기하는 상대방의 말이 진실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계속해서 진실을 말하라고 다그친다. 극이 모두 끝나고 나서 비로소 모든 것이 밝혀지면,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얼마나 많은 거짓들이 진실의 외투를 걸치고 있는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도대체 ‘진실’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과연 존재하기는 한 걸까?

사랑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달콤했던 시간 속에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아니 주의 깊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말들과 사건들이 후회로 다가오곤 한다. 어떤 사랑이건 그 시작은 운명적이거나 우연을 가장하고 있으며, 황홀함의 외투를 입고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사랑은 ‘늘 처음처럼’이라는 그 흔한 말을 이내 잊고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그리곤 이별이다. 연극 <클로져>는 이러한 사랑의 일반적인 흐름을 그대로 보여주며 관객들이 배우들의 모습에 동화되어 함께 웃고 함께 슬퍼하게 만들지 않는다. 관객들이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에게 자신을 동화시키려 하는 순간, 연극은 서둘러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때문에 관객은 연극의 막이 내릴 때까지 제대로 감정적 동일화의 순간을 만들기 어렵다. 마치 연극과 관객이 따로 놀고 있는 듯한 이질감이 느껴지는데, 이것이 바로 연극 <클로져>의 가장 매력적인 장점이다.

거리두기. (영화에서 보다 확고하게 다가왔었다.) 연극 <클로져>는 관객들이 특정 배우에 감정적으로 동화되기를 원하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모습들을 ‘바라보기’를 권하고 있다. 만남과 이별의 중간, 그 길고 지난한 과정을 생략한 것 역시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거리의 필요성은 무엇인가. 그 답은 사진을 찍는 일을 업으로 살고 있는 태희의 사진 찍기와 그 사진 속에 있다. 네 명의 인물들이 펼치는 네 가지 이상의 사랑은 각기 다르지만, 그 관계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운명과 거짓, 의심과 진실이다. 대현과 운학은 특히 진실에 집착하며 의심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다. 물론 그 정도가 가장 심한 캐릭터는 바로 대현이다. 신문사의 부고기사를 담당하는 기자에서 지현과의 사랑을 책으로 쓴 저자로 위치를 이동했지만, 그는 죽은 자들의 ‘죽음’이라는 기표만을 상대하는 셈이다.

지현과의 관계 역시 후반부의 반전을 보고 나면, 그가 그토록 운명이라 믿었던 사랑 역시 ‘지현’라는 기표와의 허망한 관계였음이 확인된다. 태희의 사진전 제목 ‘낯선 사람들’(로 알고 있는데, 무대 위에서 직접적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은 의미심장하다. 지현이 대현을 처음 만났을 때 했던 말 역시 ‘안녕, 낯선 사람’이었다. 낯선 사람. 사랑은 낯선 사람, 즉 타인과의 관계 맺기이다. 그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거리’다. 나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하나의 주체로 태어날 수 있다. 여기서 거리가 무화되면, 타인도 나라는 주체도 온전한 형상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일시적인 동질감이 달콤함과 황홀함 등의 형태로 나타나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진정한 사랑의 관계는 낯선 사람, 타인과의 일정한 거리를 둔 채 형성되는 작용과 반작용의 현재진행형이다.

거리의 부재. 대현의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다. <클로져>는 사랑에 관한, 사랑의 관계가 지니고 있는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 보여주기는 있는 그대로의 보여주기가 아니라, 과감한 생략을 통해 보여주지 않은 이야기들이 만들어내는 생산적인 개입을 동반하고 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고 묻고 싶다면, 먼저 돌아보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친 그 시간 속에 그토록 찾고자 했던 진실이 가만히 서 있을 것이다. 지현이 대현에게 이별을 고하는 장면, 그녀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그와의 사랑에 종지부를 찍으며 이렇게 말한다. “사랑한다고? 사랑? 어디? 내게 그 사랑은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어.” 바로 이 말 한 마디를 끝으로, 대현에게 있어서 그토록 소중했던 사람, ‘지현’라는 이름의 삶은 끝이 나는 것이다.

영화에서와 달리(물론 시간적으로 볼 때 연극이 먼저인 것은 분명하다) 연극 <클로져>에서는 희망찬 발걸음으로 나아가는 지현의 모습 대신, 그녀에 대한 하나의 소식만이 등장한다. 대현은 그녀의 소식을 듣고,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가기 전 재결합한 태희와 운학을 찾아간다. 그 마지막 장면에서 대현은 자신이 그토록 사랑한다고 믿었던(!) 지현에 대해 자신이 아무것도 알지 못했음을 인정한다. 그렇다. 누군가에 대해 ‘안다’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자기기만에 가득한 행위인지 그는 절절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문득 대현이 지현과의 사랑을 소재로 썼던 소설에 대해 지현이 솔직하게 말하던 장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소설 속에 빠진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운학에게 건네도 지현의 한 마디 말. “진실!”

가까이 함께 하는 공연이어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