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형식이라 처음엔 조금 당황했는데
마지막에는 모든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마음을 크게 울리는 메세지를 줍니다
근데 생각하면서 우느라고 극장을 나서면서 두통이 따르더군요

원작은 사카테 요지의 '오뚜기가 자빠졌다'(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일본 버전)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작의 의미를 잃어버린 연극이었다.


원작을 읽지도 못했지만 연극을 보며 '이게 과연 원작에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역시나 원작에는 없는 부분들이었다.


과장된 대사, 몸짓의 불편함과 실용주의를 비판하는 시선마저 빼앗아버린 연출은 '과연 사카테 요지는 어떻게 자신의 작품을 연출했을까'라는 기대감만 줄 뿐이었다.

마지막 텐,나인,에잇... 원...으로 끝나는 부분을 희망적으로 처리한 것은 연출가의 시선 자체는 좋았다손쳐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오뚜기 아저씨가 자빠졌다' 등의 놀이 방법과 실용주의적 놀이 방법에 대해 극의 초반부터 확실히 해두고 간 다음 그런 처리를 해버리면 도대체 어쩌자는 건가... 사카테 요지는 그런 부분에서 확실히 실용주의를 비판한다. 지뢰 자체도 실용주의이며 그 실용주의에 의해 현 세계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놀이를 지뢰밭에서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란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원작에다 연출까지 겸한 사카테 요지와 차별성을 둬야한다는 연출가로서의 압박감 때문이었을까...

물론 그럼에도 원작의 힘은 충분히 느껴진다. 다행이라고 해둬야겠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일반 연극이었다면 많이 지루했을텐데 각각의 에피소드를 엮어 짧게 짧게 볼 수 있었던 것도 나쁘지 않았구요.
다락방과는 달리 약간 한국의 상황에 맞게 각색을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더 친밀하게 느껴진 듯합니다.

지뢰 한개를 살 때는 3천구백원이면 되지만 그 지뢰 하나를 파내는데는 130만원이 든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네요. 지뢰를 사지도, 팔지도, 묻지도 말자는 오타와협약에 가입 안한 나라들은 그 물건을 만들어 팔아서 엄청난 부를 얻는 나라들이란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지만....

제가 관람한 날은 마침 우리나라연출자와 원작자가 함께 GV를 하셔서 더 뜻깊었습니다. 행사가 있는 줄 몰랐는데 연극시작하기 직전에 알았습니다. 행운이죠.

극이지만 전쟁다큐멘터리 한편 본 기분하고도 비슷합니다. 짧은 공연일정이 아쉽네요. 다락방처럼 나중에 앵콜 한번 할라나요?

최고

막공을 보려했는데, 작가와의 대화가 있다기에 바로 질렀다.
다락방에 이어 보러 갔더니, 책 선물도 주시고^^
원래 희곡집까지는 잘 안 사는데, 지르고야 말았다^^;


지뢰밭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아직 세계 곳곳에 지뢰가 남아있고, 생산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일본은 지뢰가 없고, 만들지도 안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여기저기서 지뢰가 발견되고 있다.
총이나 칼처럼 직접적으로 우리를 위협하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기에 더 위험하다.


2시간 10분의 공연
한국연출가였기 때문인지
다락방보다 더 긴 시간이었지만, 더 재밌게 봤다.
작가와의 대화시간, 작가님의 충실한 답변까지 많은 것을 얻어온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