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회 아트엠콘서트 신년 음악회

‘아벨 콰르텟’(Abel Quartet)




에디터 조주영




눈 내리는 토요일, 따뜻한 핫초코 한 잔과 가슴을 뛰게 할 영화 한 편이 생각나는 날이었다. 하지만 그것만큼 혹은 그것 이상으로 몸을 녹여줄 것이 있었으니. 바로 현악 4중주 ‘아벨 콰르텟’과 함께하는 91회 아트엠콘서트 신년음악회. 아벨 콰르텟은 바이올린 윤은솔, 박수현(게스트), 비올라 김세준, 첼로 조형준, 이상 우리나라 차세대 유망주로 구성된 현악사중주단이다. 2013년 독일 유학 중 실내악에 대한 열정과 사명감으로 뜻을 모아 결성된 아벨 콰르텟은 2014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로 콰르텟 캠프에 참가하여 음악적 견고함을 단단히 했고 그들의 음악적 방향성을 재정립하여 유럽무대에서 더욱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기초를 다졌다. 이후 독일 실내악 페스티벌에서 그들의 음악적 역량과 가능성을 알리고, 2014년 독일 아우구스트 에버딩 국제 콩쿠르 2위, 2015년 하이든 국제 실내악콩쿠르 1위, 2015년 제11회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 2위와 청중상을 수상하였다. 최근 2016년 11월에는 제71회 제네바 국제 콩쿠르 현악사중주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3위를 했다. 즉, 아벨콰르텟은 5개월간 무려 3개의 국제 저명 콩쿠르에서 순위 입상을 하며 놀라운 기록으로 우리 실내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현악사중주단인 것이다.










이렇게 그야말로 현악사중단의 역사를 새로이 쓰고 있는 아벨 콰르텟의 연주를 보기 위한 청중들로 공연장은 붐비었다. 뒤이어 김주영 호스트의 신년인사와 실내악에 포함되는 현악 4중주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91회 아트엠콘서트의 막이 올랐다. 실내악은 오케스트라 안에서의 은밀하고도 재미있는 잡담으로 비유가 되었는데, 조금 더 가까이서 현악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은 필자를 포함한 청중들의 기대감을 고취시키기 충분했다.




아벨콰르트가 선정한 프로그램의 첫 작품은 슈베르트의 String Quartet in c minor, No.12, D.703 "Quartettsatz"이었다. ‘단악장’이라는 뜻을 가진 "Quartettsatz"는 1820년 슈베르트가 23세에 작곡한 곡으로 Allegro assai 소나타 형식을 사용한 미완성의 현악 4중주의 1악장에 해당한다. 비록 미완성의 작품이지만 아벨콰르텟의 연주는 C단조가 주는 강렬함과 다채로운 화음이 만들어내는 완성도 높은 연주를 선보였다. 곡의 전반에 나타나는 긴장과 이완은 현악기의 활의 움직임으로 나타냈다.




​두 번째 작품은 하이든의 String Quartet in G Major, No.29, Op.33/5 "How do you do?"이었다. 작품 시작 부분의 네 개의 음들이 영어의 인사말인 "How do you do?"를 연상시킨다고 하여 이와 같이 재미있는 부제가 붙여졌다. 하이든은 일생동안 300여곡의 실내악을 작곡하였는데, 그에게는 ‘현악 4중주’가 가장 중요한 실내악 장르였던 만큼 네 악기의 조화를 중요시했다. 이러한 하이든의 뜻처럼 아벨콰르텟의 연주는 교향곡의 축소판을 떠올릴 만큼 조화로운 연주를 선보였다. 1악장 Vivace assai는 G장조의 소나타 형식으로 경쾌하고 통통 튀는 현악기의 매력을 마음껏 뽐냈다. 2악장 Largo e cantabile는 G단조로 이전 1악장과 대비되어 장중한 분위기의 변화를 이끌었으며 제1바이올린의 선율이 돋보였다. 뒤이어 3악장 Scherzo Allegro와 4악장은 Finale Allegetto는 다시 리듬이 빨라지는 생기 있는 선율을 표현했다. 두 번째 작품에서는 악기 면에서 흥미로운 것이 있었는데, 제2바이올린을 맡은 박수현 바이올리니스트의 활이 바로크 시대의 활의 모습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활이 바뀌니 소리가 보다 가벼워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조형준 첼리스트는 핀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몸으로만 첼로를 지탱하고 감싸 선율이 몸의 울림과 함께 퍼져 나오도록 했다. 이렇게 악기 활용을 다르게 하니 하이든 작품이 지닌 성격을 보다 효과적으로 연주할 수 있었다.







마지막 작품은 베토벤의 String Quartet in c minor, No.4, Op.18/4이었다. 베토벤은 운명교향곡 등 C단조를 빈번히 사용한 만큼 이 작품에서도 C단조가 1악장 Allegro ma non tanto, 3악장 Menuetto. Allegretto, 4악장 Allegro-Prestissimo에 등장한다. 작품 전반적으로 네 악기가 연주자와 하나가 되어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특히 박력 있게 몰아치는 선율 가운데 첼로의 저음과 느리고도 밝은 선율에서는 음악에 대한 베토벤의 애정, 고뇌, 그리고 열정이 뒤섞인 비극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마지막 곡이 끝나자마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들려온 ‘브라보!’가 전혀 놀랍지 않았다. 당연히 필자도 그 중 한명이었기 때문이다. 청중만큼이나 만족스러웠던 표정의 아벨 콰르텟 네 연주자는 박수를 앵콜곡으로 화답했다. 앵콜곡은 하이든의 ‘황제’ 중 2악장 Poco adagio: cantabile였다. 독일 국가로도 알려진 2악장은 느리며 위엄 있게 연주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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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시간 조금 넘게 진행된 91회 아트엠콘서트는 김주영 호스트의 인용으로 마무리되었다. 퀸의 리드보컬인 프레디 머큐리는 한 팀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우리는 만날 때마다 싸워요.’ 싸우기에 롱런한다.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다. 갈등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 음악에 대한 욕심과 애정이 있다는 것임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개개인은 양보하며 맞춰나가는 과정에서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또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건강한 팀으로 나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아벨콰르텟 또한 다르지 않다. ‘생명력을 지닌, 같이 호흡하는’이라는 뜻을 지닌 ‘아벨’에서도 그들의 철학을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세 악기 모두 개성을 잃지 않으며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현악 4중주 아벨 콰르텟의 행보가 더욱이 기대가 된다.




2017년의 첫 번째 공연인 만큼 신년음악회로 진행된 91회 아트엠콘서트는 그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귀가를 하는 동안에도 한 해를 더욱이 힘차고 따뜻하게 시작할 수 있게 만들어준 아벨콰르텟의 아름다운 선율이자 선물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거기에 함박눈이라니, 이것 참 낭만적인 오후가 아니었던가.

[출처] 91회 아트엠콘서트 아벨 콰르텟(Abel Quartet)|작성자 아트엠콘서트

더 자세한 내용은 아트엠콘서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www.artmconce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