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첵] 중대장님! 이 세상은 지옥처럼 뜨겁습니다. 제겐 얼음처럼 차고요! 얼음처럼! 지옥은 찹니다. 지옥이 차. 오...하느님! 하느님! 이럴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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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그 뷔히너의 희곡 보이체크는 독일에서 하층민을 주인공으로 세운 최초의 희곡이다.

이 작품 속에서 그려진 세계관은 무척이나 회의적이고 지옥의 불구덩이처럼 뜨겁고도
한없이 차가운 한기가 엄습한다.

무대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객석을 기준으로 왼쪽이 보이체크의 공간(집과 일터), 그리고 오른쪽은 그 외의 보이체크의 의식에 갈등을 끼치는 영향을 주는 모든 사람들의 공간이었는데,

전체적으로 거칠고 마치 스프레이 아트 처럼 나무 상자에 투박하게 칠해진 글자들의 느낌과
히틀러의 뉴스 연설 같은 뭔가 강압적인 말투의 독어가 끊임없이 내 귀와 주변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극의 시작 전 부터 배우들은 무대위에 나와서 연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보이체크는 미끄럼틀 같은 공간 위에서 무릎을 꿇고, 시종일관 불안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거나 깜짝깜짝 놀라며, 때로는 무엇을 보고는 히죽히죽 웃기도 한다.
오른편에는 보이체크 외의 다른 등장인물들 모두가 서로 얽히고 포개져서 잠을 자고 있다.

보이체크....어디가 모르게 불안해 보이는 보이체크에게 자꾸만 시선이 갔다.
공중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아기 인형...그리고 왼쪽 벽에 써져 있는 글귀

"I am not guilty"

나는 죄가 없다....not guilty(무죄)

보이체크...그는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프레드리히 조안 프란츠 보이체크! 육군 일등병 제 2연대 2대대 4중대 소총수

결혼을 하진 않았지만 아내 마리와 아들이 있고 육군 일등병으로 중대장의 면도를 담당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는 돈벌이가 되지 않아, 밤에는 어떤 의사의 말도 안되는 인체실험에 착취당하면서 돈을 버는 보이체크.

중대장은 보이체크를 얼간이 취급하고 그건 의사도 마찬가지다. 의사는 보이체크에게 4개월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오직 완두콩만을 먹는 실험을 하고 있다. 지속적인 영양결핍으로 보이체크의 육체와 정신은 피폐해져 가지만 그의 고르지 못한 맥박과 흔들리는 두 눈동자를 보면서 자신의 연구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오히려 더 좋아하는 의사에게 보이체크는 실험용 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나는 이 작품을 보기 전 희곡을 구해서 먼저 읽었다. 그래서 보이체크가 부정을 저지른 아내 마리를 결국 살해할 것임을 알았기에 선량하고 온순해 보였던 보이체크가 어떻게 살인에 까지 이르는지 그의 의식의 변화를 찬찬히 지켜 보았다.

내가 본 인간 보이체크에게는 희망같은 건 절대로 없었다.
그의 곁에는 그를 사랑해줄 그 어떤 인물도 없었다.
그러나 결코 의지가 나약한 인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가 완두콩만을 먹어 쇠약해진 정신과 육체로 인해서 환각 속에서 살인을 저질렀다고 생각하고 싶지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더 슬플 것 같았다.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가난
세상 모두에게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지만
그는 사랑하는 마리와 아들을 위해서
위험한 생체실험까지 하며 어떻게든 돈을 벌려고 노력한다.

수개월동안 완두콩만을 먹으며 몸의 변화를 관찰하는 실험.
상상을 해보라! 하루도 아니고 일주일, 한달도 아니고 4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프란츠 보이체크는 완두콩만을 먹으며 버틴다.

지독한 영양실조는 그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극한으로 몰아가고 환청과 환각에까지 시달리지만 인간이 이렇게 까지 극한의 몸의 변화를 느끼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서 결코 포기하지 않고 참고 버티는 것은 보이체크가 결코 나약한 인물이 아니라 세상사람들에겐 비루한 존재일지 모르나
자신의 사랑을 위하고 가족만이 이 세상의 전부이자 살아가는 이유인 착하고 불쌍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극에서는 보이체크의 처참한 현실과 성적인 본능의 욕망을 대비시키는데

정력은 곧 성적인 쾌락이기도 하지만 인간 활력의 동력이 되는 자신감 또는 자존감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이체크는 세상의 모든 욕망과 활력으로부터 단절되고 정신적인 남근이 거세되고 있다.

여기서 정신적인 남근이 거세되었다는 것은 그가 아내 마리로부터도 사랑받지 못하며 다른 남자들에게도 자신의 동료나 친구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성적으로 조롱받고 인격적으로 희롱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이체크에겐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자신의 몸까지 혹사시켜가면서 밤낮없이 벌어도 손에 쥐어 지는 건 몇 푼의 동전이 전부인 삶...육체적으로도 빈약해서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악대장을 보고 울분을 삭히지 못하고 뛰어들지만 오히려 간단하게 제압당한 뒤 수모를 겪는 보이체크....

한 손으로 보이체크를 바닥에 뭉개 버리고 일그러진 그의 머리 위로 술을 들이 붓는 악대장의 모습...
그 순간 보이체크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비참한 자신의 모습...그리고 그때 자신의 최후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그가 살인을 저지르기 위한 칼을 사는 것조차도 가진 돈이 부족해서...어머니가 남긴 유일한 유품이었던 반지를 빼는 장면에서는 정말 많이 울컥했다. 그리고 그 반지를 빼는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의 준비를 했던 것 같다.
선량하고 착한 마음의 상징과도 같았던 어머니의 흔적과 피의 복수를 맞바꾼 것임으로....

아무것도 가진 없이 없고 가질 수도 없는...착하기만 한 사람....
세상 사람들에게 다 조롱받아도 마리를 사랑하고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 열심히 돈을 벌고 싶었던 보이체크....
그러나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그에게 마리의 부정의 목격은 삶의 종말을 의미하지 않았을까....

결국 보이체크는 살인을 저지르고 처참하게 분열되지만....
작가가 이렇게 까지 삶의 밑바닥에서 허덕이며 처절하게 멸망해가는 인물을 그린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가난한 이에게 삶은 정말 슬픔과 고통뿐일까
보이체크가 더 슬퍼보이는 이유는 그가 처참한 상황에서도 사랑과 행복을 꿈꾸며 지키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다.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애착없이 그져 쾌락만 쫓는 삶에서는 이런 슬픔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작가의 세계관은 비관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행복을 간절하게 바라기 때문에, 그 행복이 이루어지지 않고 좌절되는 모든 힘겨운 사람들의 삶을 애도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 옛적 옛절에 엄마도 아빠도 없는 아주 불쌍한 어린아이가 있었더란다. 세상에 만물이 다 죽고. 하나도 살아있는 게 없었지. 만물이 다 죽었어.
해서 어린애는 밤낮으로 울며 다녔더란다.

세상엔 아무 것도 살아남은 사람이 없었어. 그 애는 하늘나라엘 올라가려고 했지. 달님한테로 가서 보니 달은 한쪽에 말라 썩은 나무였더란다. 그래 다음날엔 햇님에게로 갔데. 그런데 그건 아주 시들은 해바라기였다나. 이번에는 별님에게 갔지 뭐야. 그랬더니 그건 때까지가 들벗나무에 찍어다 놓은 것 같은 작은 황금파리들이였더란다.

그래서 다시 땅으로 내려오려고 하니 거긴 아주 뜨거운 용광로가 되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혼자서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었는데 지금까지도 혼자서 엉엉 울고 있단 말이다..
아직까지도 혼자서 엉엉 울고 있는 수많은 보이체크를...그의 비참한 삶이 그의 죄가 아니라 그렇게 만든 악인들이 판을 치는 지옥같은 세상에 대한 울분이 아니 었을까...



I am not guilty
보이체크의 분열되어 가는 의식을 보는 것이 무척이나 먹먹하고 가슴 아팠던 연극이었다.

연극은 극이 시작하기 전부터 배우분들이 무대에 나와서 연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작 되었고 실제로 암전 후 극이 시작되기 전까지 촬영과 사진이 허락되었다.

보이체크역을 맡으신 #박현수 배우님의 시종일관 불안에 떨며 눈치를 보고 환청과 환각을 보는 듯 허공을 향하는 초점잃은 눈빛과 주눅들어 움츠려든 몸과 주변의 작은 자극에도 반사신경으로 반응하던 몸짓이 보이체크의 모든 것이라서 더 슬프고 아팠다.

"보이체크 멘탈리티" (작:게오르그 뷔히너 연출:김결 음악감독:권순태 영상감독:최종찬 출연:박현수, ​이갑선, 박지영, 김한결, 장한얼, 김민규, 강병관, 박지혜 제작:극단 명작옥수수밭 극장:노을 소극장 별점:★★★★☆) 올해만 벌써 세 편의 "보이첵" 이 선보인다. 이 쉽지 않은 작품이 자주 공연되는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배우들의 연기 훈련과 마지막의 미완성 된 결말 때문에 선호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까사발렌티나" 에서 보았던 김결 배우님이 이번엔 연출을 하셨다. 모든 배우들의 집중력 있는 연기도 좋았지만 무대, 영상, 분장등에 연출의 의도를 충분히 나타낸 시도가 좋았다. 초반의 마리 성격이 후반부에 확 바뀐 것이 좀 이해가 안되었으나 마지막의 마르가레트가 노래 부르는 장면이 좋았다. 이것 때문에 별점 1개 추가한다. 결말 장면이 쉽게 다가오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인간의 심리를 탐구하는 이런 작품은 한 번쯤 봐야 하지 않을까?

연출 배우분들 모두 만족스러웠던 공연.
짧아서 아쉽네요

10분전 입장.
들어가는 순간부터 이미 극은 진행중이었다.
보이체크는 불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고, 경계하고 있었다.

미끄럼틀과 거꾸로 매달린 인형, 그리고 보이체크를 바라보는 눈.
무대연출 자체도 엄청 인상 깊었는데, 소품하나하나 벽에 새겨진 문구하나하나 허투루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시작되는 공연.

보이체크를 계속해서 부르는 코러스들. 들려오는 목소리.
그런것들을 보고 들으며, 의사, 악대장, 대위들을 보며, 단순히 인물들의 목소리와 행위가 아닌
보이체크의 정신세계라고 해야하나.. 힘든부분들.. 그런게 느껴졌다

그룰 괴롭히는 수 많은 것들을 보며 괜시리 울컥했고
결국 보이체크가 어머니 유품이라며 반지를 지키려고 하는 순간 눈물이 뚝뚝.
직접적으로 심리를 자극하거나 이런건 없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마음이 움직인 것 같았다

배우분들의 공연도 좋았고 무대마저 너무 좋았던 보이체크
이런 공연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로테스크 한 분장과 무대 한쪽에 숨어있는 보이체크 그리구 한무더기로 뭉쳐있는 까맣고 하얀 이들 Innocent I am not guilty 벽과 소품 을 채운 글씨 무대 는 무대이기도 보이체크의 머리속이기도 하더라 그들은 실제인물이기도 그리고 악몽? 속 환영이기도 하더라 광기에 가득 찬 의사 계급으로 인간을 차별하는 대위 본능에 충실한 듯한 악대장 창녀 와 순박한 여인네를 오고가는 듯한 마리 그밖의 모든 이들도 그다지 다를 바 없더라 콩 만 먹어서...영양실조 에 빠져서 생긴 정신착란일까? 그래도 계속 철학적어구들을 읊조리던 철학가?가 살기엔 너무나 척박한 사회여서였을까? 아니면 실은...외눈박이들 세상 의 두눈박이 였을까? GOD. Plese help me, help us. Forgive me please. 군데군데 적혀있던 글귀들은 누구의 외침 일까 절규 일까 80분이 채 안되는 시간 동안 강렬함으로 다가오더라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더라 이제까지의 보이체크 들과 엄청나게 다르거나 독특하진 않을지 몰라도 한번쯤 보라고 추천해고픈 공연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