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그리고.. 윤회에 대한. .것을 생각하게하는...

함께 하지 못하는 몸부림...그 안타까움이 전해져 오는 느낌이 너무 슬펐어요

오늘 보고왔는데요.. 극장도 너무 이쁘고 음악도 좋았는데

좀 어렵더라구요. 앞으론 좀 더 깊이있는 연극을 많이 봐야겠네요.

다들 좋아하시는데 전 보고나서 왠지 우울한 느낌만 남아있고.

남자배우가 계속해서 되뇌이는 성경구절도 좀처럼 이해가 안되고..

그 의미는 제가 계속 생각해 봐야될 것 같아요.

보고나서 이 연극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구나 .정도는 느낌이 와야하는데..

그게 없네요. 어렵다는 느낌만 있구요..

퉁퉁거리며 울리는 첼로의 현, 그 위로 두꺼운 곡하는 소리..

얇고도 가늘게 끊어질 듯 이어지는 해금 같은 바이올린 소리.. 휘파람 같은 하모니카..

훠어이~ 훠어이~ 영혼을 보내는 그들의 음악..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중절모를 쓰고 여행가방을 들고 한 발, 한 발 .. 천천히 바람이 흐르듯, 물이 굴러가듯

그저 공기 가운데 미끄러지듯 걸음을 내딛는다. 깊은 무대를 가로막은 얇은 막 뒤에는 한 여인의 그림자가 애타게 누군가를 찾고 있다.

"여보.. " ... "여보...." 커졌다 작아졌다 점점 진해지는 그리움의 깊은 목소리..

긴 여행을 마치고 따뜻한 욕조 안에서 편안히 쉬고 싶은 한 남자는..그 목소리 때문에 쉬이 잠들지 못한다.



사실 한 번만 보고 이해할 수 있기에는 너무나도 어렵고.. 복잡한 극이었다.

몸동작과 소품들, 각종 천들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의 여운들이 마치 꿈 속의 그것처럼 느껴져서 살포시 눈을 감아

내 안에서 일렁이는 그 여운들을 느껴보게도 하고. 고요하고도 깊은 침묵 속에서 낭랑하게 울리는 여자의 목소리가..

오히려 단잠을 자야하는 남자를 방해하는 것 같기도 하였다.



꿈 몽.. 사모할 연.. 남편을 잃은 유인우는.. 꿈 속에서 그를 찾아 헤맵니다.

삶을 잃은 한인성은 쉴 자리를 찾아 헤맵니다. 그러나 그 둘은 왠지 만나지지도 쉽사리 쉴 수 있게 되지도 않습니다.

한인성이 계속 입 속으로 되뇌이는 마태복음에 나오는 다윗의 족보, 그리스도의 족보는..

이 꿈 속에서 또 하나의 혼란과 환상을 더할 뿐 해답의 충족은 전혀 되지 않습니다.

죽은 자가 주문처럼 되뇌이는 성경의 족보와.. 산 자가 미친듯 절규하는 죽은 자를 향한 그리움의 소리는

결국 어디에도 가 닿지 못하는 허공에서 소멸합니다.



닿지 못할 것을 소망하는 여자.. 왠지 자꾸 뒤돌아보는 남자..

굵은 첼로의 선율과.. 얇은 바이올린.. 감미로운 하모니카 소리 사이에 굵게 울리는 여인의 곡하는 소리..

향 냄새가 진동하는 공연장 안은 꿈속에서처럼, 무덤 속처럼, 죽음처럼,

그렇게 함께하는 관객들을 옭아맵니다.



가지려 애쓴다고 해서 가져지는 것이 아니고.. 버리려 한다고 해서 버려지는 것이 아님을.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님을.. 이 극은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마지막에 여자가 되뇌이는 족보 속에서.. 인생은 그렇게 시작되고 그렇게 끝난다는..

염세적인 허무주의를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단지, 분명한 것은 그녀도.. 그도.. 또 우리도.. 변함없이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어렵지만. 복잡하지만.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어려운 공연...

끝없이 떠가는 하얀 욕조들처럼.. 각자의 따뜻한 쉴 곳을 만나기 전까지..

꿈속처럼.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세상을 향해 손을 내뻗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합니다;



인우 역을 맡은 임정은 씨의 연기는..놀라웠습니다. 감정의 폭발.. 울면서 웃기.. 웃으면서 울기.

마치 미친 사람처럼.. 당장 미쳐버리기라도 할 것처럼...감정의 강약조절이 아주 절묘한 연기...부러웠습니다.

그런 표현을 해낼 수 있다니. 저렇게나 훌륭하게..

청혼의 그 날.. 그 억울함과 감격과 벅차오르는 기쁨을 표현하고..

부풀어오르던 저승의 이불 가운데서.. 다가왔다 사라지는 그의 아련한 그림자를 쫓던 모습이.

당신의 연기가 참.. 부러웠습니다.

앵콜 3차 들어갔다고 해서 호기심에, 앵콜이 3차까지 들어갔으면 괜찮은 작품이겠지.
할인도 하고.
라는 생각에 봤습니다.
인상깊었던 건. 역시 제목에서도 나름 예상은 했지만, 몽환적인 분위기를 계속 연출하고 있었다는 점.
생으로 듣는 첼로연주와 사람의 목소리로 만드는 배경음악.
낮고 잔잔하게 어둡고 무겁게.

사랑하는 사람을 못잊는 여인을 연기하는 분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눈물을 흘리면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감탄에 감탄을 하면서.

그러나, 아무리 사랑을 했어도, 살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
좋아하는 사람 곁에 가고 싶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결국은 다들 뿔뿔히 흩어져
다른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난다는 것.

뭔가 여러가지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연극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