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단원이 무대에서 제자리를 잡고 오보에를 필두로 오케스트라의 음을 맞추고 이어 지휘자가 등장하고 박수소리를 일순 멈추게 하는 지휘자 손끝이 감지되면 심벌즈의 위치를 확인해본다. 한참을 기다렸다 클라이맥스에 챙챙! 울려 퍼지면, 그 순간만큼은 심장박동이 악기의 음에 맞추려 한다. 그 짧은 황홀.

학창시절, 조회 시간에 밴드의 반주에 맞춰 전교생이 애국가를 부르곤 했다. 그때부터 심벌즈를 맡은 연주자를 눈여겨봤나보다. 후렴부에 한 번, 곡이 끝날 때 두세 번 챙챙 울리면 왜 이리 신났을까. 한편으론 심벌즈쯤은 나도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당치 않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내게 맡기지도 않을 텐데, 정확한 포인트에서 음 이탈 없이 잘 해낼 수 있을까, 쓸데없는 걱정을 왜 했는지.

나처럼 타악기에 대해선 안이함으로 일관하는 사람, 많겠지? 바이올린주자의 경쟁에 밀려 어쩔 도리 없이 콘트라베이스를 안게 된 경우가 있듯 현악기나 관악기주자에 밀려 타악기를 담당했을 거라는. 팀파니를 두드리다 한쪽에 놓인 심벌즈를 조심스럽게 양손에 쥐고 절정의 순간을 대기하는. 몇 번의 큰북 울림을 위해 마냥 기다려야 하는. 주저할 것 같은 악기의 연주자.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아마도 솔리스트로 활동하는 타악기주자가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7월 15일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타악 앙상블 ‘잼스틱’ 공연을 기다리면서, 실은 큰 기대는 일찌감치 접었다. 새로운 문화 체험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시끄럽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대중가수의 공연을 준비한 듯한 무대의 조명, 혹 궁둥이에 좀 쑤시다 가는 건 아니겠지?

악기의 시초는 타악기가 분명하다. 나무통 따위를 막대기나 돌멩이로 두드리다 보니 다른 상이한 음을 찾게 되었을 거다. 고유한 전통을 지키는 오지의 소수 종족의 의식이나 흥을 돋울 때 연주하는 악기가 타악기 주류인 것처럼. 어쩌면 타악기는 인간의 원초적인 감각에 충실한 악기인지도 모른다. 리듬만으로도 인간의 감정을 상쾌하게 때론 진지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건 잼스틱 공연을 관람하고 나서부터다.

‘즉흥적으로 변주하다’의 뜻을 가진 잼(jam)과 ‘북채’를 뜻하는 스틱의 합성어인 타악 그룹 잼스틱은 다재다능하고 활기가 넘치는 뮤지션이었다. 신디사이저 김영현을 제외한 네 명의 퍼카션 김광선, 전효봉, 유중선, 장세원은 타악기의 경쾌함을 유감없이 선사하였다. 모두들 다양한 타악기와 한 몸이 되었다. 리듬 전용의 타악기는 물론 선율 전용의 타악기 실로폰, 마림바 등을 능수능란하게 연주하였다. 뿐만 아니라 과장된 제스처와 풍부한 표정 연기로 청중의 파안대소를 자아냈다. 중간 중간 던지는 멘트 또한 공연을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실려 있었다. 오랜 연습으로 이 모든 게 가능했겠지. 짧은 시간에 참 많은 색깔을 보여준 공연이다.

특히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은 올 3월에 내한했던 피아니스트 막심 므라비차만큼이나 현란했다. 실로폰으로 듣는, 게다가 두 명의 연주자의 코믹한 베틀로 보여지는 그림과 함께 하여 더욱 이색적이면서도 흥겨웠다. 브람스의 헝가리무곡 연주는 청중과 함께 하는 게임을 펼치기도 했다. 악기라 여기기 곤란한 물건으로 타악을 연주할 때는 즉흥적이면서도 새로움을 추구하는 그룹의 이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들의 땀을 대신 닦아줄 수 없는 노릇이라 청중의 박수는 차가한 맥주 한모금 같았다. 그들의 행보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건…….

공연을 자주 보는 편을 아니지만 정말 재미있고 좋았어요 ㅎㅎ

열정적인 잼스틱의 환상적인 공연이었습니다.
저렴한 가격이라 별 기대를 안했다가
너무너무 괜찮아서 깜짝 놀랐어요 ^^

그냥 좀 재밌겠지..하며 갔는데 넘넘 좋았어요!!
잼스틱이란 친구들 잘 모르지만 실력 있고 입담도 끝내주더군요^^
덕분에 만원의 행복을 오랜만에 느껴봤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