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없는 평일을 보내고,
비로소 평화로운 토요일 오후. 에에자나이카를 보기 위해 아르코를 찾았습니다.
공연 시작 전 입구에서 배우들의 사전 공연이 진행 중이더군요.
흥겨운 음악과 정말 행복해보이는 배우들의 몸놀림을 흘낏 거리면서
티켓을 찾으면서 동행인과 함께
(사전 정보 없이 연극을 보러 갔으므로)
"이거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재밌을 것 같아"라는 기대감과 함께 입장을 했습니다.

저도 동행인도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어서 팜플렛의 글들을 일본어로 읽으며 해석하다보니 어느덧 공연이 시작되더군요.
자막 없이 볼 수 있을지도 몰라. 라는 기대감은 너무 빠른 대사로 인해 무너졌지만;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 자막을 흘끗흘끗 눈으로 읽고 무대에 시선을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현란한 배우들의 의상과 몸짓, '역시 원일씨는 대단해!'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 음악.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분들이 6명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6명이라는 사람들이 수십명의 오케스트라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공연장 내에 꽉 찬 음악을 들려주시더군요.
에에자나이카가 즐거웠던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의 음악이 아니었을까. 할 정도로말이죠.

거기에 등장인물이 도대체 몇 명인거야!라고 혼란스러워 할 정도로
많은 배우들이 무대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다른 형식의 뮤지컬이랄까.
우리가 흔히 접해온 뮤지컬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확실히 배우들은 즐거워보였고, 음악이 있었고, 춤이 있었고, 이야기가 있는. 뮤지컬.

아쉽게도 1막 중반부부터 이야기의 진행이 조금 느리다.라는 느낌과 아무래도 자막을 보느라 무대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져 약간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1막이 끝나고 휴식시간 동안 시작 전에 가졌던 기대에 비해 약간의 실망감과 함께 2막을 보기 위해 다시 공연장으로 입장.

결국 2막까지 모두 끝나고나자 중간에 가졌던 실망감은 사라지더군요.

교과서를 통해 배운 기억이 어렴풋한 에도시기의 농민봉기와 그 배후의 이야기들.
앞에서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결국 이해하게 된 그 당시 서민들의 고통.
아무런 힘도 없는 그들이 그 고통을 풀어내는 방식.
마지막에 다함께 '에에자나이카'를 외치며 춤을 추는 모습은, 감동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_한 편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흥겹게 즐기고 싶은 분에게 '에에자나이카'를 추천합니다.
우리의 음악과 일본배우들이 펼치는 이야기의 하모니는 어떨까?라고 호기심을 갖는 분들에게 이 연극을 추천합니다.

_몇 가지 남은 이야기들.
연극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일본어를 잘했다면, 더 재미있게 연극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중간중간 서투른 한국어로 대사를 하는 일본 배우들의 모습이 정말 귀여웠답니다.
'에에자나이카'를 외치며 춤을 추는,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는 좌절감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고통을 이런 방법으로 승화시키는 사람들의 모습은 당분간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원일씨와 바람곶이 만들어낸 오케스트라 부럽지 않은 음악은 평소에 제가 찾아서 듣는 음악과는 전혀 다르지만, 에에자나이카에서만은 저를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너무나도 멋지고 풍부한 음악이었습니다. 그들의 음악이 이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이었을지도.

정말 잼있게 잘 보고왔습니다 !
추천할수 있을정도로 괜찮은 공연이였어요~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더 보고싶다는..^^
공연중간중간 배우들의 한국말한마디가 참 잼있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