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월을 알기 전, 소월 김정식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행복한 시인 중의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그의 아버지 없음에 대한 불행과 일제강점기 시대의 지식인으로서의 어쩔 수 없음과 자살이라는 사인을 접했을 때도 그가 누구보다 축복 받은 시인이라는 생각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왜? 소월의 시는 그 모든 것을 보상받고도 남을 만큼 널리 읽히고 불리고 사랑 받고 그렇게 사람들에게 온전히 기억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까지. 하지만, 소월에게 조금씩 다가가면서 미궁에 빠지게 되는 것은 시인으로서는 슈퍼스타의 반열에 올라섰지만 ..

새벽녘, 심현규의 부인 강정숙은 자신이 운영하는 노래방을 닫으려 정리하고 있다. 그때쯤, 전화벨이 울린다. 노래방 한 곳에서 술에 취해 자고 있던 심현규는 대학시절 은사님이신 난대?? 오주경선생님의 부고소식을 듣는다. 장례식장, 평소 친구들의 경조사에도 얼굴을 비치지 않은 심현규는, 오랜만에 지인들과의 만남을 예상하고 어색하게 등장한다. 그런 현규에게 난대의 손녀딸인 채란이 반갑게 인사하고는 곧 할아버지의 유언이 담긴 봉투를 건넨다. 나중에 확인하라는 그녀의 말에 유언이 담긴 봉투를 잠시 잊고, 대학시절 동기들과 자리를 한다. 여전히 그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