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공연을 볼 때마다

난 후기를 쓰기가 두려워진다...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어떻게 표현해야하나..

나의 부족한 글솜씨로는 공연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감흥을 표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상상fm37.5는 나에게 그런 공연이다.

한번 보고 감흥을 제대로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여러번 끓여야 진국이 나오는 그런 공연이다.

이 공연은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머...여자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많다

하지만 하나같이 여자들이 우르르 나와서 남성을 바람이나 피는 가해자, 여성을 그사람밖에 모르
는 피해자로 단정짓는다.

하나같이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이고 당당하게 이혼하고 쿨하게 새로운 사랑을 찾아나선다.

이루지 못하는 꿈을 연극을 통해 보여줌으로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을 가져다 줄 뿐

이게 어떻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꼭 연극이나 뮤지컬이 현실적이며 교훈을 가져다 줄 필요는 없지만 이제 이런 레파토리는 식상하다 남자가 보기에도 불쾌하고...

대리만족을 통한 희열을 느끼고 싶다면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된다. 요새 많이 나오지 않는가?

하지만 이 연극은 다르다 정말 내 이야기 내 가족의 이야기 내 친구의 이야기이다.

수진은 지금 너무 고통스럽다. 믿었던 남편에게 여자가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수진은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그래서 술의 도움을 빌어 지나간 기억을 현재의 시간과 공간으로 초대한다.

대학교시절 남편과 같이 DJ를 했던 기억...
여왕처럼 모시겠다며 남편이 나에게 프로포즈를 했던 기억...
그리고 남편의 마음이 떠나간 기억...

그런 기억을 떠올리며 수진은 이러한 고통을 가져다 준 남편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한다

하지만 아무리 남편을 미워해도 수진의 고통은 한결 나아지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인 걸까...남편은 왜 바람을 피게 된 걸까...

답답했는지 내 안의 또다른 수진이 말한다. "회피하지말고...너!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라고..."

바람핀 남편의 아내가 아닌,자신의 이야기를 해 보라고 한다.

수진은 그래서 용기 있게 부딪친다 더이상 도망치지 않는다

사실 남편이 바람핀 이유를 수진은 이미 알고 있었다...마주하고 싶지 않았을뿐

소통의 부재...그리고 잃어버린 존재감처럼 무채색 아니 검은색에 가까운 자신의 모습...

결국 남편만의 잘못이 아니라...나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의 부재는 잃어버린 존재감을...자신의 자아를...되찾게 해 주었다

그는 이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상상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놀이는 이제 그만하고 현실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러 밖으로 나간다

화려한 원피스를 입고 딸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내용은 다소 무겁지만 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로 인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재밌다^^

연출도 굉장히 좋았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전개...

그리고 극중 내용을 효과적으로 표현해주는 음악들(손담비의 미쳤어~~가 떠오르는건 왜일까 ㅋ)

금상첨화로 연극의 묘미는 관객의 참여아닌가 ㅎㅎ(1시간전 티켓팅했는데 맨앞줄에 앉을 것을 후회했다...)

이렇게 완성도 높은 연극임에도 홍보가 거의 되지 않아 안타까웠다. 앞으로 입소문을 타서 많은 분들이 공감했으면 좋겠다

다음에는 어머니와 손을 잡고 한번 가봐야겠다. 이런 진국을 나혼자 맛볼수는 없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