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거장은 거장다웠습니다.
환상적인 공연이었습니다

기획해주신 분들과 좋은 연주를 보여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입니다.
https://blog.naver.com/kelly110/221318963146

계속 미루던 활 털을 갈러 서초동 갔다 맡기고 찾으러 가는 길에 거기가지 그냥 가기 아까워 예술의전당 공연 한 편을 예매했습니다. 바이올린 독주회를 찾다 없어 바이올린 협연을 하는 공연을 보기로 했는데 경기필의 공연도, 양성식이라는 바이올리니스트도 처음이라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일찍 출발했는데도 가는 길이 너무 막혀 시간이 두 배로 걸렸습니다. 활 가게 약속시간에 늦어 겨우 찾고 예술의전당으로 향했습니다. 활 가게 들르느라 미리 간 덕분에 그곳에서 여유 있게 책을 읽으며 기다렸는데 차가 막혀 1부 두 번째 곡이랑 2부에서 처음 들어온 분들도 계신 것 같았습니다.


첫 곡은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최한별씨의 <Hide and Seek>이었는데 창작곡이라 미리 예상은 했었지만 정말 독특했습니다. 이상하다기보다는 환상적이었습니다. 물 속, 또는 우주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악기들이 번갈아가며 주고받는 음들이 정말 숨바꼭질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연주가 끝나자 우리는 연주자들과 지휘자, 그리고 작곡자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우리나라 신예 작곡가들이 국제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두 번째 무대는 정말 너무 멋졌습니다. 처음 본 양성식(왜 이제야 알았을까요?) 바이올리니스트는 나이가 들수록 더 멋진가봅니다. 예전 사진보다 훨씬 멋져 보였습니다. 아마도 연주를 끝내주게 잘 해서이겠지요? 힘이 넘치면서도 거칠지 않은 바이올린 연주의 진수를 보여주었습니다. 맨 앞자리에서 숨소리까지 들으며 감상해서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부가 끝나고 나와 생전 처음으로 예술의전당 안 레코드가게로 달려가 양성식씨의 협주곡 CD를 구입했습니다. 집에 와서 들으니 감동이 그대로 살아납니다.


마지막 곡은 베토벤 3번 교향곡 <영웅>입니다. 이번에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때 베토벤의 교향곡을 하게 되어 더 반가웠습니다. 같은 오케스트라인데도 지휘자에 따라 역량이 달라진다는 걸 익히 알고 있어 리오 샴바달 지휘자가 얼마나 위대한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맨 앞에서 봐서 그런지 땀범벅이 된 얼굴과 불편한 걸음걸이로 장시간 서서 지휘하는 게 조금은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혹시나 쓰러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앵콜 곡을 하지 않고 연주회가 끝났습니다. 장시간 다들 너무 고생 많았던 것 같습니다. 맨 앞에서 현악 연주자들의 표정까지 살피며 듣기에는 너무 황홀한 밤이었습니다.

1부 최한별 작곡은 현대음악이라 그러려니 양성식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진짜 최악. 튜닝할 때부터 불안감이 엄습해오더니.. 연습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베토벤 3번은 간만에 참으로 아름다웠음. 안다브라보충이 곡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운을 느끼긴 무슨 크게 외쳐대서 감흥 다 깨짐. 샴바달 손 내려가지도 않았는데. 2초를 못참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