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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살아갈수록 점점 광기가 되버린 세상.
자신들의 행위는 아랑곳하지않는다.

수많은 유혹과 그만큼의 오해.
잘살길 바라는 질투가 공존한다.

소유하지못한다면 죽음으로 가둬버리는 욕망.
인간의 숨길수없는 당연한 본능이지만 관계는 너무나 더럽혀져있다.

이용과 복종은 그저 남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도구인가.
각자의 성취감은 한사람에게 만족감을 느끼게한다.
그들 모두의 피가 함께 흐르는 ''말피''의 몸.

죽이기엔 아쉽고 살려두자니 괘씸함.
그에게 필요한 벌은 무엇일까.

마지막 죽음에대해 경위를 표하는 심정.
내면의 모든것을 섬세하게 전달함이 삶의 역경을 하소연하듯 다가왔다.

죽은자도 사랑하는 지상의 이야기.
조용히 속삭이다 묻혀버린다.

모두가 죽어서야 공평함을 논할수 있었다.
죄의 두려움을 알지만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나약함을 옅볼 수 있었다.

영국 엘리자베스 시대의 극작가인 ''''존 웹스터(John Webster 1580? ~ 1634?)의 작품 ''''말피''''는 이번에 국내 최초로 공연되었다. 존 웹스터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동시대에 활약한 작가이다. 그의 2대 비극 작품인 ''''하얀 악마(The White Devil 1608)''''와 ''''말피 공작 부인(The Duchess of Malfi 1614)''''은 어둡고 음울하고 잔인한 것이 특징이다.

존 웹스터 작가에 대해서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접하게 되었다. 동시대 활약하고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셰익스피어의 작품들과는 또다른 느낌과 스타일을 선보여주고 있다. ''''말피''''의 독특한 대사들과 분위기, 이야기의 전개 방식들이 지금의 연극 느낌과는 또다른 고전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연극 ''''말피''''는 자신의 사랑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초연하게 죽어가는 공작 부인의 당당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당시 음모, 기만, 퇴폐의 상징이었던 이탈리아를 무대로 하고 있다. 남성의 가부장제가 넘쳐나는 시대적 상황에서 당당하게 여성의 목소리를 소리 높여 외치고 실천한 말피 공작 부인의 여성 성에 대한 작가의 혁신적인 전개가 눈에 띈다.

말피 공작 부인은 정치권력과 자신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실행에 옮긴다. 말피공작 부인은 자신의 집사인 ''''안토니오''''와 비밀리에 재혼을 한다. 쌍둥이 동생 페르디앙 공작은 첩자 ''''보솔라''''를 보내 ''''말피''''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게 만들고, 막내동생인 추기경은 자신의 형인 ''''페르디낭 공작''''과 협심하여 말피의 재혼을 적극적으로 방해한다.

''''말피'''' 공작은 음탕하거나 부도덕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고 쟁취하려 한다. 기존 사회의 통념을 부셔버리려 하지만 결국 자신의 형제들 손에 의해 죽게 된다. 재혼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되지만, 결코 후회하지도 않는다. 남성 중심 사회에 당당하게 대항하여 여성이 중심으로 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출발을 알리는 이야기가 이처럼 오래전부터 논의되고 있었던 점이 놀랍기도 하다.

배우들의 연기 몰입감은 매우 좋았다. 더불어 연극속에서는 존 웹스터가 구현하고자 했던 당시의 분위기와 느낌들을 고스란히 객석으로 전달하고 있다. ''''말피'''' 포스터에서 나타난 눈물 그렁그렁한 ''''말피 공작 부인''''의 눈망울 속에는 공연을 통해 확인한 많은 의미의 눈물들이 담겨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음모, 기만, 배신, 투쟁, 사랑, 당당함....여전히 여성들의 갈 길이 멀다. 400여년전 영국에서 발표한 작품이 여전히 불평등한 구조로 남아있는 사회 모순에 여성의 주도적 변화 가능성을 힘주어 이야기하고 있다~^^

존 웹스터의 말피 공작부인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이 국내에서 상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작가
존 웹스터의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비극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하얀 악마와 이 연극의 원작인 말피 공작부인은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이토록 유명한 작품을 이제까지 한국에서 무대에 올린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의외로 느껴질 정도다.

페르디낭을 죽인 보솔라가 복수의 마무리는
이 모든 죄업을 손수 행했던 그 자신의 죽음임을 깨닫는 것으로 연극은 막을 내린다.
복수를 소재로 다룬 많은 작품에서 복수가 끝난 후의 허무함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연극 말피 또한 그 전철을 밟고 있다.
연극을 보고 난 후 이 작품의 주인공은 공작부인이 아니라 보솔라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솔라라는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살려낸 백익남 배우의 농익은 연기가 그만큼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연극 말피는 당당한 여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오늘날의 여권신장 추세에 어울리는 작품일 거라고 예상하였으나
실제로는 두 남동생에게 번롱당하는 여주인공의 비극적인 인생이 그려지고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억압당하고 수난당하는 여성을 다룬 작품이었다.
목에 밧줄이 걸린 상태에서도 "그래도 난 말피의 공작부인이다(I am Duchess of Malfi still)."라고 말하는
공작부인의 대사가 이 연극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라고 하지만
솔직히 이 장면에서 여주인공의 굴하지 않는 강인함이나 곧은 기개가 크게 느껴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공작부인의 캐릭터를 보완하여 다시 무대에서 만나보고 싶은 연극 말피다.

세익스피어 만큼 인정받는 존 웹스터가 쓴 작품이고 특히 그의 여성관은
적극적이고 주체적이라 넘 기대를 많이 한 탓일까~?
그러나 당시의 상황과 시대의 가치관을 생각해 보면 당시 여성은 부모나
주변이 정해주는 결혼을 해야했고 가족이라도 결혼해 왕족, 귀족의 혈통을
이으려 해 근친상간의 부도덕성을 몰랐던 시대에 대단히 주체적인 여성이라
생각된다~
비극을 전혀 바라지 않았지만 어쩔수 없어도 끝까지 사랑한 남편과 자식을
택한 것도 당시엔 너무나도 파격적이었던 공연 넘 잘 보았다~.

이 시놉을 가지고서 걸크러쉬를 만들어내지 못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