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 부랴부랴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을 이런 식으로 우롱하다니 정말 불쾌합니다. 하루의 끝자락에서 공연을 보러온 사람도, 공연에 참여하고 있는 아티스트들도 다 죽이려고 작정한 작품이었습니다. 배우님들께서는 이런 공연을 어떻게 버티시는지 관객인 저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입니다. 관극을 하는 제가 너무나 지루해서 공연 도중에 나가고 싶으면, 그걸 공연하고 있는 배우들은 관객들의 그런 호흡을 못 느꼈을까요? 그게 느껴졌을 텐데도 불구하고 무대 위에서 끝까지 열연하는 배우님들을 보고 있자니 민망해서 차마 나갈 수가 없었네요. 암흑 속에서 배우의 입술만 뻐끔거리게 하는 사뮈엘 베케트의 <난 아니야>같은 의도적인 실험 정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배우를 무슨 구체 관절 인형 정도로 생각하시는 건가요? 한국 연극계 암흑의 역사 한 장을 차지할 법했습니다. 보는 내내 관객석에서 탄식 소리가 나오더군요.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작품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옛날에 대학로에서 하던 <관객 모독>은 제목이라도 솔직하지, 이런 기만은 대체 뭡니까?

날이 섰지만, 한국 연극계를 사랑하는 관객으로서의 충언입니다. 공연 총괄한 연출님께서는 왜 다른 예술 장르가 아닌, 무대에 배우를 올리고, 관객석에서 관객들을 앉혀 놓은 상태에서 사람들의 시간을 잡아먹는 예술 형태인 연극을 하고 계시는지 깊은 성찰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코스모스 속 세포 하나의 고독" (작,연출:송선호 음악:송운겸 Gerda 출연:차병호, 윤소희, 조현진, 박근홍, 박강훈 제작:극단 유랑선 극장:미마지아트센터 눈빛극장 별점:★★☆☆☆) "어떤 동산" 을 재미있게 보았던 극단 유랑선의 창단 10주년 기념 창작극 이다. 무대는 깔끔하다. 어느 작가의 죽음 이후 그의 제자가 작가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글을 얘기한다. 내용이나 전개가 흡입력이 없다. 뜬금없이 나 온 윤소희 배우님이 부른 노래가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