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뜬금없이.. 생각이 많이 나네요. ..;;

아아, 앵콜공연이 없는건가요??
다시 보고싶네요..;;

일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일본서의 공연을 못봐서 한국에 와서 보려고 했는데
뱅기표가 없다는 것이다
나라도 꼭 가보라고 적극 권유해서
갑자기 혼자 보게 되었다
평소많은 교민들을 만나면서
우리 교민들이 타국에서평생을 이방인 인채로
정부의 아무런 관심도 못받고
지내는 것에 대해 많은 부끄러움을 느끼던 중
이번 연극을 통해서 또 한번 쓰린 마음을 느껴야 했다.
정말 우리 정부가 본의 아니게 살고 있는 교민들을 향해
따뜻한 관심을 가져주고 많은 홍보를 해 주었으면 한다
우리 대사관이나 문화원을 가 봐도
마치 70년대 이전의 낙후된 우리의 모습을 전시해 놓고
홍보를 하고 있는 탁상행정에 대해서도 분개를 느끼게 된다.
이번 연극을 통해서 해외에 있는 교민들에게 관심을 갖고
어떻게 하면 우리 민족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일본어를 함께 공부하는 친구랑 모처럼 좋은 시간을 가질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2002년 [강 건너 저 편에]로 인연을 맺은 예술의 전당과 일본 신국립 극단의 두 번째 조우는 예술의 전당 개관 20주년 기념을 맞이하여 선보이게 된 [야끼니꾸 드래곤/용길이네 곱창집]으로 이어집니다. 작년 [라 보엠] 화재 사건이 초를 치지만 않았다면 예술의 전당 20주년 기념 일정은 보다 멋들어진 성찬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오페라하우스 공연이 빠진 1년 여간의 일정을 따라가기엔 좀 싱숭생숭한 감이 있어요. 예술의 전당의 실질적인 알짜배가 공연들은 대부분 오페라하우스에서 올려지는 걸 감안하면 더욱 초라해보입니다. 그렇지만 그렇다해도 우리에겐 [야끼니꾸 드래곤/용길이네 곱창집]같은 좋은 연극이 올려질 수 있는 토월극장이 있어 다행이죠. 지난 봄, 개관 기념으로 재공연 되어 호평과 함께 높은 예매율을 보인 [레이디 맥배스]나 지난 주 짧은 공연 기간에 금세 막을 내린 [야끼니꾸 드래곤/용길이네 곱창집]의 완성도를 보면 올 가을 올려질 [갈매기]에 대한 기대감도 벅차오릅니다. 이 세 연극 패키지 상품은 오래전부터 판매되고 있었는데 그전의 토월 극장 정통 연극 시리즈에 버금가는 수준 높은 기획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야끼니꾸 드래곤/용길이네 곱창집]은 6년 전 예술의 전당이 일본 신국립 극단과 처음 조우을 맺은 [강 건너 저 편에]의 비평적 성과에 고무되어 자랑스럽게 개관 기념 공연으로 기획된 작품으로 지난 달 일본에서 먼저 올려진 작품입니다. 일본 스텝진과 배우들의 스케줄을 고려하다보니 공연기간이 5일 밖에 되지 않은 것 같네요. 그래서 이 작품을 보고 싶어도 일정이 어긋나 못 본 관객들이 많을 거라 사료됩니다. 근래 보기 드문 역작임에 확실한 작품이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 관람을 요할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그 만큼 완성도가 높고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인터미션 포함해 3시간이 넘는 작품이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작고 소박합니다. 한.일 공동 연극이라지만 배우나 스텝진이 섞여 있을 뿐 제일 교포의 대본을 가지고 만든 연극이니 일본색이 짙다는 거죠. 다만 일본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인도 아닌 애매한 위치때문에 소외받고 상처받는 제일교포 가족의 애환이 담겨 있는 이야기이기에 작품의 전체적인 일본정서를 넘어서는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강점이 있습니다. 남 이야기가 아닌 동포들의 타국 살이니까요.

185분 동안 [야끼니꾸 드래곤/용길이네 곱창집]은 한 가족 구성원을 면밀히 살피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 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약 2년 여간의 시간을 두고 곱창집을 운영하는 가난한 제일교포 가족의 삶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세월의 흐름을 전환하는 방식은 계절의 순환을 통해 보여주는데 1막에선 봄,여름,가을이 순차적로 진행되는 반면 2막은 겨울,여름,겨울로 간극을 건너뜁니다. 1막이 비교적 평탄하게 진행되는 반면 2막은 용길이네 가족구성원의 삶을 뒤흔들어 놓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기 때문에 시간차를 두는 게 김정선을 잡는데 수월했을 겁니다. 암전은 계절이 바뀔 때에만 쓰여지는데 단순히 막 구성을 위한 장치일 뿐 계절의 흐름은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되진 않습니다.

이 작품은 이야기를 따져가며 보기보단 전체적인 흐름을 간파하며 분위기를 따라가는 게 작품 감상에 보다 넓은 이해를 줄 것이라 봅니다. 이야기의 배경이 처음부터 끝까지 용길이네 곱창집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데다 특별히 어느 한 인물에게 집중되어 있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가족 구성원의 삶과 제일교포로 살아가야 하는 고단함을 보여주기 때문에 애초에 기승전결을 크게 구분하고 있진 않기 때문입니다. 그냥 편한 마음으로 용길이네 곱창집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희노애락을 느끼다 보면 어느새 3시간의 공연시간이 다 지나가는 것이죠.

연출과 극본을 맡은 제일 교포 출신의 정의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작품 말미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곱창집의 철거 문제로 결국 수 십년 명맥을 이어 온 곱창집이 허물어지고 용길이네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지만 용길과 용길 처가 몸은 멀어져도 마음만은 늘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고자 하는 긍정적인 마음자세, 그리고 제일교포라며 학교에서 멸시받던 충격으로 자살한 토키오가 마지막에 평소 버릇처럼 지붕 위에 올라가 그들 가족의 남루한 곱창집 추억이 행복했노라며 절규하며 손을 흔드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가족의 소중함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야기라는 것이 작품의 진솔함에 투명함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이고요.

다만 너무 길다는 게 이 작품의 단점입니다. 공연 시간이 길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야끼니꾸 드래곤/용길이네 곱창집]은 불필요하게 깁니다. 연극적인 맛이 거의 없는 작품인데 그 나름대로 신선함을 느낄 수는 있어요. 마치 일일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한 가족 구성원의 일상을 토키오가 자살하는 2막 중반까지 강약없이 보여주는데 각각의 전개가 중요한 작품은 아니기 때문에 지루하진 않습니다. 작품 자체가 밟고 따뜻해서 잔재미를 느낄 수 있는 구성도 많고요. 일본 배우들과 한국 배우들의 일본어와 한국어가 적절히 섞여있는 대사가 어설프지도 않고요. 배우들의 호흡이 양국의 공동연극임에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아요. 또한 작품의 90%가 일본어로 진행되는데 이 부분에서 한국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대사 처리가 돋보이죠. 자막기도 완벽했습니다. 싱크 하나 어긋나는 일이 없더군요. 이미 일본에서 열흘간의 공연 일정을 마치고 국내 공연을 하는 거라 차질없는 진행에 큰 도움이 됐을 거라 봅니다.

그러나 내용에 비한다면 너무 긴 작품입니다. 한 30분 쳐낸다면 이야기 상의 군더더기는 말끔히 가실 수 있을 텐데요. 사족이 너무 길고 늘어져요. 특히 후반부는 작가가 지나치게 감상에 빠져있더군요. 이미 헤어지는데 충분한 감정선을 할당했음에도 지지부진하게 질질 끌립니다. 이 외에도 군데군데 대본 교정을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이 상태로는 마치 교정 체크 투성이의 초고 시나리오를 가지고 급하게 올린 작품같거든요. 제가 가진 이 작품의 만족도는 이 점을 고려한 만족입니다. 싹이 보이거든요.

- 개막 공연 후 티켓이 순식간에 빠져 나가더군요. 예매 싸이트 보고 놀랐어요. 제가 본 마지막 공연은 매진이었답니다.

- 연극으로 더 유명한 고수희 씨는 영화에서만 보다 연극으론 처음 봤어요. 경력이 꽤 되는 걸로 아는데 원래 그렇게 발성이 안 좋은가요? 듣는 내내 고역이었어요.

같이 웃고 같이 울고 정말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2시간이 넘는 공연시간인데도 2~4만원이라는 티켓값도 신선했습니다.

재일교포라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연신 웃으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합니다.

그렇지만 공연이 이미 끝나버렸다는 것...

기회가 되면 꼭 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