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지 않았었는데 너무 좋았다

"갈매기" (부제:꼬스자의 마지막 원고 연출:박현욱 출연:조경미, 김요영, 임광진, 박주리, 김재윤, 이규빈, 이재윤, 전다록, 김은애, 앙상블 주관:극단 불 & 극단 선한배우 극장:드림시어터 소극장 별점:★★★☆☆) 지금까지 한 작품으로 가장 많이 본 공연은 "갈내기" 가 아닐까 생각 된다. 이렇게 많이 봤는데도 전혀 질리지가 않는 이 작품의 매력은 뭘까? 무대는 가운데 마름모 모양의 공간을 중심으로 옆에 의자가 배치 되어 있고, 상수쪽에 책상이 놓여 있다. 원작의 마지막인 꼬스자의 죽음으로 공연은 시작 된다. 4막의 니나와 꼬스자의 장면으로 이어져서 원작의 역순으로 진행되나 했는데 다행이 그렇지는 않았다. 그런데, 마지막에 원작의 첫 장면인 마샤의 검은색 옷에 대한 대사가 처음 부분인 꼬스자의 죽음과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이번 공연의 특징은 음악이 아닐까 생각 된다. 주요 장면에 배경 음악이 많이 나오는데, 조금 뜬금 없는 선곡도 있었지만 지루하지 않게 해 준다. 중간중간 나오는 앙상블의 움직임은 좀 극과 안 어울린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조명 때문에 배우들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럼 가장 좋아하는 니나 독백 부분을 얘기 하자면 처음에 꼬스자와 같이 하는데 이건 좀 아닌듯... 중간에 랩 처럼 빨리 처리한 것도 별로다. 그러나, 마지막에 니나의 그림자(캐스트에는 영혼으로 나온다)가 혼자 독백하는 부분은 좋았다. 마지막으로 배우 얘기를 하자면 전작 "바냐삼촌" 에서 쏘냐 역을 했던 이규빈 배우님! 니나도 잘 해 주었다. 다른 배우도 궁금하지만 시간이 없는게 아쉽다.

흔히알고 맨날보던 그런 갈매기가 아님. 새로운 접근, 더 깊은 해석. 먼 옛날, 다른 나라 사람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살아가고 있는 나와 내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로 다가옴. 대사, 춤, 노래, 움직임 등 무대 위의 모든 것이 다 아름다워서 한 편의 시같기도 하고, 한 폭의 그림 같기도. 또 보러 가는데, 이번에 너무 짧게 왔다가니까, 다음에 또 올라오니까 왔으면!!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이 너무너무 좋았고 덕분에 끝까지 집중하며 볼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 볼수 있어 끝나고 여운이 많이 남는 연극이였습니다! 완전 추천합니다!!

연극 「선한배우의 갈매기」. 8월 1일 (목) 오후 8시 관람.
고전에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한 퓨전극(?). 전반적으로 무대의 효과적인 활용이 두드러졌다.
장소는 혜화동 드림시어터. 소규모라서 오히려 더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를 볼 수 있었다.

실제 무대예술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라 연기에 관한 코멘트를 하기 조심스럽지만, 중년의 의사 역을 연기한 분이 매우 멋있었다. 존잘 미중년 포스 ㄷㄷㄷ
꼬스자 역을 맡은 배우의 열정적인 연기가 인상적이었는데, 실제로 극 초반에 머리를 짓찧는 장면에서는 십여 초 정도 극장의 고요한 정적 속에 둔탁한 충격음만 울렸다. 나중에 보니 이마가 부었던데 몹시 아파 보였음... 몸을 아끼지 않는 헌신적인 연기의 귀감이 아닌가 싶었다.
니나 역으로 분한 여배우는 해당 인물의 천진함?, 순박함에 방점을 찍는 호연으로 그 자신 스스로 매우 적절한 캐스팅임을 입증하였다.

작품에 걸쳐 몇 가지 웃음 포인트가 있지만 스포일러가 되므로 여기 써서는 안 될 것 같다.

자루에 담겨 썩은내를 풍기나 박제가 된 죽은 갈매기. 뜨리고린 선생, 이걸 가져가야 하지 않겠소?

(몸이 매우 유연한) 검은 옷을 입은 여인, 흑요석 빛 바닷새, 니나의 페르소나. 그녀 외에는 누구도 그녀를 볼 수 없다. 니나가 가슴 속에서 완벽히 처리해 버리지 못한 감정, 지나가버린 옛 과거의 잔해는 꼬스자에게 있어 다소의 위안이 되는 것이다.
몸은 떠나도 마음은 남는다. ㅡ 그녀는 종종 운다. 속으로, 겉으로는 눈물 흘릴 수 없을 때조차도.

꼬스자의 죽음을 뒤로 한 최후의 숨바꼭질. 2시간 남짓한 극이 막을 내리는 것과 같이, 이 긴긴 삶에도 언젠가 끝이 찾아온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정지, 차렷. 부동자세.
시간의 해일 앞에 모래성처럼 스러질 존재들인 우리는 인생에서 무엇을 발견할 것인가? ㅡ 애정을, 열망을, 또는 생의 환희를? ㅡ 모든 존재의 무의미를, 허무를, 공허를 극복하려면 사랑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너와 나, 그리고는 끝내 세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