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석이 반대좌석이라 뒷모습만보였지만그래도넘좋았네요

살아있는 전설이 된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와 자신의 영혼의 동반자로 신뢰하는 지성과 감성을 겸비한 쇼팽 해석의 대가인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 듀오의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인천에서 하룻밤 한정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소식에 주저없이 아트센터 인천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클래식 공연 전문 콘서트홀을 표방하며 인천 송도에 건립된 공연장은 서울의 여느 공연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시설과 악기의 원음이 거의 그대로 객석으로 전달되는 음향이 돋보여서, 오롯이 연주자의 연주에 끝까지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브람스는 평생 8곡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작곡했지만, 인간의 한계에 이르는 완벽함을 추구했던 작곡가 자신의 평생에 걸친 수정을 거쳐 현재는 3곡만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1부에서 선보인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마치 온화하고 가벼우면서도, 비 오는 저녁의 호숫가의 정경이 감도는 듯한 달콤 쌉싸름한 분위기가 느껴져서 눈을 감고 작곡가가 어떤 풍경을 표현하고 싶었을지 상상하며 들었습니다. 이어서 연주된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은 풍부한 선율과 힘차고 밝은 구성에 밝고 느긋한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2부에서 선보이신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은 4악장으로 구성되어 마치 교향곡을 듣는듯한 벅찬 감동이 느껴졌는데, 브람스의 낭만주의의 정수가 담겨있으며 동시에 브람스가 바이올린과 피아노라는 악기의 음색과 조화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정경화 선생님의 연주로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라이브로 처음 들어보았는데, 힘차고 격정적이면서도 부드럽고 소프트한 연주를 통해서 브람스의 낭만주의 음악에 얼마나 깊은 애정을 갖고 계시는지 마음속 깊이 전해져 왔습니다. 현재에도 여전하신 열정을 무대위에서 선보이시며 브람스와 함께 앵콜로 연주해주신 슈만의 악곡과 함께 낭만주의 음악의 정수가 깊어가는 가을밤 관객들 하나 하나의 마음속 깊이 스며들며, 기립박수와 함성으로 이어지는 광경은 오래도록 잊지 못하겠지요.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의 반주는 안정적이면서도 주역인 바이올린을 돋보이게 만드는 배려와 함께,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듯한 깊이있는 호흡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의 솔로 리사이틀에서의 놀랍도록 철학적인 연주에 이어서 다시금 거장의 연주를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브람스의 음악은 피아노 소나타와 간주곡, 2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통해서 막연하게나마 무겁고 진지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인간의 감정과 영혼을 노래하는 작곡가의 섬세함에 탄복하며 좀더 많은 음악을 찾아듣고 싶어졌습니다. 브람스보다 오래 연주자로서 활동하시며 브람스의 낭만주의 음악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셨던 정경화 선생님께서 바이올린 소나타가 평생의 연주로서 관객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기억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최고의 무대를 선보여주신 두 거장 듀오의 완벽에 가까운 연주와 관계자 여러분들의 친절한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인천에서 더욱 멋진 클래식 음악회를 접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