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정점에 달한 지난 토요일 저녁 공연을 보았다. 토요일 저녁인데도 이토록 사람없는 대학로는 처음. 이 공연도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덕분에 조용히 몰입해서 볼 수 있어서 나야 좋았지만..

보통의 흔한 공연 양식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마치 대담, 강좌를 듣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한국인의 특징을 여럿으로 나누고 등장 인물들 하나 하나를 통해 그것을 꼬집고 대안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남의 시선에 신경쓰고, 남들과 동일한 기준을 맞추려 노력하고, 정에 쉽게 이끌리고, 성질 급헌 얼리어답터이고..나 역시 한국인인지라 공감하며 봤다. 공연은 채 한시간이 되지 않았다. 태풍을 뚫고 한 시간이 넘게 걸려 왔는데 한시간도 안되서 좀 아쉬웠지만 공연이 좋아서 모든 것이 좋았다.

짧은 기간(4일), 짧은 시간(1시간) 동안 공연을 하는 연극이 있다고 하여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인이 잘 관심을 갖지 않았던

한국인에 대한 특징을 분석한 연극이라고 하여 흥미를 느끼게 되었죠.



2015년 허태균 씨의 ''어쩌다 한국인''이라는 책을 유머러스하게 극화한 작품입니다.



도입은 토론 프로그램처럼 시작하여, 패널로 참석한 사람들이 겪었던 이야기를 하나씩 나열해가는 액자형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토론프로그램 김원식 배우의 진행으로 한국인의 특성에 대해 항목별 질문 문항으로 분석을 하고,

쉬는 시간을 이용해 서현민 배우가 회사에서 ''가족같이'' 지내야만 했던 자신의 경험담을 늘어놓고,

결혼정보회사에서 한국여성들이 남성들에 바라는 조건들을 임지혜 배우가 타의적으로 열거합니다.

신비경 배우가 유투브 방송을 하려고 할 때, 남편이 바라는 외모에 따라 자신을 꾸미게 되었다가 숨차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임지혜 배우가 비혼을 선언하며 나에 대한 신경을 꺼달라는 일갈을 날리며 마무리합니다.



자신이 속한 단체나 그룹에 소속하려 하고, 튀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 하며, 남들의 의견에 동조하고 싶어하는 한국인들의 경향을 각각의 스토리를 통해 표현합니다.



다만, 극의 구조가 산만하며 보여주고 전개가 매끄럽지 못해, 장이 전환될 때마다 사람들이 어리둥절하게 되며,

극마다 뿌린 유머란 양념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해 보고 있기 어색해지기까지 합니다.



특히, 신비경 씨의 유투브 광고와 이후 삽입된 가상광고들은 극에 어우러지지 못하고 튀는 LP판의 거북한 소리처럼 느껴집니다.



극의 구조를 조금더 다듬어, 토론 프로그램의 사회자가 진행을 하며 설명을 하면서 "다음은 어떠한 성향을 나타내는 어떤 구조가 있습니다. 00의 이야기를 통해 만나보시죠." 라는 식으로 하나씩 전개해 나갔으면 훨씬 정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실험정신이 돋보인 작품이었습니다만, 2015년의 올드한 책을 바탕으로 유료로 극을 올리기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작품이 탄생한 것 같습니다.

"이모, 여기 한국인 넷이요!" (부제:어쩌다 한국인 작:공동창작 구성,연출:이현수, 임지혜 영상디자인:윤수진 출연:김원식, 서현민, 신비경, 임지혜 주최:극단 우선 극장:대학로 열린극장 별점:★★☆☆☆) 허태균 교수의 "어쩌다 한국인" 이라는 책에 나와 있는 한국인의 여섯가지 특징을 소개하는 것으로 공연은 시작 된다. 그리고, 네 명의 배우들이 각자의 삶에 대해 얘기한다. 드라마가 있는 극인 줄 알았는데 토크 콘서트 형식의 공연 이었다.

한국인은 어떤 사람일까요? 급한 성격은 전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고 해요. 근면성실하고 한강의 기적을 이룬 사람들, 급속한 경제성장, 빨리빨리, 김치, 등등 저는 그런 게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속정 깊고, 지역감정, 남녀대결 등이 살며시 기억 속에서 떠오를라 치면 분단국가, 김정은, 백의민족이라는 말도 떠올라요. 한국인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특성을 말할 수 있는 건 정말 많은데 그걸로 정말 한국인을 규정할 수 있나?? 라고 하면 그럴 수만은 없는 것 같아요. 급한 성격이란 것도 또다른 나의 국민의 특성일 수도 있고 비교상대적인 부분일 수 있으니까 말이에요.

이모, 여기 한국인 넷이요 라는 연극은 연극이라기 보다 꼭 대담 같았어요. 다양한 장르를 몰아넣었지만 대담처럼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생각해보라고 말하거든요. 처음 들어가면 한국인 고사를 치러요. 한국인의 특성을 질문으로 나열해서 그 정도를 등장인물들에게 물어요. 그건 등장인물들에게만 묻는게 아니에요. 객석에 앉아있는 관객들에게 당신은 어떤가요? 라고 묻는 거에요. 관계지향적인 한국인의 모습, 부정결과를 회피하기 성향의 한국인의 모습 등 몇가지 모습들을 몇가지 문항을 통해서 관객에게 물어요. 그리고 그런 한국인의 모습을 다양한 상황과 인물을 통해서 보여줘요. 대담이 끝나고 바로 이어지는 것은 가족같은 회사, 관계지향적인 한국인의 모습과 그 관계 속에서 한국인은 어떤 고민을 하면서 살아가는지 보여줘요. 그리고 유튜버로서 방송을 진행하는 한국인의 모습도 보여줘요. 유튜버 방송을 제작하는 모습부터 그 안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까지를 다양하게 보여줘요. 그리고 인연을 찾는 한국인의 모습도 보여주고 이를 통해서 결혼과 비혼에 대한 이야기도 보여줘요. 연극을 보다보면 요즘 현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한국인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찾아보게 되어요. 그리고 다시 한번 질문해요. 한국인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나는 어떤 한국인일까요?

연극은 어쩌다 한국이라는 심리학 서적에서 시작했다고 처음에 이야기 하더라구요. 한권의 심리학서적에서 시작한 연극, 1시간 남짓의 짧은 연극이었지만 그 안에서 생각이란 걸 하게 되고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된 연극, 이모, 여기 한국인 넷이요 라는 연극은 한국인으로 태어난 나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도록 해 준 연극이었습니다.

처음에 시험지를 주셔서 이게 티켓인가 했습니다. ㅎㅎ
나름 참신하고 신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