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보 예르비!
그의 지휘를 직접 볼 수 있다니 그것도 프랑크푸르트 방송 교향악단과 함께.
독일어를 전공한 내게는 그들이 독일악단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히 가슴이 설레였다.
고민 끝에 시험 삼아 합창석을 예매하고 연주를 기다렸다.
R석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생생한 연주를 경험한 감동의 시간이었다.
지휘자의 시선, 얼굴 표정, 손긑과 몸동작
무엇보다 지휘자와 솔로 연주자와의 보이지 않는 대화.
40후반의 거장이 전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고양시키며 행복하고 만족스런 상태로 이끌어 가는 크고 넓은 섬세한 시선평생을 살면서 인간이 이토록 위대할 수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나는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과 무엇을 나누고 있을까?
음악은 물론 2시간이 넘는 연주시간이 너무도 짧게 느껴 질 정도로 생생하고 감동적이었다.
신세계교향곡을 들으면서는 파보 예르비가 드로르작이 되고 내가 파보 예르비가 되어 시공을 넘나들었다.
그리고 숨이 멎을 듯한 마지막 순간!
그곳의 모든 사람이 하나가 되었죠.

재미있는 공연이었다.
감동적이기 보다는 관객과 함께 즐기는 그런 공연이었다.
클래식 공연도 재미있다는 것 - 물론 이해 할 수 있는 거본적 음악 지식을 가지곤 있어야 함.

흔치않는 베버의 오페라 서곡으로 시작하고,
백건우의 피아노와 어우러진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그리고 드볼작의 신세계로 부터.. 트럼펫 연주자의 실수가 튀었지만..
즐겁게 감상하며 즐겼다.

백건우씨의 피아노를 듣고 싶어서 예매했던 공연이었습니다.
클래식은 잘 모르는 편이고 편식이 심해서 ^^; 제가 좋아하는 분의 시디만 주로 듣는 편인데요.
그래서 아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만 백건우씨야 워낙 유명하시고 그분의 연주를 좋아해서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이 어떤지도 잘 모르면서 무작정 예매를 했습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백건우씨와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의 연주 모두 훌륭했습니다만 서로 맞춰서 리허설 할 시간이 좀 부족했나 싶은 부분들이 간혹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브람스 피협1번을 매우 기대했었지만 기대가 너무 높았던지 그 곡은 그냥저냥 괜찮았고 오히려 드보르작 신세계의 연주가 더 훌륭했던 것 같습니다.

아.. 정말 좋은 공연이었어요.
백건우 선생님의 브람스 협주곡 1번도 좋았지만,
역시 최고는 신세계로부터..
워낙에 웅장한 곡이어서 연주가 잘 될까 걱정을 살짝 했는데 제 기우였어요.
지휘자 선생님도 아주 좋은 인상에 귀여우셨고ㅎㅎ
무엇보다 파워풀한 신세계로부터를 아주 잘 소화해낸 관현파트도 멋졌네요.
기회가 된다면 또 듣고 싶어요

프랑크푸르트 교향악단의 마에스트로는 음악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넘치는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분이었다. 그분의 지휘 아래 오케스트라는 호흡이 한 숨 거쳐가자마자 정확한 포인트에 들어가서 지휘자를 잘 따랐다. 오케스트라를 보는 것은 재미있었다.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베버의 곡에서부터 시작하여 신세계로부터에 이르기까지- 바이올린들이었다. 마치 잔잔히 파고가 치는 바다처럼 그들은 왼 편과 오른편에 나뉘어 배를 이끄는 파도처럼 넘실넘실 연주를 이어나갔다.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곱슬머리의 한 비올라 혹은 바이올린 주자도 눈에 띄었다.

그렇게 딱 맞아떨어지면서도 따뜻하고 정의로워 보이는 오케스트라는 마에스트로를 닮았다.
몇 번의 커튼콜에 화답한 뒤 두어 번은 아예 악보 없이 연주되었다. 그것도 신기했지만 마에스트로는 흥분한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오케스트라의 한계를 넘어서는 스피드가 되자 관객마저 지휘하는 카리스마를 보여 주셨다.

나는 백건우 선생님의 공연은 처음 보았다. 어릴 적부터 많이 이야기를 들었지만 음반 한 장도 듣지 않고 그냥 가서 보았다. 브람스였지만 처음에 낭만적인 색채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나야말로 낭만주의 음악에서 어설프게 비르투오소적인 흉내를 내며 음악에 취해서 비틀거리는 못난 사람임을. 그저 피아노 건반에 앉아 겉멋이나 부리고 있는 사람이 아닌지 몹시 반성하였다.
선생님의 연주는 완벽했다. 특히 2악장에서의 그 마지막에서 환상적으로 마감되던 디미누엔도는 나의 혼을 빼 버렸다. 형식과 음색 모두가 완벽했다. 음의 소멸은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난 도입부에서 이상한 감을 느꼈는데, 아무것도 느껴지지않았던 것이다. 곧 깨달은 것이, 피아노가 오케스트라에 치즈처럼 녹아있어, 아예 오케스트라의 편성인 것처럼 들렸던 것이다. 그래서 솔로로서의 피아노가 있는지 몰랐었다. 그리고 2악장부터는 그 엄청난 마력이 드러났다. 러시아적인 마력인지, 베토벤의 닮은 꼴같은 선생님의 손은 빙산의 일각을 보여주는 것에서 그 빙산을 찬란하게 드러내어 보여주는 것으로 하였다.
손은 마치 몸에서 분리되어 살아있는 듯하였고, 어느 손가락 하나 단련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구도를 하러 연주회장에 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선생님께서 건반 위의 구도자라는 별명을 가진 것이 의아했는데, 나는 백두산 호랑이가 겨울 산을 거침 없이 타고 달리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마치 아이언맨의 두 로봇이 광선을 쏘듯이, 무사의 칼이 맞부딪치듯이, 음은 오케스트라와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았다. 선생님은 온몸으로 피아노를 오케스트라에 갖다대시며 조금도 밀리지도, 흥분하시지도 않으시고, 집중하셨고 음을 만들어 내셨다.
마에스트로도 선생님을 의식하며 오케스트라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결과적으로 두 측의 음향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

그리고 추후에 들었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의 음반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마치 한국의 범종을 연상시키는 인상적인 도입부가 선생님을 이해하기에 더 좋았다.

사진으로 찍힌 선생님의 손은 마치 호랑이처럼 컸다. 진짜 호랑이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베토벤 연주가 어려워서 악보를 들고 가서는 싸인을 받았는데, 돌아와서 연습해보니
잘되었다. 떨려서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고맙습니다 하고 두 분에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집에 와서 내 손을 보는데 마치 닭발 같았다. 그냥 양념이 잘 된 닭발일 뿐, 음을 만들어 낼 줄 아는 사람의 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참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다. 모쪼록 뭔가 만들어질 때까지 열심히 하는 수밖에.

큰 가르침을 받아 음악의 자기중심에 완벽히 서서 흔들림없는 연주를 보여주신 선생님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불안하고 약한 마음에 많은 의지가 되었다.
더불어 마에스트로의 내한에도 감사한다. 또 오시길 바란다. 다음엔 브람스의 신세계는 어떠하실런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