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때 돌아가신 아버지로 어머니와 열심히 살아온 주인공이지만 현재의 삶이 망가졌다고 느꼈을때...
과거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사람들을 찾아가 총으로 살인하기로 했다.
자신을 전학가게 한 고등학교 여교사, 군대서 동성 성폭행 당한 상관, 작가로 나가려다 악평쓴 글때문에 좌절된 비평가, 자신을 데모때 고발하고 배신한 친구, 그 친구와 바람난 아내... 마지막으로 모두 죽이고 자신도 죽으려 했는데...
짜임새있고 블랙코미디처럼 유쾌하게 진행되는 구성, 놀라운 반전...
살면서 증오스럽게 피해주는 나쁜 인간들을 모두 죽일수 있다면~?
발칙한 상상으로 만든 공연이 정말 공감되었고 의외의 재미를 주었다.

시대의 부적응자인 극우들이 일반사람에게 가했던 폭력의 피해자
피해자의 아픔과 사과하지않는 그들의 잔인함
그러면서도 균형을 잡기위해 계속된 피해자의 외침만은 옆에있는 사람을 힘들게 한다

연극 곳곳에 비명이 들렸다. 나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절규였다. 왜 그들은 그렇게 나를 외면하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는지 나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총을 한 자루 구해서 그들을 찾아가서 따져 물었다. 왜죠? 왜, 나에게 그런 거죠?? 내가 찾아간 사람들은 나를 가장 이해해 주어야 했을 사람들, 학교 선생님, 군대의 선임 병사, 그리고 내 영화를 보고 평가를 해주어야 할 사람들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이해할 수 없는 대접을 받았다. 어느 순간엔가는 내가 이렇게 비뚫어지고 잘못된 건 모두 그들의 탓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견 완전히 잘못된 말은 아닐지 모르지만 이성의 한켠에서는 그들에게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고, 내가 이렇게 중고차 세일즈맨이 된 것은 내가 결정한 것도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고 억울한 건 삭혀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랬다. 5일간의 잠적으로 완전히 폐인의 모습을 하고 친구인 판식을 찾아와서 자기가 세 사람을 죽였다고 고백한 것은..

연극 곳곳에는 시대의 비명이 들렸다. 광주혁명이 혁명이라고 불리워지기 이전, 지역감정이 사람들 마음의 불씨로 자리해 괴랄한 욕망을 상대에게 토해내게 하는 시절, 광주혁명을 바라본 한 인간의 고백을 다 듣지도 않고서 신랄한 비평을 써내려갈 수 있던 시절, 그 시절을 지내온 인간이라면 어땠을까? 라는 연출의 상상력이 현실들과 마주해 무대에 올랐다. 차명호는 정말 그냥 무대 위의 인물이었을까? 다치고 상처받은 인생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필수불가결한 거리를 차명호는 그 나이까지 가지고 살았던 건 아닐까? 어디에라도 묻고 싶었고 복수하고 싶었던 그 순간은 어쩌면 차명호가 살아왔던 불편한 거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심정. 공연을 보면서 그 깊은 절망이 올올이 한 명의 관객인 나에게 슬픔으로 전달되었던 순간들. 차명호는 어쩌면 광주혁명이라는 커다란 상처를 감내하고 살았던, 인간 차명호들에 대한 성찰의 공연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차명호가 총을 쏘는 그 순간들이야말로 그가 정말 마음의 울분을 토해내면서 “제발, 이러지 말라고.. 제발 같이 좀 살자고” 말하는 것 같아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순간이었다.

역사는 반성이 없다. 흘러갈 뿐이다. 인간만이 반성할 수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하지만 인간은 정말 반성하고 있는 걸까? 미안하다고 말하는 걸까? 무대에 올려진 공연 내에서 진짜 그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그게 그가 총을 쏘게 된 이유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본 공연. 개인의 시간 속에 역사가, 역사 속에 개인이 담겨서 흥미로웠고 아팠던 공연, “불편한 너와의 사정거리”는 나에게 그런 공연이었다.

재미있어요

주제의식과 캐릭터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