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홍보물을 보고 보러가게 된 공연이었다..
공연을 보러가는 날에 시간이 촉박할 듯 해서,
전날 미리 찾아갔었는데, 좀 헤매긴 했다..
상황이 주는 재미와 대사가 주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배우와 관객이 무척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공연, 흥미로웠다..

한줄소개 | 위장결혼, 리얼한 거짓말, 그리고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을 말하다

한줄정리 | 상식이라는 이름의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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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상식적'이라는 말을 꽤 좋아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상식적으로 행동해'라는 말을 자주 하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며 '몰상식하고 비상식적인' 사람을 싫어한다.



생각해 보면 내가 생각하는 상식이 사회적으로 합의된 상식의 수준에 미치지 못할 때가 있고,

어떤 경우엔 내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상식'이라는 쿨하고 말끔한 가치표준 뒤에 숨겨진 보편성과 일반성은

그 표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의 예외성과 개별성을 공격하곤 하는데,

그제서야 우린 절감한다. 때론 모두가 존중하는 상식이 누군가에겐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이 찬 처녀/총각이 시집/장가를 가지 않으면 상식적이지 못한 행동으로 취급당하고

남녀간의 결합만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사회에서

결혼 적령기가 지났는데도 딱히 세상이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비혼 상태에 머무르는 건

기이하고 기괴하며 이상하고 해괴한 짓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에게 묻는다. (혹은 속으로 혼자 궁금해한다.)

"넌 왜 결혼 안 해?" / '저 사람은 대체 왜 결혼 안 하는 걸까?'

남이야 결혼을 하든 말든 대체 무슨 관심들이 그렇게 많은지..





커밍아웃하지 않은 게이라면 누구나 이와 같은 질문 혹은 시선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사실을 밝힐 준비가 안됐다면 독신주의를 자처하거나 아직 짝츨 못만났다는 등

갖가지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해야 한다.

남이라면 그냥 얼버무리거나 적당한 답변으로 넘기면 그 뿐이지만

자식의 결혼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부모에겐 거짓말도 한계가 있다.

밝히던가, 아님 어떻게 해서든 결혼을 거부하던가, 적당히 숨긴 채 결혼하든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들에겐 모종의 행동을 강요하고 강제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결혼이 상식적으로 당연한 게 아니라면,

자식, 가족, 친구, 동료가 동성애자인 게 그닥 당황스러운 시츄에이션이 아니라면,

커밍아웃이 상대방을 곤혹스럽고 당황스럽게 하는 일이 아니라면

자기를 드러내 보이고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게

-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거리낌없이 자유롭게 하는 그런 생활을 영위하는 것처럼 -

그리 부담스럽고 힘겨우며 어려운 일이 아닐텐데..





연극 [휴먼 드림]은 바로 그 '상식의 폭력성'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다.

'모두가 우러러보는 상식이 누군가의 삶에는 얼마나 폭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가?'를 통해

그 어떤 것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예외와 개별성 앞에서 유연하게 사고하고 행동할 것을 주문한다.



만약에-

아들이 '엄마, 전 남자가 좋아요!'라고 말했을 때 절규하고 통곡하지 않을 수 있다면,

친구가 '나 게이야'라고 커밍아웃했을 때 자신에게 그런 고백을 해준 걸 고맙게 여길 수 있다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힘으로써 관계 자체가 끊어질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좀 더 살아가기 원만한 곳이지 않을까?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바람처럼 그리 유연하고 관대하질 못해서

오늘도 적잖은 게이들이 크고 작은 거짓말들로 위기를 모면하고 있을 테지만..





연극은 게이 커플과 그 친구를 주인공으로 해

세상이 성 소수자에게 들이미는 보편적 가치관이 얼마나 흉폭한지 드러내 보였지만

본질적으론 '원래 다 그래'라는 기치 아래 아무렇지도 짓밟힌 사람들의 개별성을 추모하고

만인에 대한 만인의 폭력을 꼬집은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껏 내가 가졌던 나만의 편협하고 고집스런 상식은 없었는지 되돌아본다.

내가 상식의 폭력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곤혹스러워 했듯이

나 또한 다른 누군가에게 당연하고 당위적인 상식이라는 이유로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지 않는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는지..





비약적인 구성에서 비롯된 장면 간 구멍, 부자연스러운 연기는 적잖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기획의도나 대중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상당히 공감했기에 나쁘지 않은 관람이었다.

연극이라는 장르를 통해 이와 같은 이야기를 만난 것도 반가웠고..

앞으로 연극적 전문성이 보강해서 좋은 메시지를 더 원활하게 전달할 수 있길 바란다.

구술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아무리 훌륭한 주제도 잘 만들어진 연극 안에서만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법이니까-







Fin.

연기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었지만
현실적이고 깊이 있는 극이 좋았구요 대사도 재밌고
결말도 무척 좋았습니다. ^^

여러 가지 주제와 화제를 하나의 작품으로 잘 나타내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게이'라는 주제였기 때문에 초중반 게이커플의 연애 수위가

다소 낮다고 생각했었으나 극을 끝까지 보시면 그런 생각은 사라질 듯.


다소 현실적인 결말이 조금은 아쉬웠다고 생각된다. 현실에서 도망칠 수 없기 때문에

그 현실적인 결말이 이상일지도 모르겠다만.

자칫하면 어둡고 심각한 분위기의 '동성애'코드일 것만 같았어요.

포스터도 그렇게 보였고 ㅋㅋㅋ

조린이란 캐릭터가 아픔을 갖고 있다고 그러고...

암튼 밝은 연극은 아니겠구나 생각했는데.

웬걸 ㅋㅋ

너무 상큼하고 웃기도 많이 웃었구요. 동성애라는 소재를 밝게 승화 시키면서

여러 교훈도 담고 있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배우님들 연기가 좋았습니다^^

꽤나 파격적인 씬들도 잘들 소화해내시더군요.

찾느라 고생은 진짜 많이 했지만..ㅠ

그래도 후회없는 연극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