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애 안무가의 <흐르는 춤>은 관객 하나하나와 눈을 맞추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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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춤”을 소재로 춤이 폴란드, 미국, 독일에서 ‘그 춤’을 추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떤 문화를 만드는지 조사연구를 통해 창작된 작품이 <흐르는 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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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시작되어도 무대 위에 놓여진 객석엔 불이 꺼지지 않았고, 음악이 흐르는 동안 객석 출입구에서 세대도 인종도 다른 3인의 무용수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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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끝나고 다리아가 부채를 들고 폴란드어로 자신의 춤을 설명한다. 순차 통역처럼 임지애 안무가에 의해 한국어로 설명되던 춤은 어느새 어눌한 한국어 설명으로 바뀌고 관객들은 다리아가 속한 ‘해어화’에게 부채춤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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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엔 임지애 안무가가 한국 무용 동작을 하며 자신의 리서치를 소개한다. 하와이에서 만난 메리 조 프레슬리 선생의 한국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에게 빙의되어 춤을 춘다. 그 순간 뭔가 정형적 한국무용 동작들이 어린시절 봤던 등이 굽은 인간문화재 선생님들의 동작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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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어진 베를린 ‘가야무용단’ 경수 할머니의 춤은 우리 엄마가 취미로 배웠던 한국무용을 떠올리게 했다. 가야무용단의 역사와 한국문화를 대표하며 큰 행사에 섰던 감동을 이야기하는 떨리는 목소리에서 ‘그 부채춤’이 이민자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잘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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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춤>은 기억에 기반한 예술(춤)이 각 행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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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이 마지막엔 부채춤의 주요동작을 추는데 그렇게 기억 속에 흐르던 춤의 끝엔 무용수들은 사라지고, 무대 위 책상에 놓여진 그들의 기억이 조명에 따라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