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서 조명의 힘이 엄청 큰 것 같다. 보통은 완전 어둡게 해 놓은 상태에서 조명을 달아 빛을 조절하고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으니까, 이렇게 자연광이 있는 공간을 ''극장'' 처럼 활용한다는 건 어떤 방식일까 궁금했다. 조명이 있지만 바깥이, 현실이 무대 안으로(그러니까 허구의 세계 속에 현실이 들어오는 것처럼) 들어와서 만들어내는 또다른 느낌이 있었다. 사실 창문이 있으면 관객의 시야엔 바깥이 들어오게 마련이고..그러면 계속 시선을 빼앗기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데, 배우들이 너무 연기를 잘 하고 또 내용이 흥미진진해서 다른 것에 시선을 빼앗길 틈을 안 준다.

홍평국 역을 맡은 황순미 배우가 딱 등장해서 조명을 받아 무대 뒤쪽에 실루엣이 딱 보이는데, 너무 멋있었다. 진짜 세상 본새 황순미 배우가 다 가진 줄.... 우리 계월 우리 평국 우리 대원수... 진짜 황순미 아닌 평국 상상이 안 갈 정도로 너무 잘 어울렸다. 고전을 무대화했지만 의상의 느낌은 바캉스풍이었다. 다들 하늘하늘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있는데 그런 여름의 휴가 온 느낌과 + 공간이 주는 해체와 비일상의 느낌과 + 내용이 주는 무거움과 장엄함이 합쳐져 정말 말로 표현불가능한 광경을 만들어냈다. 홍평국의 바지는 치마처럼 퍼져 있는 바지였는데, 전투 장면이나 움직이는 장면에서 펄럭거리며 아주 옛 옷의 두루마기같은 느낌을 주었다.

무대는 말 그대로 4면을 다 사용했다. 공간의 중간에 관객들이 앉아 있고 배우들은 사각형의 네 면을 모두 무대로 사용했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소리가 나는 쪽으로 몸을 돌려가며 관람했다. 보통 극장에서는 객석과 무대가 분리되어 있고, 객석이 어둡고 무대가 밝은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그렇지 않고 모두 같은 조명 아래 있었다. 공간이 분리되지 않은 이 장소에서, 목소리와 움직임으로 가득 공간을 채워 스펙타클을 만들어내는 배우들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 정말 재미있었다. 고전의 내용을 잘 살려 각색한 것도 좋았고, 마지막 여성의 연대로 이어지는 결말도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정말 내가 허리만 더 튼튼했다면 여러 번 봤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들 정도였다. 음악과 조명, 연기, 움직임 등 정말 시청각적으로도 흥미로웠다! 원작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

몸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볼 수 있었던 극. 배우들의 우렁찬 발성과 외침이 생생합니다.

"홍평국전" (원작소설:홍계월전 재창작,연출:설유진 음향:목소 안무:하영미 무대:신승렬 조명:신동선 출연:황순미, 김보은, 송하늘, 최정현, 신윤지, 라소영 제작:907 극장:This is Not a Church(구 명성교회) 별점:★★★☆☆) 전작 "미국연극/서울합창" 을 봤었던 907 과 언제나 신뢰하는 유진 연출의 작품이다. 원작인 홍계월전(洪桂月傳)은 명나라를 배경으로 주인공인 홍계월의 고행담과 무용담을 엮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여성 영웅 소설로,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권위를 여성에게 부여하여 봉건적 가치관에 맞서는 여성 의식을 보여 주고 있다. 라고 나와 있다. 객석은 "제4의 벽" 처럼 객석은 중앙에 있고 4면을 무대로 활용한다. 선택장애를 일으키게 하지만 그나마 주무대인 듯한 곳의 맨 앞에 자리를 잡는다. 일단 몸을 돌려가며 봐야 하는게 불편하다. 설명 위주의 독백 형식의 대사도 좀 지루하다. 1인 다역을 해서 캐릭터 이해도도 아쉽다. 그러나, 전작 "물고기로 죽기" 의 애정하는 황순미 배우님의 연기와 움직임이 좋아서 별점 1개 추가!

신기한 공간이었습니다. 자연이 주는 빛이 참 좋은 조명이란 생각이 들었네요! 극은 생각보다 재미있게 관람했습니다. 극 진행에 따라 꽤 많은 사람들이 다같이 방석을 아래두고 몸을 돌리는(?) 모습은 꽤나 스스로에게도 흥미로왔습니다.

홍계월전... 막연히 내용만 대략 아는 조선시대 소설을 여성 히어로물로 만들었다!
공연장도, 조명도, 사운드도, 360도로 몸을 돌리며 보는 관극 방식도 신선했고,
무엇보다도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새롭고 절묘했다.
원작과는 조금 다른 결말도 흥미로워 벌써부터 2탄이 기다려지는 느낌?
성별이라는 구시대적 구분이 무색할만큼 시종일관 멋짐을 뿜뿜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었고 해가 지기 시작하는 주택가의 야경도 작품과 묘하게 어우러져 좀처럼 잊혀지지 않을 풍경이었다.
고전이라 여러모로 어렵고 힘든 부분이 많았을터인데 2021년 동시대의 작품으로 승화한 제작진들에게 깊은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중고등학생들에게도 강추하고 싶다. 홍평국 만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