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 좌충우돌 랜선여행기. 관람일시 2021.06.20
혼자 사는 20-30대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의 고독사 역시 늘고 있다. 외로운 나날을 누구나 견뎌 봤다면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이야기였다. 이우성 배우의 1인극은 어떤 연극과 뮤지컬보다 무대에 꽉 차있었다.
제니,제니퍼,루루등 모든 랜선나라의 아이들이 그리고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더이상 머리말에 서성이던 우울과 외로움이 떠나가고 새벽이 아프지 않길 바란다.

WoW 는 코로나 시대의 사랑과 오늘 날을 살아가는 그리고 죽어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서 꼭 필요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러한 작품을 아주 오래 전부터 기다려 왔습니다. 호불호가 극명한 저에게 있어서 이렇게도 깊고 가깝게, 심지어 너무나 선명하게 와닿아서 펑펑 운 나머지, 온몸의 힘을 다 쏟게 만들었던 작품은 체홉에 <갈매기> 이후로 처음입니다.

소셜 디스커버리 앱을 통해서 또는 보편적 만남이 아닌 시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만남을 겪으며 저는 어쩌면 보편이라는 사회적 인식에 반하는 것에 대한 무의식적인 두려움으로 내가 진정 원하고 욕망했던 것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 나는 진정 나로써 존재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편견과 프레임안에 갇혀있던 진짜 나와 타인의 경계에 틈새에 놓인 어떤 작은 빛과도 같은 희망을, 이 연극은 기어코 발견해내고 있었습니다. 서로 마주할 수도 서로를 완전히 이해 할 수도 완전히 사랑 할 수도 없는, 이 시대의 관계 아래에 이 이야기는 각자, 즉 온전한 개인으로서의 사랑법과 이해법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 해 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합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 대사처럼 ''''우리는 완전한 이해없이 완전히 사랑 할 수 있다'''' 라는 그 오래된 문장이 다시 한 번 제 마음 속에 깊이 새겨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이 세계와 동떨어진 채로 그저 나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있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들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두려움은 제 자신을 사랑 할 힘을 갉아 먹곤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이야기를 만남으로써 나는 아직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낍니다.

그 어떤 알 수 없는 힘은 (어쩌면 이런 것이 연극의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로를 마주하고 있는 관객석과 무대 사이에 놓여져 배우가 말을 하고 그 말을 듣고 있는 사람들 모두를 사랑 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이우성이라는 배우는 이러한 힘을 자유롭게 한데 모을 수 있는 무서운 위력을 가진 배우입니다. 그가 가진 진짜 매력은 자칫 쉽게 놓칠 수 있는 무거운 말들을 재치있고 가볍게 그리고 알아듣기 쉽게 버무려 맛을 내는 그 자연스러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절대 어느 감정 한 구석에 치우치지 않고 어느 상태에 머무르지 않은 채로 관객들로 하여금 하나의 표정에서 여러 형태의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그의 얼굴은, 배우라는 역할이 가져야 할 진정한 미덕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게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 자체의 구성과 감정선의 엮임과 연결, M,W가 만드는 노래와 랜선월드에서 루루공주의 화형식으로 이어지는 극적 시도는 이 이야기를 쓴 극작가의 천재성과 노련함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극적 도전정신과 매력적인 개성을 동시에 가진 채로 노련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작품은 정말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 세마리의 토끼들을 아니 망아지들을 완벽하게 잡아내고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 와우라는 연극은 최근의 제 삶에 있어 작은 도화선이 되어있습니다. 지금 타오른 이 불꽃이 어디로 향해 어떤 문을 열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 미지의 곳에 다다를 제 모습은 이미 저를 사랑하게 만들어준 힘들과 함께 하고 있어 두려움보다는 기쁘고 두근거리는 마음이 더 큽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연극을 관람하며 이 힘을 느꼈던 관객분들 모두 극장밖을 나설 때 지금까지와는 다른 각자만의 새로운 문을 열게 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오늘 날 함께했던 이 시간 그리고 또 다른 공간에서 우리는 서로 라는 관계를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각자의 새로운 정의를 가지게 될 수 있는 날이 오게 되리라 믿습니다.

좋은 연극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