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에 걸쳐 쓰여진 장편소설 토지가 연극으로 올려진다고 해서 과연 제대로 내용을 담아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한번에 올려지지 않고 나누어서 공연이 된다.
이번에 올려진 작품은 [토지1]
평산리 지역에서 어린 서희의 성장과 시대상황들이 전개되고 성년이 된 서희가 자신의 주체적인 생각과 가문을 지키려는 의지를 키우게 된 이야기까지를 다룬다.
주인공 서희가 고향 평산리를 떠나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장면에서 끝난다.

공연이 올려진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은 무대를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는 곳이다.
방대한 토지의 내용을 무대에 어떻게 표현했을까 살짝 기대를 버리고 갔는데 ㅎㅎ 상당히 잘 표현했다.
앞쪽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낭떠러지 벼랑 밑 물, 뒤쪽 멀리 공간표현, 왼쪽에 꽃나무가 무대위로 올라오고 내려가는 효과, 최참판댁 큼직한 한옥 가옥이 등장하고 사라지고 등등 무대표현에 정말 신경을 많이 썼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배우들의 의상이나 소품들도 좋았고 서희와 길상이, 봉순이의 어린 아역들과 성인들의 매치도 자연스럽다.
그래서 앞으로 올라오게 될 2부 혹은 3부에 기대가 생긴다.

장르는 연극이지만 경남도립예술단은 창극도 하는것 같다.
극중에 노래들도 꽤 듣게 된다.
뒷풀이로 무대위에서 신명나게 춤추며 노래 하는 모습이 참 좋다~
시대극도 좋지만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져서 반갑고 내용도 연기들도 괜찮고 노래와 흥이 느껴지는 멋진 작품을 오랜만에 잘 보고 왔다.
10시 이후까지 공연이 올려지면 안돼서 7시30분 공연이 6시30분으로 당겨져서 퇴근시간도 당겨서 가느라 더운날씨에 뛰었는데 TT 5분 지각.
10분 후 입장 시간에 겨우 들어가서 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3시간의 긴 공연인데 지루함 없이 즐겁게 보고 왔다~~

하늘에는 주인이 없는데 왜 땅에는 주인이 있을까? 나는 이 연극 토지 1>을 관람시 윗대사가 가장 가슴뭉클하게 다가왔다. 1969년 저술을 시작하여 1994년 5부 20권으로 완간하여 대하소설의 지평을 여셨던 한국 현대문학계의 대모 박경리작가... 그 대하소설이 한편의 연극으로 만들어진다해서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에 가서 아주 흥미진진하게 관람했다. 근데, 나는 이 연극 토지 1에서 맨위 대사가 가장 확와닿았다. 아 정말 하늘에는 저쪽은 네거 이쪽은 내거라는 개념이 없다. 물론 하늘은 공중권의 개념이 있고 비행기들이 다닐 수 있는 영공의 개념은 있지만 개인의 소유권 개념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한평생 땅을 일구며 살아왔던 이땅의 이름없는 민초들... 자기소유의 땅하나 없어 남의 땅을 일구며 살아야하는 소작인으로서 입에 풀칠하며 살아야하는 민초들... 그들의 고초와 애환이 느껴져 어찌보면 가슴이 처연해지는 대사이다. 또한, 이 작품의 제목이 토지이듯 이땅에 사는 민초들이 딛고사는 이 땅이란 곳이 얼마나 중요하고도 애틋한 곳인지를 절실히 깨닫게 해주는 어찌보면 이작품의 주제를 관통하는 명대사라고도 생각되었다~^^* 집필기간 : 1969년부터 1994년까지 횟수로 26년 출간책 권수 : 5부 20권(마로니에북스 2012. 8.15 완간) 원고지매수 : 31,200여장 대하소설 토지의 방대함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이를 보면 박경리작가께서 얼마나 위대한 작가인지 알 수 있다. 이렇게 구한말인 1897년부터 1945년 해방때까지 우리 민족의 삶을 총체적으로 그려낸 역작인 토지를 한편의 연극으로 그려낸다는 것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방대한 분량이기에 이 연극 토지 1>에서는 1897년 한가위부터 1908년까지 약 10년간, 경남 하동의 평사리를 무대로 하여 5대째 대지주로 군림하고 있는 최참판댁과 그 소작인들의 이야기들을 담고있는 것이다. 이 연극을 보러 갔더니 티켓박스에서 브로슈어 책자도 무료배포 해주셔서 참으로 유익한 자료가 되었다. 여기서 박장렬 예술감독님의 연출의 글을 읽으니 가슴속이 짠해졌다. 연극 토지 1은 세월에 바래지않는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돌려드리고싶었습니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오늘을 사는 여러분 한명 한명 모두 얼마나 소중한가를... 아~ 이글을 읽고 얼마나 가슴이 찡해져오는지...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고싶으셨다는 말씀이 나의 폐부에 확와닿았다. 그렇다. 예술감독님 말씀대로 우리가 이세상에 태어나 산다는거 이것 자체가 얼마나 소중하고 위대한 일인지 다시금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구한말 갑신정변 ~ 임오군란 ~ 아관파천 ~ 동학의 기치를 내건 갑오농민전쟁 ~ 이준열사순국 ~ 을사늑약으로 외교권 박탈 ~ 군대해산 ~ 안중근의사 의거 ~ 경술국치의 치욕에 평민출신 신돌석장군의 의병투쟁에 이르기까지 정말 조선역사상 최악의 시기를 보낸 그시기에 땅한태기없는 저 암울한 시기에 민초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낙담하거나 실의에만 빠질 수 없다. 그들은 그 어느 것에도 굴하지않고 굳세게 꿋꿋하게 살아갔는데... 정말 내자신도 삶에 애착이 느껴졌고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되었다. 글고 이작품은 예술의 전당 지역우수공연 초청작으로서 2020년 10월 진주에 있는 경상남도 문화에술회관>에서 초연된후 통영, 창원, 김해, 부산 등지에서 상연후 이렇게 서울의 예술의 전당에서도 상연하게된 것이다. 정말 뜻깊은 공연이어서 나는 놓치지않고 관람하게 되었다~^^* 아 근데, 나는 사실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이나 자유소극장은 몇번 갔어도 CJ 토월극장은 처음이다. 에전에 오페라극장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콘서트홀에서는 각종 클래식 콘서트들을 감명깊게 관람한 기억이 있다. 또한, 자유소극장에서 천승세 작가의 한국 3대 리얼리즘 연극작품중 하나인 만선>을 관람했는데 CJ 토월극장이 이렇게나 클줄은 정말 몰랐다. 참으로 세종문화회관, 충무아트홀, LG 아트센터, 디큐브 아트센터, 성남 아트센터 못지않은 대극장이어서 그스케일에도 압도되었다~^^* 무대도 평사리 들판을 굽어보는듯 커다란 노송이 자리잡고있는 모습이 안정감도 주어서 좋았다. 또한, 최참판댁 기와집이 양쪽에서 이어지는 구조로 자리잡힐때는 무대디자인을 맡으신 엄진선님께서 참으로 심혈을 많이 기울이셨구나 바로 그걸 느꼈다. 글고 배우분들의 연기도 정말 뛰어났다. 서희역의 박선혜님은 불굴의 여인상을 보여주셨는데 안정감있는 연기가 확와닿았다. 또한, 윤씨부인역의 이은경님에게서는 강인한 한민족의 여인상이 느껴졌다. 서희에게 꿋꿋하게 살 것을 당부하시는 모습에 나도 결연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또, 이 작품에서 어찌보면 악역이 될 수도 있는데 조준구역의 박승규님과 홍씨역의 김수현님께서도 어찌나 얄밉게 연기를 하시는지 정말 친일파느낌이 확나는 명연기를 실감나게 해주셨다. 글고 귀녀역의 김진영님, 월선역의 김지연님, 봉순네역의 정명심님도 강렬한 이미지를 남겨주셨다. 1막 80분 2막 85분 인터미션 15분 도합 180분의 대서사시인 이 작품 토지... 그 180분이 조금도 지루하지않았다. 마을사람들이 어우러져 노래부르고 춤출때에는 우리 한민족의 정서와 흥겨움도 느껴 저절로 가슴이 뿌듯해짐을 느꼈다. 아 나는 180분간 마치 내가 하동의 평사리에 저 민초들과 함께 있는거 같은 느낌도 받았다.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부대끼는 내자신도 발견했다. 이에 토지 2>도 무척 기대되었다. 1910년부터 약 7~8년간 간도 일대에 정착하는 서희일행... 그 서희일행이 간도에서 귀국후 3.1 운동, 1929년 광주학생운동, 갈수록 일제의 폭압이 가중되는 1930년대 글고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일제로 인해 수탈과 약탈이 더욱 심해지는 1940년부터 45년 해방때까지의 파란만장했던 민족의 삶이 담아질 토지 2>는 10월 28일부터 31일까지 경남 진주에 있는 경상남도 문화에술회관에서 상연된다니 토지 2>도 엄청 기다려진다~^^* 서희에게 자신과 똑같은 운명을 지게한 인물인 구천... 그는 별당아씨가 죽고 실의에 빠졌지만 독립운동에 투신하여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며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다간 인물이었다. 지금도 생각나네... 그 구천이 서희에게 해준 다음의 말이... 내가 진정 살아있었을 때는 누구를 미워했을 때가 아니라 사랑했을 때야. 진달래 무덤속에 사랑을 묻었지. 한이 깊은 만큼 사랑도 깊은 법이야...

이번 공연은 토지1이었어요.
토지 2공연을 또 기대하고 있습니다.
소설처럼 긴 호흡으로 연결해서 보고 총체적인 느낌을 갖고 싶습니다.
연기 최곱입니다.

놀라운것은 악인의 욕망과 인간의 심리를 꿰뚫고 사회와 역사를 미리 예측한 것처럼 인생의 인과관계와 캐릭터가 뚜렷하다는 것이 놀랍고 존경스러웠다. 연극인데도 뮤지컬처럼 달맞이 행사를 하며 모두 춤을 추었고 국악같은 전통춤도 추고 때로 배우들이 노래하는게 너무 잘해 마치 뮤지컬 같아 더 흥이 났다. ?토지는 한국이 실제로 겪었던 모든 사건과 역사가 배경이라 혹시 실제 있은 실화같은 생생함과 현장감을 준다. ?한국에서 살아온 사람은 가슴 울컥하는 감동과 우리 민초들의 삶, 굴곡진 인생과 신분차별, 부와 파멸, 재건, 사랑과 죽음... 이 모든 정서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신기하게 악인 귀녀까지 불쌍했던 죽음과 조준구의 꼽추아들도 안쓰러웠던 마음이 모든 사람의 인생이 마음아프게 느껴졌다. 악인조차 이해할수 있게 적은 박경리, 연출의 힘이 아닐까~? 3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진 배우들의 열성과 변화하는 무대에 빠른 스토리의 정말 감동적인 한국의 이야기를 경남이 아닌 서울에서 볼수 있어 너무 감사했고 경남도립극단이 계속 발전하길 바란다.

토지를 깊이 읽어보지 못한 채 이 연극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도 되었지만,
막상 극을 보니 너무도 훌륭한 연출과 연기에 깊이 토지에 빠져들어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감동적이고 훌륭한 연극이었습니다.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