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의지를 끝까지 고수하는 프랑수아 장, 그리고 역시나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고자 사랑도 포기한 아멜리... 두 배우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

박희정 배우.. 매번 볼 때마다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는 그 변신이 놀랍다...

최원종연출의 섬세함과 작품에서 주는 여운으로 명작옥수수밭의 공연에는 늘 관심과 기대를 갖게 됩니다.
이번 작품도 우선은 최원종연출의 신작이라는 점에 눈길에 갔고 다음으로 패션의 신이라는 제목에서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공연정보를 보고 난 후 생각은 ''''재밌겠는데''''였습니다. 뭔가 이전 최원종연출의 작품들과는 결이 좀 다를 거 같다는 기대감이 증폭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공연은 첫 공연을 봤습니다. 예상대로 작품의 주제와는 다르게 시종 웃음을 자아내며 지루할 틈 없이 스피드하게 진행됐습니다. 무대도 영상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사용했으며, 배우들의 연기도 무난했습니다. 장면장면 과하지 않는 위트와 코믹한 연기 수위도 적당하다고 느꼈습니다. 다만 첫 공연에 대한 부담과 긴장 탓인지 초반 주인공인 이종무배우의 경직된 연기가 살짝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반공이 국시였던 그 시절을 지나 온 사람으로 작품을 보며 가볍게 웃어 넘길 수만은 없었던 점, 공연을 보고 나와서도 가슴 한 켠 묵직한 물음표를 달고 기분에서 역시나 최원종연출의 섬세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공연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은생각을 하게하는 공연이였고 몰입감도 최고였습니다 좋은공연 감사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프랑스 유학파 패션 디자이너 프랑스와 장.
패션의 본고장에서 최신 유행을 배운 프랑스와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고국으로 돌아와 부띠끄를 연다. 제대로 된 모델조차 찾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아름다운 옷을 만들고자 불철주야 패션쇼 준비로 한창 바쁜 와중에 뜻밖의 제안이 들어온다. 세계 군복 콘테스트에서 우리나라 군복이 꼴찌를 했다며 군복을 디자인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아름다움을 최우선으로 하는 디자이너에게 아름다움을 파괴하는 군복을 디자인하라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프랑스와는 제안을 거절하지만 국가의 안전 보장과 질서 유지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보다 앞서던 시대. 어쩔 수 없이 군복 디자인을 시작한다.

군복 디자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디자이너가 아니더라고 당연히 기능성과 활동성, 위장 여부를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프랑스와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컨셉으로 화려한 꽃무늬의 군복을 디자인했다. 사람을 죽이는 군복이 아닌. 모두를 화합할 수 있는 군복. 군복도 아름다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컨셉이었고 실용성과도 거리가 멀었다.

당연히 채택될 리가 없었고 그는 일주일 간 군대를 체험해오면 프랑스와의 숙원인 패션학교를 설립해 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을 받는다. 국가권력이 모든 것을 좌우하던 시절. 선택의 여지가 없던 그는(정확하게는 타협이라고 해야겠지) 군대 체험을 시작하고 뜻밖에 베트남 전에 참전하게 된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시선을 끄는 알록달록한 군복을 입은 프랑스와는 적군의 표적이 되고, 살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사실. 전혀 웃기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선 그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트리는 것. 전쟁의 진짜 모습은 그런 아이러니가 아닐까. 평화 유지라는 명분 아래 자행되는 무차별적인 폭력.
웃기지만 전혀 웃기지 않다.

그리고 정글에서 프랑스와는 프랑스 유학시절 연인이었던 아멜리아와 재회한다. 그녀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었고 그녀의 도움으로 프랑스와는 고국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누구도 그의 귀환을 반기지 않았고 되레 공산당으로 몰려 모진 고문을 받고 전향서에 사인까지 하게 된다. 살아돌아왔다는 것이 그가 고문을 받은 이유다.

​극은 한 디자이너의 좌충우돌 전쟁 참전기를 통해 개인의 신념과 권리, 생존이 국가 권력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 보여준다. 정의와 명분도 마찬가지다. 전쟁은 모든 것을 무력화하고 파괴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프랑스와는 어떻게 됐을까. 그토록 원하던 패션학교를 세워 후학을 양성하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기회를 잡았을까?

프랑스와는 자신의 영달이 중요한 사람이었다.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위장결혼을 하고, 군부의 제안도 큰 고민 없이 받아들이고 자신의 욕망과 타협했다. 그러나 결코 경험할 일이 없었던 군대, 전쟁과 고문을 겪으며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뒤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선택한다. 이전의 그가 해온 선택과는 다른 듯. 다르지 않은 선택을!.
그의 선택을 통해 극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수많은 가능성 중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가 남지 않을까.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근대사 시리즈는 국가와 개인의 갈등과 대립을 통해 선택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대사의 아픔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역시 유쾌하고 재미있던 연극!! 배우님들의 대사 하나하나가 전달되어 감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