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의 무게

나는 장남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는 나에 대한 기대가 컸다. 관악산에 가면서 공부 잘해서 서울대학교를 가야 한다며, 대학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주입시켰으니 말이다. 지금 돌아보면 웃긴 일이다. 부모님의 기대만큼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못하지는 않았다. 보통정도..점점 머리가 커지다 보니 사춘기가 찾아왔다.
장남이기 보다는 인생에 대하여 간섭받기를 싫어하였다. 집에서 가족과 지내는 시간보다는 친구들과 놀고 어울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철없던 시절 장남인 나에 대한 기대는 사라지고, 동생에 대한 기대로 전환되었다. 관심이 멀어졌다.
기대를 안하니 연락도 뜸해지고, 잘 찾아뵙지도 않았다. 1년에 명절인 설날, 추석 2번 정도..
부모님이 친척들에게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 부끄러웠을 것이다. 자랑을 그렇게 많이 하더니..나는 억울하였다. 누가 내 자랑을 하랬나..장남인데 장남같지 않는 나는 진득하지 않고 철이 없는 어른이다. 살다가 힘든 일도 있고 어려운 일도 겪어보니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 장남에 대한 기대감이 나에 대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남의 무게, 인생에서 한번 겪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부모님이 나에게 준 사랑을 이제는 내가 부모님에게 줄 차례이다. 장남 역할 제대로 해볼란다.

<추석> 은 함세덕의 서정적 리얼리즘과 말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극작가 함세덕에겐 친일, 좌익, 월북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1950년 전쟁 중 35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사망했다. ''낙화암'' ''고목'' ''태백산맥'' 등 다양한 작품을 썼다.
스토리 구성은 한 동네에서 벌어지는 추석맞이 씨름판을 배경으로 한다. 동네 사람들의 권유로 만표는 선수로 나서서 일등을 차지한다. 씨름의 승자가 결정 나자 군중들은 함성을 지른다. 한바탕 떠들썩한 동네 분위기에 갈추봉의 소가 놀라 결국 다치게 된다. 1940년대 농촌을 배경으로 시대적 배경과 말투가 잘 보여준다. 구수하고 향토적인 말맛과 생생한 언어 감각을 감각할 수 있다.
중년 배우들의 노련미있고 연륜있는 연기를 보여줌으로써 생동감이 느껴졌다.
갈천석 역의 안용 배우 연기가 돋보인다. 갈추봉의 둘째 아들로써 장남 만표에 대한 피해의식, 만표를 대신하여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심리적인 압박, 사랑하는 복술이에 대한 마음 등 연기로 잘 표현한다.
단, 러닝타임이 1시간 20분 정도로 짧아, 스토리가 갑자기 끊어지는 느낌이 있다. 뒤에 무엇인가 스토리가 있을 거 같긴한데..조금 아쉬웠다.

"추석" (작:함세덕 연출:정범철 무대디자인:유다미 조명디자인:이보경 출연:조영선, 김경숙, 진현태, 안용, 고인배, 이영석, 민경미, 안진기, 박상훈, 김혜지 주최:극단 은행나무 극장:선돌극장 별점:★★★★☆) 2018년 "특별한 저녁식사" 를 봤었던 극단 은행나무 공연이고, 2016년 "산허구리" 를 봤었던 함세덕 작가 작품이다. 일단 사실적으로 잘 만들어 놓은 무대가 마음에 든다. 그렇게 올드 하지 않아서 좋았다. 상황에 맞는 음향도 극의 분위기를 잘 살려 준다. 원로 배우와 젊은 배우들의 앙상블도 훌륭하다. 무대, 음향, 연기가 좋아서 별점 1개 추가!

굉장히 오래전 희극이고 배경이기에 작품 자체도 뭔가 올드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코 그렇지 않네요..

지금 현재의 우리 사회에서도 느끼고 공감되는 부분이 그대로 살아 있네요..

중견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 소화력이 너무나 좋았던 공연입니다..

시간 가는 줄 보고 즐겼습니다.
소극장 규모에 비해 출연진이 10명 이상 나와 공간이 꽉 차서 좋았구요.
검증된 고전을 현대에 맞게 각색 및 리듬감이 좋아 몰입도가 좋았습니다.
연기경험이 많은 분들이 메인이다보니 젊은 연기자들을 잘 이끌어주는 것도 느껴졌습니다.

제목이 추석이라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았는데,
베드엔딩이라 살짝 당혹했는데 제가 너무 비현실적인 해피엔딩에 익숙해졌나봐요.
오히려 현실적인 결말이라 더 와닿았고,
원작이 만들어진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것도 매력 같았습니다.

저도 나이가 드니 비슷한 경험을 하게되니
추석이라는 이름이 어릴때 감정과 지금의 감정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보게된 작품입니다.

처음엔 별 기대 안하고 초반의 짙은 한국적 색채와
시대극의 풍미로인해 약간의 거부감이 일었으나

극초중반을 넘어 뒤로 갈 수록 가족의 갈등 요소와
뒤를 궁금하게만드는 이야기 구성,
현재 우리 삶과의 비교와 여전히 변하지 않고있는
세대, 신분, 통념과의 갈등과 마찰을 충실히 구현해내어
끝까지 재밌게 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중간중간 걸크러쉬한 부분도 적절히 조합되어
괜히 킥킥거리게 만드는 부분도 있어서 신선함도 엿보이고요

저는 강력추천하는 작품입니다!!